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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을 철부지 아닌 ‘두려운 존재’로 봐달라”

북한 ‘도발 시리즈’에 담긴 메시지

  •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pblue@kinu.or.kr

“김정은을 철부지 아닌 ‘두려운 존재’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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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甲 위치서 핵보유국 협상하겠다는 전략
  • ● 평양의 악몽은 ‘판가리 大戰’서 패해 乙 되는 것
  • ● 北, 5월부터 ‘모내기 전투’ 나서야 해
“김정은을 철부지 아닌 ‘두려운 존재’로 봐달라”

북한은 김정은을 전략가, 지략가로 대내외에 알리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 발사 실험 이후 지금까지 협박과 도발을 통해 한국과 국제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협박과 도발은 올해 2월 12일 3차 핵실험 이후 한층 강화됐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2월 이전부터 군대와 주민에 대한 각종 군사동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내외에 대한 긴장고조 상황이 5개월을 넘기는 형국이다. 이러한 장기간의 긴장고조는 1966~1968년 대남 무력도발 시기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 상황이다.

북한 정권이 긴장을 단계적으로 고조시키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궁극적으로 향후 한국이나 미국과 벌일 협상에서 의제를 장악하고 자신의 요구를 강압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협박과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자면 북한 정권도 부담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아직 2012년 말~2013년 초의 ‘판가리 대전’(‘판가리’는 ‘판가름’의 북한식 표현)에서 누가 판정승을 거뒀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는 향후 북한 문제와 관련한 협상 의제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더 근접하는지 아니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에 더 근접하는지에 따라 분명해질 것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

북한 정권에 악몽은 한국 및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갑’이 아니라 ‘을’이 되는 것이다. ‘을’이 되는 상황은 북한 정권의 생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내부체제는 주변 환경과 현저히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약 협상을 장악하지 못하고 ‘을’의 신세가 되면 내부체제를 주변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면 북한 정권은 주변 환경을 자신의 생존 요구에 부합하게 재편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북한 정권이 대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생존과 번영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국의 대북정책과 동북아 국제체제를 바꿔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북아 국제질서는 가장 약소국인 북한의 현 체제가 존속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는 달리 현존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내부체제와 주변환경 간의 부조화가 심하지 않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갑’과 ‘을’의 제로섬 구조가 아니라 상생공영하는 구조로 형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북한 정권의 딜레마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에 악몽과도 같은 일은 상대가 협박과 강압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협상을 장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거나 ‘을’이 될 것을 강요당하는 환경에 직면하곤 했다. 그러한 경우 북한 정권은 협박과 도발을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켜 거래 조건을 개선하고자 시도했다. 거래 조건을 바꾸는 일에 실패하면 북한 정권의 생존에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지난 5년과 최근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협박과 도발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분명히 달라진 점도 있다. 협박과 도발이 한층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핵무기 보유에 따른 자신감이며, 다른 하나는 김정은을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과 존중의 대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 정권이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자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경험에서 볼 때, 이제 막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주변국과의 분쟁에서 한동안 과감하고 강도 높은 분쟁을 야기했던 예를 관찰할 수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으니 과감하고 강력한 도발을 상당 기간 계속해도 상대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복에 나서지 않고 주저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북한 정권 역시 협박과 도발을 통해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도록 강요하고, 상대방의 기세를 꺾어 차후 협상 의제를 장악하고자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딜레마는…

북한 정권의 딜레마는 한국과 미국이 이러한 게임 플랜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 유사한 게임을 여러 차례 시도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이 그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도발과 협박의 약효가 약화되는 것은 북한 정권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준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게임 플랜을 바꾸는 대신 동일하지만 더욱 강력한 처방을 시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강력한 처방이 북한 정권의 부담을 증가시키면서 감수해야 할 잠재적 위험을 한층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작용-반작용의 상승적 긴장 고조 과정에서 싸움판이 북한 정권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게 될 수 있다. 둘째, 북한 정권 자신도 그리고 상대방도 공히 원하거나 예측하지 않았던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상대에 대한 협박과 도발의 강도를 높일수록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당할 수 있다. 넷째, 국력이 상대적으로 쇠약한 북한의 처지에서 싸움판을 오래 끌면 불리하다. 싸움판이 장기화하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내부적 뒷받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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