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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구타, 성폭행, 명예살인…어린 신부 잔혹사

네 살짜리가 70대 노인에게 팔려간다

  • 김영미 │프리랜서 PD

구타, 성폭행, 명예살인…어린 신부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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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멘에선 어린 아내일수록 순결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적으면 4세에서 많으면 12세 정도의 소녀들이 강제로 결혼하고 있다. 부모들은 “딸이 나이가 들수록 세상 물정을 알아가면서 ‘나쁜 물’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멘에도 휴대전화와 위성방송 등이 보급되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세태에 물이 들면 아이가 타락한다는 것이다.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치안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서는 최근 강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모들은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딸들을 일찍 시집보내려 한다. 예멘 농부 하산 씨는 “열 살 된 딸이 예쁘다고 소문이 나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빨리 결혼시켰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지면 집안의 수치가 될 것이고 딸을 내 손으로 죽여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소녀들은 결혼을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부모 손에 이끌려 낯선 집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나의 빈민가에 살던 나디아(9)도 2년 전 7세 때 40세나 많은 남편과 그렇게 결혼했다. 나디아는 “아버지가 친척집에 간다며 예쁜 옷과 사탕을 사주셨다. 그래서 따라간 집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아버지가 사라진 뒤 나를 방에 가뒀다. 무서워 울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와 ‘지금부터 내가 네 남편이다’라며 강제로 옷을 벗겼다”고 첫날밤의 일을 설명했다. 남편과 실제로 성관계를 했느냐고 묻자 나디아는 “그렇다”고 짧게 말하곤 입을 다물었다. 이 어린 신부에게 첫날밤은 말조차 꺼내고 싶지 않은 잔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디아의 부모는 결혼 대가로 신랑 집에서 1500달러를 받았다.

범죄 예방 위해 早婚?

조혼 문화의 핵심은 바로 이 신부값이다. 가난한 부모가 거액의 신부값을 받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부의 나이가 어릴수록, 신랑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날수록 신부값은 올라간다. 3년 전 사나에서 4세 소녀가 70대 노인과 결혼할 때 신부의 아버지는 낙타 400마리와 땅을 신부값으로 받았다. 이러니 가난할수록 조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90세 노인이 15세 소녀를 신부로 사들인 경우도 있었다. 75세 연하의 신부를 얻기 위해 노인이 지불한 돈은 1만7500달러(약 1800만 원)로, 가난한 신부집엔 거액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신부가 첫날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다가 친정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화가 난 노인은 신부 부모에게 신부값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아동 인신매매,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는 전 세계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도 결혼 최저 연령이 없는 나라다. 단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성관계 가능 연령만 정해져 있다. 그래서 성관계만 보류한다는 형식적인 선서만 하면 한 살짜리 어린아이와도 결혼할 수 있다.

조혼을 이슬람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어린 신부를 양산하는 요인이다. 북예멘과 남예멘으로 분단됐던 예멘이 1990년 통일될 때까지만 해도 법은 ‘결혼이 가능한 최저 연령은 17세’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통일 당시 혼란한 틈을 타 최저 연령이 15세로 낮아졌다가 1999년에는 민법 개정을 통해 결혼 최저 연령 조항이 아예 없어졌다. 최저 연령을 정하는 투표를 실시하려 했으나 예멘 이슬람법령위원회가 이를 거절했다. 최저 연령 제정에 반대한 종교 지도자 모아메드 알 하즈미는 이런 논리를 내세웠다.

“서양에선 18세부터 어른으로 보는 것과 달리 우리는 사춘기가 되면 어른으로 간주한다. 위성방송 등으로 인해 젊은이들은 성적으로 흥분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섹스를 하는 것은 간통이고 이는 이슬람에서는 금지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결혼을 일찍 할 수 있게 허락하는 것이다.”

일부 성직자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9세 신부를 맞았던 점을 들어 조혼 풍습을 정당화한다. 조혼이 이슬람법에 의해 정당화하는 경향은 예멘뿐만 아니라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수의 이슬람 국가에서 나타난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잠파라 주 지사를 지낸 아메드 사니 예리마(49) 의원이 이집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소녀를 신부로 맞아들이기 위해 소녀의 부모에게 신부값 명목으로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줬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자 그는 “나는 나이지리아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이슬람의 전통을 따랐을 뿐”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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