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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재앙 부른 나치즘 경전 왜곡된 민족주의 반면교사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인류 재앙 부른 나치즘 경전 왜곡된 민족주의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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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재앙 부른 나치즘 경전 왜곡된 민족주의 반면교사

나의 투쟁<br>아돌프 히틀러 지음, 이명성 옮김, 홍신문화사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중심 인물인 독일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이 명언만큼 아우슈비츠(폴란드 지명 오시비엥침) 수용소의 참극을 웅변하는 말도 찾기 어렵다. 일부 문학인이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비약시킨 이 말(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연상한 의도적 오역이라는 견해도 있다)은,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떠올려보면 더 이상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懷疑)와 비탄의 동의어다. 한 신학자는 이 말을 비틀어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신학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돌프 히틀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우슈비츠다. 히틀러가 이끈 나치 독일은 이곳에서 250만∼4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아우슈비츠는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의 상징어가 됐다.

전 세계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참극의 역사는 히틀러의 유일한 저서인 ‘나의 투쟁’(원제 Mein Kampf)에서 이미 시작됐다. ‘철저한 인종주의자, 군국주의자, 극우 보수주의자인 히틀러는 지독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유대인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이 책 곳곳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저주의 눈빛이 번뜩인다. “유대인은 유목민도 아니고 늘 다른 민족의 체내에 사는 기생충일 뿐이다. 더구나 그들이 종종 지금까지 살고 있던 생활권을 버린 것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때에 따라 악용한 숙주 민족에 의해 추방당했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독일 패전 책임을 유대인에게 돌렸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 사고



이 책에 나타난 히틀러의 인종차별적 사고는 표독하고도 뿌리 깊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에서 눈에 띄는 인종집단 때문에 나는 불쾌했다. 체코인, 폴란드인, 헝가리인, 루마니아인, 세르비아인, 그루지야인 등 여러 민족의 혼합은 혐오스러웠다. 특히 인류의 영원한 박테리아는 더욱 불쾌했다. 유대인, 또 유대인이었다.” “자연은 약한 개체와 강한 개체의 결합을 원치 않는다. 열등한 민족과 우수한 민족의 결합 또한 바라지 않는다. 그런 결합으로 인해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독일 민족의 주류인 아리안 족에 대한 히틀러의 자긍심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아리아 인종은 지적 능력보다는 오히려 자기 능력의 일부를 사회를 위해 기꺼이 바치는 점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다. 오늘날 아리아 인종이 세계에서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원인은, 다른 민족의 이기적 관념에 대립하여 이상주의적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적으로 우월한 강자만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그 과업을 떠맡아야 하는 것이 세계사적 사명이다.”

히틀러는 이 책에서 독일 국민에게 순수혈통 보전을 다그친다. “우리의 투쟁 목적은 우리 인종, 우리 민족의 존립과 증식의 확보, 자손들의 부양, 혈통의 순결성 유지, 조국의 자유와 독립에 있으며, 우리 민족이 만물의 창조주에게서 위탁받은 사명을 달성할 때까지 생육하는 데 있다.” 그는 후손들에게 인종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대중 선동과 선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을 길게 서술하고 있다. “선전이란 대중이 가슴 속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나아가서는 이들의 속마음을 사로잡기에 적당한 심리적 수단을 찾는 것이다.” “선전은 모두 대중적이어야 하며, 그 지적 수준은 선전이 목표로 하는 대상 가운데 최하 부류까지도 알 수 있을 만큼 조정되어야 한다. 끌어들여야 할 대중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순수한 지적 수준도 더욱 낮추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눈을 가리는 심리 선전술에 대해 이렇게 썼다. “민중의 압도적인 다수는, 냉정한 숙고보다는 차라리 여성처럼 감정적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감정은 복잡하지 않으며, 매우 단순하고 폐쇄적이다. 그들의 감정에는 음영이 거의 없고 오직 대립만 존재할 따름이다. 즉 이쪽 절반은 그렇고 저쪽 절반은 그렇지 않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다. 애정인가 증오인가, 긍정인가 부정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하는 것뿐이다.”

그는 ‘대중을 속이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거짓말을 진실로 믿어야 한다’고 나치당원들을 부추긴다.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믿게 된다.” “대중의 이해력은 매우 부족하며 잊어버리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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