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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72만 교직원 100세 시대 공제회 자산 100조 시대 준비”

이규택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72만 교직원 100세 시대 공제회 자산 100조 시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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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와 원칙, 그리고 친박연대

이규택 이사장의 이력은 파란만장하다.

“돌이켜 보니 그동안 몸담은 직장이 12곳이나 되네요. 중학교, 중앙일보, 동양방송, 제일제당, 삼성전자, KBS….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스와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는 제가 직접 창단하기도 했죠. 그 인연으로 지난 5월 삼성과 한화 경기에서 기념 시구를 했는데 기분이 묘하더군요.”

▼ 1980년대 중반,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다 재야 민주화운동에 투신했습니다.

“이부영, 이경재 등 해직기자들과 친했어요. 이원홍 당시 KBS 사장이 불러서는 ‘한 번만 더 빨갱이들과 어울리면 자르겠다’고 야단을 치기도 했죠. 그렇다고 오랜 동료들과 절교할 수는 없잖아요. 계속 인연을 이어가다 결국 회사에서 잘렸죠. 이를 계기로 백기완 선생을 돕다가 김덕룡(민화협 상임의장)의 소개로 민주산악회에 참여하고, 민추협 활동을 하다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도 당하고, 감옥에도 갔죠.”



그는 6월 민주항쟁을 주도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에서 활동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이끄는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1990년 3당 합당 때 YS를 따르지 않고 노무현, 김정길 등과 함께 통일민주당에 남았다. 1992년, 1996년 총선 때는 여당 강세 지역인 경기도 여주에서 연거푸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1996년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3당 합당 때 안 따라간 건 단순해요. 엊그제까지 전두환, 노태우 욕을 했는데 어떻게 그 품에 들어가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죠. YS가 직접 설득했지만 거절했어요. 1996년에도 마찬가지예요.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명분 없이 정계 복귀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민주당 의원 대부분을 데려갔어요. 정도가 아니다 싶어 한나라당으로 온 거죠.”

2008년엔 ‘친박’이란 이유로 총선 공천을 못 받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날 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어떻게 해요…’ 하며 걱정을 하는데, 나도 난감해서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다음날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나를 비롯한 공천 탈락자들이 모였는데, 당신도 답답하지만 위로하는 것밖에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때 박 대통령이 한 말이 ‘살아서 돌아오라’였죠.”

그는 이를 계기로 친박연대를 주도했다. 비록 자신은 낙선했지만 친박연대는 24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박근혜 파워의 실체를 확인시켰다. 만약 친박연대가 총선에서 실패했다면 박근혜의 대선 가도도 거기서 끝났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친박연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72만 교직원 100세 시대 공제회 자산 100조 시대 준비”
아내와 색소폰

하지만 그는 낙선했고, 그로 인한 좌절도 컸다. 그때 힘이 되어준 게 색소폰이라고 한다.

“지역구에 내려가면 당원들과 소주 한잔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가는 게 코스였어요. 그런데 2007년에 아내가 느닷없이 색소폰을 배우라는 거예요. 여성 유권자를 홀리는 데는 색소폰 연주가 최고라나…직접 등록까지 해주더군요. 선거 때문에 열심히 배웠는데, 공천 탈락으로 써먹지도 못했죠(웃음).”

아내 이재옥 씨는 그 직후 뇌종양이 발병해 4년 동안 투병하다 2012년 11월 작고했다. 17년 동안 식당을 하며 그의 정치인 생활을 온몸으로 뒷바라지해준 아내였다.

“마지막엔 너무 힘들었어요.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데다, 아내는 생사를 헤매지…. 긴 병간호에 장사 없다고, 아픈 아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동안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기도 하고…. 아내 죽을 땐 나도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그때 큰 힘이 되어준 게 색소폰이죠.”

배려하고 존중하자

▼ 지금도 자주 부나요.

“재능기부를 통해 많은 분과 즐거움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영월교도소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했고, 독일 작센 유스윈드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했어요. 지난 3월 열린 공제회 대의원회에서도 색소폰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죠. 이제 색소폰은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어요. 직원들에게도 무슨 악기든 좋으니 하나씩 배우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 색소폰의 매력이 뭔가요.

“색소폰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어요. 꾸준히 연주하다보니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폐활량도 좋아지고, 악보를 외우다보면 기억력 향상에도 좋습니다. 제 연주에 즐거워하는 청중 모습을 보는 것도 기쁜 일이고요.”

이규택 이사장은 대변인, 원내총무, 최고위원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그런 만큼 요즘 정치판을 보는 심경이 남다를 것 같다.

“우리 때는 여야가 싸우더라도 뒤로는 대화를 많이 했어요. 원내총무 때 파트너였던 정균환 의원과는 지금도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죠. 그런데 요즘은 너무 각박해졌어요.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고.”

그는 노무현 정권 초기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지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전에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하기도 했어요. 며칠 후엔 여야 원내총무를 불러 같이 밥도 먹었죠. 밥 먹으면서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했죠. 예를 들어 참여정부 첫 총리로 고건 씨를 임명했는데, 요즘 잣대로 보면 청문회 통과가 힘들었어요. 우선 군대를 안 갔으니까.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 ‘신접생활 6개월은 봐줘야 한다’며 통과시켜줬죠. 그땐 그런 배려가 있었어요.”

▼ 후배 의원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상대를 인정하고 대접해줘야 해요. 상대가 있으니까 자기도 존재하는 거예요. 정치란 게 결국 국민을 위한 일인데, 서로 원수처럼 대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요. 상대를 적으로 보지 말고 동지로 봤으면 좋겠어요.”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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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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