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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김해경’의 가족 이야기

‘오빠 이상, 누이 옥희’ 펴낸 정철훈 작가

  • |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인간 김해경’의 가족 이야기

이상(李箱)은 정철훈(59) 작가의 고교 시절 ‘로망’이었다. 이상에게 흠뻑 빠져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로 시작하는 작품 ‘날개’를 줄줄 외우고 다니던 소년은 대학 졸업 후 일간지 문학전문기자가 됐고, 1997년 ‘창작과 비평’에 ‘백야’ 등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도 했다. 2014년 가을 신문사를 퇴직한 그가 처음 시작한 일이 이상을 주인공으로 한 책 집필이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당초 정 작가가 쓰려 한 건 이상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자료를 모아갈수록 허구보다 더 매혹적인 실제가 정 작가의 붓길을 가로막았다. ‘천재 이상’의 광휘 아래 감춰져 있던 ‘인간 김해경(이상의 본명)’의 얼굴이 하나둘 드러날수록, 이 모습을 좀 더 찾아내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갔다. 특히 2015년 2월, 이상의 조카가 자기 집 근처에서 식당을 하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책의 방향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상에게는 생전 그가 ‘나의 유이한 이해자’라고 할 만큼 아끼던 여동생이 있었다. 그 ‘옥희’가 연인과 함께 만주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나자 이상은 1936년 8월, 문예지 ‘중앙’을 통해 공개편지를 띄운다. 이 글에서 ‘망치로 골통을 얻어맞은 것처럼 어찔어찔하다’면서도 동생에게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고 말하는 이상의 모습은 정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로 그 ‘옥희’의 아들이 정 작가 집에서 도보로 닿을 만한 거리에서 막국숫집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옥희’는 만주로 함께 떠났던 남자와 가정을 이룬 뒤 한국에 돌아와 정착한 터였다. ‘오빠 이상, 누이 옥희’는 정 작가가 그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구성한 이상의 가족사다. 정 작가는 이상 사후인 1964년 동생 김옥희 씨가 ‘신동아’에 기고한 글 ‘오빠 이상’ 등 그동안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문헌 자료 등도 덧붙여 이상과 그 가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간다. 천재 문인이면서 동시에 한 가정의 아들, 남편, 오빠였던 이상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 건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자 애쓴 작가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신동아 2018년 3월호

|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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