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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2년 연속 ‘행복지수’ 1위 이끈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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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복잡하고 해묵은 민원 ‘현안회의’로 해결
  • ● 손주 돌보미, 서초다산장학재단…출산율 높이기
  • ● 1조3000억 투자 유치한 우면 R&D센터 가슴 뿌듯
  • ● 100년 앞 내다보고 만든 방배열린문화센터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br>● 서울대 행정학 석사<br> ● 美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수료<br>● 북경서울문화무역관장<br>● 대통령비서실 행정관<br>● AFEC 연구소 연구원<br>● 서울시 공보관·환경국장·재무국장·상수도사업본부장 역임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24시간 휴대전화를 켜두는 구청장, 마사이 슈즈를 신은 양 발목에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하나씩 차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구청장, 집무실에 CCTV를 달아 부정과 청탁을 근절한 구청장…. 진익철(62) 서울 서초구청장 얘기다.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하고 이듬해 동작구 환경위생과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진 구청장은 2009년 퇴직 전까지 서울시에서 법무, 문화, 공보, 기획, 재정, 환경 분야를 두루 거친 30년 경력의 행정 전문가다. 2010년 7월 1일 서초구 민선 5기 구청장에 취임한 그는 솔선하는 소통 리더십으로 조직문화를 일신하고, 주민이 쏟아낸 불만을 창의행정 아이디어로 삼아 서초구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구청장의 새벽 메시지

이를 통해 서초구는 2년 연속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진 구청장이 구정(區政)을 이끈 지난 3년 반 동안 서울시와 정부 부처가 평가한 65개 분야에서 모두 19억4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다달이 1.5개 분야에서 4600여만 원의 포상금을 받은 셈이다.

11월 7일 오후, 서초구청장실을 찾아 다짜고짜 “그간 받은 포상금을 다 어디에 썼느냐”고 묻자 진 구청장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말문을 열었다.



“일정 부분은 해당 부서에 포상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주로 구 세입으로 편성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사업비로 썼습니다. 발로 뛰는 현장행정을 위해 전 직원에게 업무용 운동화와 점퍼, 청사(廳舍)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한복을 지급하기도 했고요.

예를 들어 불법 플래카드 단속을 잘해 얼마 전 서울시로부터 받은 포상금 2000만 원은 ‘불법광고물 제로 실버 지킴이’를 18개 동마다 20명씩 구성해서 그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60세 이상 틈새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집 주변에서 음란 전단지나 불법 플래카드 등을 수거하게 하고 한 달에 40만 원까지 드립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요.”

진익철 구청장이 건넨 명함에는 여느 고위공직자의 명함과는 달리 집무실 직통번호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는 지난 지자체 선거 때 돌린 명함에 넣은 휴대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주민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가득했다.

“주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선거 때 약속을 지키려고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둡니다.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면 업무에 방해될까봐 우려하는 분도 있는데, 저희 구민들은 저를 배려해선지 대체로 문자 메시지를 이용합니다. 사연도 가지가지고, 좋은 정보도 정말 많아 공무원에게선 받지 못한 창의행정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퇴근하면 9시 뉴스 보고 바로 잠들었다가 새벽 2시에 일어나 밀린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하는데, 주민들이 새벽에 저한테서 문자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전에는 ‘설마 구청장이 직접 답을 하겠어’ 했던 거죠. 이게 진정한 소통입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해하는 주민을 보면서 방전된 기운을 충전해 뛰다보니 벌써 임기 4년이 다 돼가네요.”

▼ 구청장으로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습니까.

“상당히 후하게 주고 싶네요(웃음). 한 85점? 얼마 전 ‘리서치 뷰’에서 서울시 자치구를 대상으로 ‘현 구청장을 다시 찍겠느냐’고 주민 설문조사를 했는데 제가 전체 석차 2위를 했어요. 주민의 객관적 평가와 제 주관적 평가가 일치한 셈이지요. 주민들의 작지만 간절한 바람에 즉각 반응해서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민선 자치단체장의 자리가 봉사하는 측면에서 기막힌 자리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업무를 보면서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불안해서 재미없어요. 초심을 잃지 말아야죠.”

즉각 반응해야 진짜 소통

▼ 지난 3년 반 동안 주민과의 소통에 치중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30년간 직업공무원으로 서울시 국장, 본부장 등 많은 자리를 거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227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모두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소통은 경청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귀담아듣고 나서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건 하고, 즉시 해결하기 어려운 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경청만 하고 말아요.

저는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을 중시해서 매일 아침 서초구청 홈페이지 민원 코너 ‘구청장에 바란다’에 들어가 직접 댓글을 답니다. 휴대전화에 들어온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에도 일일이 답을 하고요. 현장에서도 즉각 반응하는데, 정말 보통일이 아니에요. 주민이 부르는 즉시 현장으로 가야 하니까 무엇보다 다리 힘이 있어야 합니다. 마사이 슈즈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지난 3년 반을 매일 그렇게 뛰어왔는데, 명예나 다른 욕심이 있었다면 힘들어서 못 견뎠을 거예요. 남은 인생을 아낌없이 나누고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임하니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겁니다.”

그때 진 구청장의 휴대전화에서 문자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신호음이 연신 울렸다. 그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답을 보낸 후에야 마음이 놓인 듯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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