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국제사이클연맹 수석부회장에 올랐습니다. 회장 선거에 도전할 계획은.
“내심 올 9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회장 선거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 회장인 펫 매퀘이드가 IOC 위원이에요. 지난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를 결정할 때 평창으로선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었잖아요. 정부에서 저더러 매퀘이드 회장을 설득해달라고 하더군요. 제 개인적인 꿈보다는 국가가 우선이라 생각하고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지었죠. 평창을 지지해준다면 나도 회장 선거 출마를 보류하겠다고. 그 친구가 약속을 지켰으니 저도 약속을 지켜야죠.”
사이클과 인생
▼ 아시아 사이클이 세계 수준과는 차이가 많지요?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18개 금메달 가운데 14개를 유럽이 가져갔어요. 아시아는 카자흐스탄이 유일하게 1개를 가져갔죠. 유럽은 국가적으로 사이클 붐을 조성합니다. 모든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이에 비해 아시아는 사이클에 무관심한 편입니다. 카자흐스탄이 정부에서 프로팀을 관리할 정도로 집중 지원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 우리나라 수준은 어떻습니까.
“아시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올림픽에서는 아직까지 메달 하나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시상을 하면서 영국이 금메달을 7개나 휩쓸어가는 것을 보니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우리나라도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뭐가 부족하다고 봅니까.
“기본적으로 사이클 강국이 되려면 도로종목이 강해야 합니다. 도로종목이 강하려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도로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미비해요. 과거 한때 도로 부문에서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도 있는데, 여건이 못 받쳐줘서 세계와 큰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산을 확보해 사이클 전용도로를 만드는 등 인프라를 늘려야 합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 선수들의 자질을 봤을 때 조만간 세계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트랙경기장이 있는 곳이 창원, 광명, 부산, 서울 정도인데, 더 많이 늘려야 합니다. 우선은 저변을 확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선수도 나오는 법이죠.”
▼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인기 종목이 아니어서 선수 발굴이 어려워요. 사이클을 잘하려면 우선 심폐기능이 남달라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현재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에게 협회 차원에서 전국을 다니며 초중고등학생들의 심폐 기능을 체크해 뛰어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서라도 유망주를 육성하라고 충고하곤 합니다.”
▼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의 메달 전망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연맹 차원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메달권에 드는 선수가 한두 명은 나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제 소원 중에 하나가 우리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거예요. 저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할 때도 아시아경기대회나 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사비를 털어 포상금을 줬어요. 아시아사이클연맹 회장이 된 후에도 올림픽 사이클에서 메달을 따는 아시아 선수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내심 우리 선수가 메달을 따기를 기대했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만 지급하게 돼 개인적으로 참 아쉽더군요. 우리 선수가 꼭 받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삶은 덤”
▼ 사이클의 매력이 뭔가요.
“사이클 경기에는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힘껏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아요. 끈기와 용기로 쉬지 않고 노력했을 때 목표에 도달하고 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인생도 마찬가지죠. 게다가 사이클은 무릎 부상의 위험이 없어 나이 든 사람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신운동입니다. 또한 자전거를 타면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볼 수 없는 풍광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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