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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북한

김정은, 체제 명운 걸고 시장화 개혁 나섰다

北, 메가톤급 경제개혁 착수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은, 체제 명운 걸고 시장화 개혁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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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앙계획시스템 해체…‘노동에 따른 분배’ 시작
  • ● 농업·산업 ‘초기 시장화’, 13특구·14개발구 ‘개방’
  • ● 북한 땅 휘감아 도는 말발굽 모양 특구 청사진
  • ● 道마다 개발구…“모든 나라에 개방…기업활동 보장”
김정은, 체제 명운 걸고 시장화 개혁 나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0월 13일 평양의 한 섬유공장을 방문해 이른바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북한 3대(代) 권력자 김정은이 12월로 세습 집권 2년을 맞았다. 독재는 여전하지만 김정일 시대보다 먹고사는 문제는 나아졌다.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주민의 생활 수준이 일정 정도 향상됐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이들은 도시의 외양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미교포 K씨가 최근 촬영해 온 평양의 종합쇼핑몰 해당화관 풍경은 “이곳이 북한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미스터리하게도 평양에 달러가 넘친다. 해당화관 식당가는 달러로 밥값을 받는데, 점심시간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K씨)

진 리 AP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의 변화가 깜짝 놀랄 만하다”고 전했다.

“우선 밤거리가 밝아졌다. 쇼핑가가 손님으로 북적인다. 3G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가 이뤄져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 슈퍼마켓 형태의 대형 상점이 잇따라 들어섰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의 주요 도시에도 수입품 상점이 등장했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북한 정권이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인민 생활 개선에 치중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한 것도 자신감의 발로라고 봐야 한다. 무시당하지 않을 수준의 핵무기를 갖춰 미국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 쪽 환경은 권력 승계 이후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화 조치 잇따라

북한 김정은 집단이 시장화(marketization·자유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로 나아가는 동시다발적 경제개혁에 나섰다. 북한에서 이뤄지는 경제개혁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초기 형태를 띠고 있다. 농업과 산업 분야에서 자본주의 요소 도입도 눈에 띈다.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연상되는 상황이다. 베이징에서 외자유치 업무를 하는 북한 관료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개선 조치가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업소와 협동농장의 자율성이 확대됐다. 기업소가 생산량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을 임의로 책정한다. 농민은 토지이용료, 물세, 비료대금, 전기료를 국가에 납부하는 대신 생산품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받는다. 농민들은 ‘횡재다’ ‘이게 꿈인가’ 하고 있다.

또한 공장과 기업소의 책임비서, 지배인이 생산 및 분배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앙에서 각 기업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을 하달해 비효율이 발생했다. 기업들은 서로 계약을 맺어 원자재를 조달하고 생산제품을 판매한다. 중앙계획시스템이 해체된 것이다. 각 기업이 독자적인 계획을 수립해 원자재 사용 및 노동자 고용 규모를 결정한다.”

‘신동아’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경제개선 조치, 비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경제개선 내용이 담긴 북한 당국 문건 등을 종합해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를 들여다봤다. 5월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정령 제3192호로 채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개발구법’과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최근 작성한 A4용지 27장 분량의 13개 경제개발구 투자제안서도 입수해 분석했다.

북한은 농업관리와 기업관리에서 1980년대 중국 수준으로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9개 경제특구와 4개 관광특구를 통해 외자를 유치할 계획도 세웠다. 동해, 황해 연안과 북중 국경지역을 말발굽 모양으로 잇는 특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또한 최근엔 14곳의 지역 맞춤형 경제개발구를 추가로 지정했다. 나선과 황금평·위화도, 개성공단, 금강산 등 북한 땅의 끝자락만 개방하던 기존의 ‘모기장’(외부와 철조망으로 차단된 곳)식 특구와 달리 북한의 전 지역을 외자유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특징이다.

농업관리와 기업관리 분야에선 ‘시장화 개혁’에, 특구와 개발구에서는 ‘개방’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시장화 개혁 및 개방을 네 갈래로 나눠 살펴보자



① 농업에서의 시장화 개혁

농업관리 개선은 북한 경제개혁의 출발점 격이다. 북한 당국은 그간 중국이 1978년 가족 단위 경작제를 도입해 자본주의 바람이 불게 됐다면서 비판해왔다. 사회주의 국가가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할 때 농업 개혁은 필수다. 가장 낮은 수준의 개혁은 협동농장을 유지하면서 생산 과정 및 생산물 처리 과정에서 농민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인 개혁은 협동농장을 5인가량으로 이뤄진 분조로 쪼개 재편하는 것이다. 개인농(農) 도입은 최종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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