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 누주드 알리는 이슬람 국가 예멘의 유명 인사다. 5년 전인 10세 때 이혼녀가 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예멘은 전통적으로 조혼(早婚)을 장려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혼도 불가능하다. 남편을 거부하는 아내는 ‘명예살인’이란 이름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주드는 겁내지 않았다.
2008년 4월, 열 살짜리 누주드는 20세 연상의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누주드는 1년 전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낯선 남자와 결혼했다. 남편은 누주드가 사춘기를 지날 때까지는 잠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혼 후 두 달 동안 누주드는 줄곧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다.
엄마가 된 아이들
남편이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에 보내줬을 때 누주드는 버스를 타고 친정이 아닌 법원으로 향했다. 무작정 법원으로 들어가 울면서 이혼하고 싶다고 소리쳤다. 그곳에서 인권 변호사 샤다 나세르를 만났다. “밤이 싫어요”라는 누주드의 한 마디에 나세르는 무료 변론을 해주기로 했다. 목숨을 건 이혼소송으로 누주드는 10세에 이혼녀가 될 수 있었다. 누주드의 소송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조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누주드는 그해 미국 여성 주간지 ‘글래머’가 주관하는 올해의 여성으로 뽑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 9월, 예멘 북서지역에 살던 8세 소녀 라완은 40대 남성과 강제 결혼했다. 소녀는 첫날밤을 치른 뒤 심한 장기 손상으로 인한 내출혈로 사망했다. 2010년 9월에도 예멘에서 결혼한 12세 소녀 파디야 압둘라 유세프가 출산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파디야는 사흘 동안이나 출산의 고통을 겪다가 아기와 함께 숨을 거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다. 파디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1세 어린 나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24세 농민과 결혼했다가 이런 변을 당했다.
라완과 파디야의 부모는 돈을 받고 어린 딸을 강제로 결혼시켰다. 예멘의 산부인과 전문의 사르와 엘라비 박사는 “소녀들은 다 자라기 전에 아이를 갖도록 강요당한다. 많은 소녀가 유산을 경험하며, 강요된 성관계로 인한 트라우마로 합병증을 앓게 된다”고 전했다. 유엔 인구기금(UNFPA)이 올해 낸 보고서 ‘엄마가 된 아이들’에 따르면 하루 2만 명, 매년 730만 명 이상의 10대 소녀가 아이를 낳는다. 그 가운데 하루 192명, 매년 7만 명이 임신·출산의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예멘 법엔 ‘딸의 결혼 시기는 부모가 결정한다’고 돼 있다. 나이와 상관 없이 딸을 강제 결혼시킬 수 있다. 특히 빈민가나 부족사회에선 조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난한 예멘에선 아이 양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혹은 신랑 측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어린 딸을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는 일이 허다하다. 2010년 예멘 보건사회부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전에 결혼한 여성이 전체 여성의 25%를 넘었다. 2006년 예멘 사나대학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 외곽지역의 경우 52%의 여성이 7~10세에 결혼한다.
조혼이 보편화한 것은 어린 소녀일수록 순종적이고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다고 믿는 문화 탓이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모하메드(27)는 “내 아버지는 67세, 어머니는 39세이다. 어머니는 7세 때 35세인 아버지와 결혼했다. 나는 10세 아내와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결혼할 때 미화 1000달러 정도의 지참금을 신부집에 ‘신부값’으로 줬다고 한다. “아내가 너무 어린데 결혼생활이 가능하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더 순결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가 8세일 때 결혼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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