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이 대통령 퇴임과 함께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요즘 완전한 개인 주권과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11월 11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반도미래포럼 사무실에서 천 전 수석을 만났다. 그의 방에선 북쪽 창으로 외교부 청사와 청와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언제까지 ‘안보 위탁’ 할 건가
▼ 박근혜 정부는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환수를 다시 연기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
“나는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방예산 증가율이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도 낮았다는 사실은 아픈 대목이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전작권 환수 시기를 3년 연기한 이후 우리 안보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한 현실에서 우리 스스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킬체인(공격형 방위시스템)을 구축하고, 독자적으로 완벽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작권 환수를 다시 연기하면 ‘미국이 알아서 우리를 지켜주겠지’ 하는 의타심이 생겨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또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
▼ 전작권 환수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 안보를 언제까지나 미국에 위탁할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전작권 환수에 따른) 한미연합사 지휘체계를 대체할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해놓았다. 우리 합참의장이 전작권을 행사할 때 생길 수 있는 지휘체계 문제는 그것대로 보완해나가고, 전작권을 가져와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우리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과연 최선의 결정이었는지 의문이다.”
천영우 전 수석은 “더욱이 미국과 방위비 분담 협상을 하고 있는 시점에 전작권 환수 재연기라는, 우리에게 불리한 카드를 꺼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군 출신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대북 안보정책을 주도하고 있어 군의 시각과 입김이 많이 반영된 게 아닐까.
“군 출신이라고 해서 군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전작권 환수 재연기 결정은….
“오히려 군 출신답지 않은 결정 아닌가.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부끄럽게 생각할 텐데…. 과거 군에 몸담았던 일부 성우회원 중엔 ‘전작권 받아오면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그런 성우회로부터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국방장관 지낼 때 전작권 전환 입장을 취한 분들이 갑자기 과거 입장을 부정하는 판단을 했으리라곤 믿고 싶지 않다.”
▼ 그럼에도 재연기 결정이 난 이유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신빙성 있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정권 초에 그렇게 급하게 결정할 문제였는지…, 더구나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결정을…. 충분하게 토론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아는 바 없다.”
▼ 전작권 환수 재연기와 미국의 MD(미사일 방어망) 편입을 연계해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MD에 대한 황당한 오해가 많다. MD는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미국이 자국의 MD에 편입하라고 우리에게 요청할 가능성도 없고, 우리가 (미국 MD에) 들어갈 이유도 없다.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 핵심시설을 지킬 수 있는 방어망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하라는 것이다.”
▼ 우리가 독자적으로 MD를 구축하더라도 결국 미국 MD망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국이 KMD를 구축해도 미국 MD 정보망에 연동할 필요는 있다. 북한이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액체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미국 정찰위성과 정보망은 (북한 미사일) 발사 30분 전에 이를 포착할 능력을 갖췄다. 북한이 핵무장을 한 이상 요격률을 높이려면 최첨단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 필수다.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라 핵을 탑재한 미사일은 단 하나라도 놓치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