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교란 교각 없이 주탑에서 내린 케이블만으로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교량이다. 우뚝 솟아오른 100m 높이의 주탑 두 개가 마치 서로 힘을 겨루는 듯 긴장을 유지하며 균형을 잡고 있다. ‘사람 인(人)’자로 주탑에서 내려온 60개의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팽팽하게 지탱한다. 동서가 대칭을 이룬 모양에서 섬세한 균형미가 느껴진다.
2009년 7월 착공해 현재 주탑 설치를 마치고 마무리 공사 중인 동이1교는 경남 거창에서 경기 파주까지 이어지는 국도37호선 공사의 일환으로, 경기 파주시 적성면과 경기 연천군 전곡읍을 잇는 ‘적성-전곡 도로건설공사 2공구 지역’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선형(線形)이 좋지 않고 차도 폭이 좁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상습 교통 정체 구간으로 사고 위험도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노후 차로를 개선하고 파주, 연천, 포천 지역 교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을 발주했다. 총 사업비는 634억 원으로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다.
홍수 막고 환경 보전

경기 연천군 임진강-한탄강 합류지점에 건설 중인 ‘동이1교’ 조감도.
동이1교는 교량 길이가 비교적 짧아 비용 절감을 위해 현수교가 아닌 사장교 방식을 채택했는데, 여기에 현수교의 건설 특징인 ‘앵커리지’를 도입한 것이 주목된다. 앵커리지란 주탑 아래, 현수 케이블의 끝을 부착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다리를 더욱 견고하게 해준다. 문형찬 현장소장은 “동이1교는 사장교의 경제성과 현수교의 안전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며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흔치 않은 최첨단 기술과 시공 노하우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교각 대신 다리를 지탱하는 것은 케이블이다. 직경 0.6인치 와이어 7가닥을 꼬은 것을 다시 엮는 방식으로 총 60개의 케이블을 현장에서 만들었다. 현장에서 일일이 꼬아 만들다보니 케이블 하나를 만드는 데 이틀이 꼬박 걸리기도 한다. 케이블은 각 203~902t의 무게를 지탱한다. 이 다리를 만드는 데 쓰인 케이블을 모두 이으면 무려 502km에 달한다. 서울-부산 거리(약 390km)보다 100km 이상 길다.
“산골짜기에 이런 다리가!”
동이 1교가 이처럼 ‘교각 없는 다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연천 지역은 강의 수위가 높고 물살이 빨라 홍수가 잦다. 특히 이곳은 2009년 9월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에서 예고 없이 강물을 대규모로 방류하는 바람에 야영객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곳에 교각을 세우면 임진강의 물 흐름을 방해해 비가 많이 올 때 큰 홍수가 날 수 있다. 케이블로 교량을 지탱하면 홍수 예방은 물론, 교각이 물 속에 잠기지 않으니 환경 보전 효과도 크고 건설비용도 줄일 수 있다.
사장교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점은 미학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실제 동이1교 주탑이 세워지면서 인근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연천군은 지난가을,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포화가 멈춘 땅에 남은 전쟁의 상처를 보듬자’는 의미에서 차탄리 포병훈련장에 아름다운 꽃길을 조성해 ‘연천읍 코스모스 둘레길’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