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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 ‘팩트’로 똘똘 뭉쳐 외부 약자 철저 배척

일베, 오유, MLB파크, 디시… 여론 지형 바꾸는 온라인 커뮤니티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유일무이 ‘팩트’로 똘똘 뭉쳐 외부 약자 철저 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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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파크 “박근혜 책임져야”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소셜 미디어 분석업체 트리움에 의뢰해 10월 한 달간 각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50개 글과 댓글을 분석했다. 추천 상위 50개 글과 댓글에 공통적으로 언급된 키워드와 그 관계를 파악해, 연결성을 찾으면 결국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의견을 알아낼 수 있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가장 많이 오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MLB파크’였다. 본래 메이저리그 등 국내외 야구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트인 MLB파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시작하는 등 다소 진보성향이 강한 사이트로 평가된다. 특히 이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인 ‘불판’에서는 정치적 토론이 활발히 이뤄진다. 지난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회원 인증’을 한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MLB파크에서 가장 많은 연결망(반복적으로 언급)을 가진 단어는 ‘새누리당’ ‘사실’ ‘후보’ ‘대통령’ ‘책임’ 등으로 나왔다. 이는 MLB파크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에 많은 회원이 동조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00년대 인터넷 커뮤니티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일베의 산파 구실을 한 디시의 경우 지난해 ‘일베’ 분리 이후 정치색을 쫙 빼고 ‘순수 오타쿠(특정 취향을 강하게 가진 팬) 천국’으로 회복됐다. 디시를 분석하니 몇몇 해외 스타 이름과 함께 ‘조공’(스타에게 선물을 하는 것을 빗대는 말) ‘총알’(조공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 ‘배송’ ‘행복’ ‘내한’ 등의 키워드가 연결망 중심에 위치했다. 한때는 가장 진보적이고 정치적이던 디시가 드라마, 영화, 연예인 등에 대한 ‘갤러리’ 중심의 동호회로 돌아온 것. 디시 김유식 사장은 “일베가 생기면서 디시에 있었던 문제아들이 사라졌다. 이제 청정 공간이 됐고 공개된 장소에서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커뮤니티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였던 SLR클럽에는 ‘결혼’ ‘아내’ ‘아침상’ 등 일상과 관련된 키워드가 관계망 중심에 자리했다. 대다수 커뮤니티는 본연의 역할보다 상호작용의 광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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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들 커뮤니티에는 초기 관심분야 외에도 소소한 일상생활이나 정치, 경제, 사회 등 이슈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4월 발간한 보고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사회관계 형성 메커니즘 비교’를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는 익명으로 운영되고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동등한 교류를 해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다. 연대의식과 동질성을 얻은 경우 SNS, 메신저, 전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도 관계를 맺는다”고 밝혔다. 이제 커뮤니티는 몇몇 마니아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촛불시위’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과 결합해 여론을 주도하는 최고의 장으로 성장하는 계기였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이전에는 주로 좌파 위주였던 온라인 여론이 우파 쪽으로 몰려가면서 점차 의견이 다양해 지고 폭이 넓어졌다.

일베의 확산성

일베는 2010년 개설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머 사이트로 성장했다. 일베는 본래 디시인사이드의 19금 유머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점차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일베에서 화제가 되면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는 식으로 커뮤니티 여론을 이끌고 있다. 한 아이돌 가수가 일베 용어인 ‘민주화’(획일화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은어)라는 말을 방송에서 썼다가 구설에 오르거나, 일베가 만든 신조어와 유머 코드가 젊은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통해 일베가 많은 네티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베 이용자들은 ‘일부심’(일베 자부심의 준말)을 느끼며 더욱 자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넷심(net心)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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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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