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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아내의 질투에 불타 죽는 불세출의 영웅

父子 별자리 백조자리&헤라클레스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아내의 질투에 불타 죽는 불세출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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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외도가 낳은 영웅

여름이 시작되면 은하수의 물줄기는 점점 하늘의 정상을 향해 솟구치는 모양이 된다. 봄에 가장 밝은 별인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는 어느덧 서쪽 하늘로 기울고, 여름철의 사파이어별 직녀는 하늘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 무렵 ‘하늘을 거꾸로 걷는 사나이’ 헤라클레스의 별자리가 목동자리와 거문고자리 사이에서 빛나며 하늘의 정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 별자리는 직녀를 향해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바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록 밝은 1등성이나 2등성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지만, 별자리 중 가장 그럴듯하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헤라클레스자리는 언뜻 봐도 사람이 거꾸로 서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의 모습을 빼닮았다. 옛날 그리스인들은 이에 그리스 신화의 가장 위대한 영웅, 헤라클레스를 떠올렸다.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고 괴물 히드라를 무찌르는 용감한 투사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하늘에서 찾아낸 것. 그런데 왜 헤라클레스는 거꾸로 서 있는 걸까. 이 점에 대해서 신화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별자리는 왕관자리와 거문고자리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두 별자리 사이에 찌그러진 H를 찾는다면, 헤라클레스의 나머지 별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버지 제우스와 아들 헤라클레스의 관계에 비춰 찾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이 부자는 직녀를 사이에 두고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거문고자리의 직녀(Vega)별에서 백조자리 데네브의 정반대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 찌그러진 H가 있다. 이 경우 헤라클레스 왼손에 있는 괴물 뱀 히드라를 꽃다발이라고 상상해보기 바란다. 헤라클레스가 무릎 꿇고 직녀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모습이 보이는지? 필자가 별의별 상상을 다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신화 속 그림을 보면 미남은 허리가 가늘고, 미녀는 허리가 굵게 그려져 있다. 대표적인 미녀 안드로메다의 별자리를 보면 허리가 가슴보다 더 굵게 나타나 있다. 마찬가지로 헤라클레스의 허리인 H 가운데는 홀쭉하게 들어가 있을 것이다.



아내의 질투에 불타 죽는 불세출의 영웅
네수스의 저주

아내의 질투에 불타 죽는 불세출의 영웅
영웅 헤라클레스가 불사신의 몸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게 된 것은 아내의 빗나간 사랑 때문이었다. 헤라클레스가 노예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의심한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독이 묻은 괴물의 피를 남편의 옷에 발랐고, 그 고통으로 인해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몸을 불태워 죽고 말았다. 뒤늦게 남편의 결백을 알게 된 아내는 눈물로 후회했지만, 이미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밤하늘에 올려놓은 다음이었다.

헤라클레스자리에 대한 신화가 여기서 끝난다면 좀 아쉬울 것이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알크메나(Alcmena)라는 여인에게서 얻은 아들이다. 제우스는 알크메나의 남편인 티린스 왕 암피트리온으로 변장해 알크메나로 하여금 임신하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영광’이란 뜻으로 바람 피워 얻은 아들을 올림푸스 산으로 데리고 오며 아내 헤라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헤라가 헤라클레스를 예쁘게 봤을 리 없다. 헤라는 어린 헤라클레스를 죽이기 위해 많은 일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이윽고 헤라클레스가 청년이 되자 헤라는 그를 에우리스테우스(Eurystheus) 왕의 노예로 만들었다. 그 후 헤라클레스는 자유를 얻기 위해 12가지 위험한 모험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고역(the Twelve Lavors of Heracles)’이다.

네메아 계곡의 황금사자를 죽이는 일 등 12가지 고역을 마친 후에도 헤라클레스의 모험은 계속된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를 죽였고, 강의 신을 굴복시켜 아름다운 소녀 데자니라(Dejanira)도 구했다. 헤라클레스의 아내가 바로 이 소녀다. 어느 날 강을 건널 때 헤라클레스는 네수스(Nessus)라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켄타우르(Centaur)에게 아내를 부탁했다. 네수스는 이를 허락한 듯했으나, 강의 가운데 이르자 반항하는 데자니라를 데리고 강물 아래로 도망을 쳤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활을 쏘아 네수스의 심장을 꿰뚫어버린다. 네수스는 죽기 직전 자신의 피 일부를 데자니라에게 주며 그것이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영원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남편의 사랑이 의심스러울 때 그의 옷에 피를 묻히면 남편이 영원히 데자니라에게 충실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아내의 질투에 불타 죽는 불세출의 영웅
이태형

1964년 강원 춘천 출생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박사과정 수료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주)천문우주기획 대표

저서 : ‘재미있는 별자리여행’ ‘쉽게 찾는 우리 별자리’ ‘별난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주견문록’ ‘이태형의 별자리여행’ 등


데자니라가 헤라클레스의 옷에 묻힌 것이 바로 네수스의 피다. 헤라클레스는 죽음의 옷을 입자마자 자신이 속은 것을 알아채고 떼내려 했다. 그럴수록 옷은 살에 더 단단히 달라붙었고 네수스의 증오는 그의 몸속으로 점점 더 깊이 퍼져나갔다. 그 고통은 마치 몸을 둘러싼 불꽃같았고, 어떤 요술로도 제거할 수 없었다. 결국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헤라클레스는 높은 산에 올라가 장례를 준비했다. 그리고 숱한 모험에서 자신의 믿음직한 무기였던 곤봉을 머리맡에 두고, 어깨에는 사자 가죽을 걸치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 용감했지만 가련한 영웅의 최후였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제우스는 흰구름 전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아들을 불에서 꺼내 하늘에 올려놓았다. 이 영웅이 얼마나 크고 무거웠던지,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라스(Atlas)도 우주에 더해진 헤라클레스의 무게에 신음하며 비틀거렸다고 한다.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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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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