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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프랑켄슈타인’ 출간 200년

인공장기 넘어 인간 복제 꿈 프랑켄슈타인이 된 과학자들

  • |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프랑켄슈타인’ 출간 2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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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엄마 메리 셸리

마침 올해는 메리 셸리(1797~1851)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펴낸 지 딱 200년 되는 해다. 셸리는 만 스무 살이던 1818년 1월 1일 영국 런던에서 이 소설을 익명으로 펴냈다. 그가 ‘프랑켄슈타인’의 저자로 세상에 알려진 건 한참 뒤인 1923년 프랑스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되면서였다. 

많은 사람이 ‘프랑켄슈타인’을 읽지도 않고 내용을 안다고 착각한다. 소설이 워낙 유명하거니와 1910년 최초로 영화화된 뒤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학자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한 괴물이 있다. 

오늘날 신(神)에 도전한 과학자의 상징이 된 프랑켄슈타인은 모델이 있다. 바로 셸리와 같은 시대를 산 유명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1778~1829년)다.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한 데이비는 잘생긴 외모와 유려한 입담으로 당대의 유명 인사가 됐다. 귀부인을 상대로 한 그의 강연은 인기가 하도 많아서 강연장 주변이 마차로 막힐 지경이었다. 

셸리 역시 데이비의 화학 강의를 들은 귀부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특히 ‘생명의 정수’가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데이비의 주장에 매혹됐다. 셸리는 소설을 쓰면서 그의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인조인간(괴물)을 창조한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이 그것에 생명의 정수를 불어넣는 대목은 그렇게 태어났다. 

오늘날 과학자 대다수는 생명의 정수 같은 것이 따로 없다는 데 동의한다. 생명의 정수는 다시 말하면 ‘영혼’이다. 과학자, 종교인을 포함한 수많은 이가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을 계승하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가 다양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나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후배 한 명은 오래전 교통사고가 나서 왼쪽 다리뼈가 으스러졌다. 지금 그의 왼쪽 다리뼈 상당수는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인공 뼈다.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가슴 성형은 어떤가. 미용 목적의 가슴 확대 수술은 20세기 후반부터 진행됐으나 지금처럼 인기를 끈 것은 21세기 벽두부터다. 실리콘 재질의 주머니(외피)에다 실리콘 겔(젤)을 채운 보형물을 사용하는 게 대세다. 

타인의 장기나 인공장기 이식 또한 최근엔 일반적인 일이 됐다. 1950년 처음으로 신장 이식이 이뤄졌고 이제는 간, 심장, 췌장, 소장 등 다양한 장기를 타인에게서 이식받는 게 더 이상 특별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비단 장기뿐 아니라 인체를 이루는 기관 대부분을 이식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장기이식 자체보다 오히려 장기 확보가 문제다. 음성적인 장기 매매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과학자 여럿은 줄기세포에서 개인에게 맞춤한 장기를 배양하는 일을 꿈꾼다. 인간 배아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는 이론상으로는 인체 어떤 조직으로든 분화할 수 있다. 실제로 과학자가 줄기세포를 배양해 소장, 대장, 위 세포 등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기관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했다.


장기이식의 미래는 인간 복제?

자, 그렇다면 환자에게 이식해야 할 장기를 말 그대로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는 다 자란 세포를 다시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일이 가능함도 보였다. 이런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만든 뒤, 그것을 이용해 필요한 장기를 만드는 일이 과학자가 꿈꾸는 장기이식의 미래다. 

또 다른 미래도 있다. 다른 동물(이종)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간 장기이식이다. 예를 들어 쉽게 구할 수 있는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해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몇 가지 심각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의 면역 거부 반응이다. 사람과 돼지는 유전적 구성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기를 이식할 때도 면역 거부 반응이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데,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잠재적인 문제는 돼지 안에 있는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다. 돼지에게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세균 또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무균 돼지’를 만들었다. 그래도 문제가 남는다. 바로 일반인이 가진 거부감이다. 

돼지 심장을 내 몸에 이식하는 것을 흔쾌히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종 간 장기이식의 미래가 불투명한 결정적 이유다. 이 대목에서 ‘프랑켄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소설이나 영화 속 상상력을 음미해보는 일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2005년 펴낸 ‘나를 보내지 마’가 그에 대한 작품이다. 

이 소설 배경은 복제 인간으로 태어난 청소년이 교육받는 기숙학교다. 겉으로는 낭만적인 청춘 성장소설 모양을 한 이 소설에는 사실 끔찍한 반전이 숨어 있다. 소설 속 복제 인간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 자신의 장기를 치료용으로 내줄 운명이기 때문이다. 마침 ‘나를 보내지 마’와 같은 해에 등장한 할리우드 영화 ‘아일랜드’도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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