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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北 의도에 말렸다”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개성공단 재가동 北 의도에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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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밝힌 DMZ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은 어떤가.

“안보정책 면에서 DMZ(비무장지대)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드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DMZ뿐만 아니라 남북한 전체를 세계평화공원으로 만든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올까. ‘평화’라고 이름 붙여서 공원을 만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DMZ세계평화공원이 어떻게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지 잘 모르겠다. 평화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안하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NLL 의제 삼지 말았어야

▼ 외교안보수석 때 국정원에 보관돼 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다고 하던데.

“업무상 필요해서 법적 절차를 밟아서 봤다. 이전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어떤 철학으로 어떻게 했는지 알아야겠기에…. (외교안보수석은) 필요하면 몇 백 번이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본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 혼자 봤나.

“나 말고 보겠다고 한 사람이 또 있었는지는 모른다. 내가 대여받은 건 수석 되고 나서 한 번뿐이다.”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문제는 어떻게 보나.

“국내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안보정책적 관점에서는 언급할 게 없다.”

▼ 대화록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나.

“노무현 대통령이 NLL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궁금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남북 정상이 핵문제를 어떻게 논의했는지, 다른 남북관계 중요 현안을 어떻게 논의했는지를 살펴봤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천영우 전 수석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다. 업무 성격상 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으로 평양에 동행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천 전 수석은 동행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나를 공식 수행원에 포함시키라고 했다. 그런데 일부 핵심 참모들이 내가 (수행원에) 포함되면 안 된다는 건의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안다. 대통령께서 납득을 못하니까, 두 번이나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 때문에 나를 (대표단에서) 배제하려 했는지,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랬는지 궁금했다.”

▼ NLL 논란의 핵심이 뭐라고 보나.

“본질적인 문제는 ‘노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느냐’ 여부가 아니다. NLL을 정상급 회담에서 협상 어젠다로 삼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NLL을 의제로 삼고 서해평화지대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설픈 것이었다. NLL 인근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은 더 빈번해진다.”

‘꽃게평화자유지역’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북한 어선은 북한 해군이 운영한다. 우리처럼 민간 어선이 아니다. 무장한 북한 해군 소속 어선이 우리 NLL까지 와서 조업한다. 지금도 우리 배는 북한과 충돌할까봐 NLL 근처에도 못 가게 합참에서 막고 있다. 그런데 공동어로수역을 만들어놓으면 북한 어선은 남쪽까지 내려와 마음대로 조업할지 몰라도 우리 어선들은 더 멀리 피해 다녀야 한다. 남북한이 모여 고기를 잡다보면 자칫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진한 발상이었다. 서해평화지대는 오히려 평화를 파괴하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감을 잃고 이상주의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사이 나쁜 이웃과 잘 지내보겠다고 자리를 마련해 폭탄주를 마셔본들 종국에는 멱살잡이나 주먹다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잘 지내기 어려운 이웃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길흉사가 있을 때 예의나 표하며 사는 게 낫다. 기본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만나면 부딪치는 사람과 폭탄주를 함께 마신다고 하루아침에 사이가 좋아지겠나.”

▼ NLL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NLL도 DMZ처럼 남과 북이 각각 분계선에서 2km 정도 일정구역 안에서는 조업하지 않도록 하는 게 충돌을 예방하는 길이다. 남북한은 물론 중국 배도 못 들어오도록 어로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꽃게들이 그 지역에서만큼은 남북한 어선에 잡힐 걱정 없이 마음대로 산란하고 살 수 있는 ‘꽃게평화자유지역’을 만드는 게 낫다.

올림픽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응원한다고 평화에 도움이 되나. 태극기 놔두고 이상한 깃발 들고 함께 입장하면 평화에 도움이 되나. 이런 이벤트는 거품 평화와 진짜 평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순진한 발상이다. 평화협력지대라고 이름 붙여놓으면 진짜 평화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 아닌가. 서해평화지대는 남북 어선 충돌조장지대가 되고 만다. 돈벌이하러 고기 잡는데, 누가 양보를 하겠나.”

신동아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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