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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시를 걷다

‘북쪽의 로마’라 불린 폴란드의 정신적 수도

폴란드 크라쿠프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북쪽의 로마’라 불린 폴란드의 정신적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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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건축물 속 현대적 쇼핑몰

광장 하부에는 광장 지하 중앙박물관(The underground square central museum)이 있다. 2010년 개관했다. 약 6000㎡나 되는 전시장은 크라쿠프의 삶과 역사를 영상으로 재창조한 주 전시 ‘크라쿠프의 유럽적 정체성의 발자취(In the footsteps of Krakow′s European identity)’ 등을 갖췄다. 12세기 공방들과 지하수로,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주거지 부분 유적, 복원된 중세 상인의 가게와 교역 루트 등 중세 구조물도 부분적으로 남아 있어 발굴 현장을 겸한다. 재미와 실용을 곁들인 어린이 체험관이 특히 인상적이다.

광장 남쪽 끝자락에는 파사즈 13이라는 쇼핑 아케이드가 있다. 13세기 유럽 상업의 중심지이던 타운하우스(old Rynek townhouse)인데, 역사 건축물을 발굴하고 일부 보존한 뒤 디자이너 부티크, 고딕 와인바, 이탤리언 델리 등의 가게를 입점시켜 쇼핑몰로 활용하고 있다. 원래의 석재 문틀이나 창틀 등은 그대로 둔 채 최첨단 상업시설로 이용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야기엘론스키 대학교는 폴란드의 자랑이다. 폴란드 고등 교육기관 중 가장 오래됐으며, 중부 유럽에서는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크라쿠프가 폴란드 수도이던 1364년 카지미에시 대왕(Kazimierz III Wielki)이 설립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이 이 대학을 졸업했고, 파우스트 박사가 16세기에 이 대학에서 연구했다고 한다. 건물을 연결하는 안뜰은 ‘교수들의 정원’이라고 부르며, 내부에는 당대 과학실험 도구들을 전시하고 있다. 정원에 대한 최초 기록은 1467년에 씌어진 것인데, 현재 정원은 2010년에 재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북쪽의 로마’라 불린 폴란드의 정신적 수도

사각형 백색 탑형의 플로리안스카 성문. 폴란드 고딕 건축의 걸작 중 하나다.

1893년 건립된 율리우시 스워바츠키 극장(Teatr im. Juliusza Słowackiego)은 당대 유럽에서 최고로 간주되던 바로크 극장을 모델 삼아 지었다고 한다. 주 모델은 토니 가르니에가 설계한 파리 오페라 극장. 극장 이름은 1909년 폴란드 국민시인 율리우시 스워바츠키(Juliusz Słowacki)의 이름에서 따왔다. 건립 당시 시각예술, 연기, 음악, 조명, 드라마 등을 총망라하는 종합 극장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매우 아방가르드한 발상이었다고 한다.



이 구시가지에서 주목할 것은 곳곳에 조성해놓은 건축물 모형들과 그런 구시가지를 에워싸는 녹지다. 녹지는 수목 터널의 형태라 산책하기 그만이고,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경계 구실도 해주기 때문에 구시가지로 들어설 때마다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절로 느끼게 한다.

차르토리스키 박물관(Czartoryskich Art Museum)과 연결된 다리를 지나면 플로리안스카 성문이 보인다. 사각형 백색 탑형의 성문은 폴란드 고딕 건축의 걸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성문은 크라쿠프 역사지구의 구도심으로 통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터키군의 공격에 대비해 14세기경 자연석으로 축성한 도시 성벽의 일부분인데, 도심 쪽 벽에는 시민들의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성문 밖으로는 일부만 남은 옹성이 있다. 유럽 역사도시 대부분은 성벽이 에워싼 요새 같은 성곽도시다. 무수한 침략의 대상이던 크라쿠프도 예외가 아니다. 적벽돌의 옹성 내부에는 크라쿠프 시민들이 돌을 던져 적의 침입을 막았다는 전설의 돌더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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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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