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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파이 누명 벗었지만 반기문 총장 처신 안타깝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美 스파이 누명 벗었지만 반기문 총장 처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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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파이 누명 벗었지만 반기문 총장 처신 안타깝다”

백성학 회장이 미국 스파이 사건 자료를 모아둔 곳에서 서류를 읽고 있다.

▼ 보도의 양이나 표현수위가 과했다고 보는 건가요.

“한 개인을 상대로 그렇게 많은 공격 기사를 내보내는 건 우리 언론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죠. 그러나 그 방송사가 전사(全社)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방송사에 종사하는 분 중 대다수는 무관하고요. 단지 몇몇 관계자가 주도해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번 판결로 마무리되는 건가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CBS 보도와는 별개로 미국 스파이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 당시 노무현 정부의 권력기관, 사정기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꼭 밝혀내고 싶어요.”

미국 스파이 의혹 제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관계자들은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위증 판결을 받았다.



D-47 문건의 경우 검찰이 확보해 수사를 벌였다. 당시 여권과 일부 언론은 몇몇 인사를 문건 작성자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이들 인사는 “문건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혜량해주시기를…”

미국 스파이 사건 의혹 보도 및 재판 과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CBS는 2006년 11월 13일 ‘백성학 회장, 반기문 전 장관 상대로도 정보 수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국가 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지난달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미국에 넘겨줄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백 회장은 CBS를 상대로 한 기사삭제 청구 소송에 이 기사도 함께 포함시켰고, 대법원은 이 기사도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백 회장은 “내가 반기문 장관을 만나기는 했지만 정보수집이나 스파이 활동을 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입증됐다”면서 “오히려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앞두고 자신이 미국과 좋은 인연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잘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2007년 ‘신동아’ 인터뷰에서도 이같이 주장한 바 있는데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이 주장의 신빙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신동아’ 2007년 5월호에 보도된 백 회장의 증언 요지는 이렇다.

“2006년 10월 2일 오후 8시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요청으로 반 장관과 백 회장이 서울 한남동 외교통상부 장관 공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반 장관은 ‘충주고 재학시절 미 정부 주최 영어 말하기 대회에 입상해 백악관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만난 이야기’‘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알게 된 미국인 할머니(Libba Patterson)와 40년 넘도록 인연이 이어지는 이야기’ 등 자신과 미국의 좋은 인연을 이야기했다. 나는 ‘말씀하신 그대로 기억을 못할 수도 있으니 메모를 해주면 그것을 보면서 정확하게 미국 측에 전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반 총장은 미국인 할머니 신상 정보, 케네디 대통령 예방 과정을 메모지에 써줬다. 나는 반 총장의 말과 메모를 미국 측에 전해줬다.”

반 장관이 백 회장에게 써준 메모 전문은 다음과 같다.

“Mrs. Libba Patterson(90세) 817 Reichert Ave. Novato, California. 1962. 8. 미국(高 3 당시) American National Red Cross 초청. 1개월 방미. White House 방문. J. F. Kennedy 예방.”

이에 대해 백 회장과 함께 미국 스파이 의혹을 받았던 배영준 US아시아 한국지사 대표는 “유엔 사무총장 선거 때 미국은 반 장관을 그리 신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한국 외교부 장관(반기문)과 태국 부총리(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가 경합하다 양측이 모두 당선에 실패한 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가 사무총장이 되는 안’을 선호했다. 그런데 태국에서 쿠데타가 나는 바람에 반 장관에게 기회가 왔다. 반 장관은 미국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있어 백 회장을 찾은 것으로 안다.”

백 회장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 때마다 초청되는 등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출 무렵 부시 당시 대통령 측과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백 회장은 미국 스파이 사건 재판 진행 과정에서 반 총장 측에 “그날 만남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서한을 6차례에 걸쳐 보냈다. 이들 서한은 “제가 미국에 보낼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반 총장을 찾아뵈었다는데 그런 기억이 있으신지요?” “제가 미국 스파이 노릇을 하기 위해 반 총장을 찾아뵌 것이 아니라면 ‘없다’라는 한 말씀만 답변해주십시오”“진실을 밝히기 위한 반 총장의 해명이 절실해졌음을 이제는 혜량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반 총장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문맥을 보면, 백 회장이 반 총장에게 원한 것은 “‘백성학은 반기문을 만나 정보 수집이나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라는 점만 소극적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나자빠질 수 있는 건지…”

대법원이 ‘백성학, 반기문 만나 정보 수집’ 기사에 삭제 판결을 내리자 백 회장은 반 총장에 대해 그동안 품고 있던 ‘배신감’을 토로했다.

▼ 반 총장 측에 여러 번 서신을 보냈다는데….

“(반 총장이) 안 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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