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터뷰〉 김병준 “김진태, 징계해야겠지만 출당은 말 안 된다”

한국당 비대위원장 마무리…“박근혜 불구속 재판 촉구로 힘 모아야”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인터뷰〉 김병준 “김진태, 징계해야겠지만 출당은 말 안 된다”

  • ● “하늘에 맹세코 5·18 공청회 개최 몰랐다”
    ● “황교안, 당이 숨 쉴 만하니 나타나 밥솥까지 긁으려”
    ● “오세훈, 무상급식 투표로 보수 몰락 계기 제공”
    ● “홍준표, 부실기업 만들어놓고 ‘그 기업 내 거다’ 해”
    ● “당 쪼개질까봐 ‘박근혜 끝장토론’ 못 해”
    ● “총선 험지 출마, 당의 희생 요구 따를 것”
    ● “대권주자로서 경쟁력은 국가정책 다뤄본 경험”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2018년 6월 13일. 자유한국당이 산산조각 나 무너져 내렸다. 한국당은 광역자치단체선거 17곳 가운데 14곳에서 졌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24명 중 한국당 후보는 116명(17.9%)에 그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조차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같은 해 7월 16일.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됐다. 김 위원장은 ‘신동아’ 2018년 8월호에서 “국가가 한쪽으로 기울면 안 되는데 한쪽이 무너져도 너무 무너졌다. 균형이 안 맞으면 서로 무리가 온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나 이것부터 물었다.

- 무너진 한쪽이 재건됐습니까?

“아직 멀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지도를 상당히 회복하긴 했는데, 그 뿌리가 단단하지 않아요. 힘의 균형이 잡히기에는 너무 먼 것 같습니다.”


“대통령 주변의 이념집단”

- 초반에는 탈국가주의 논쟁도 펼치셨는데요, 최근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가치 논쟁은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에 ‘i노믹스(i-nomics)’를 내놨습니다. 기업과 국민을 붙들고 있는 규제와 권력의 압제를 풀어 스스로 뛰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어요. 이런 정신이 i노믹스 철학 곳곳에 묻어 있어요. 과거의 자유한국당은 국정교과서처럼 국가권력이 비대해지는 일을 했거든요. 이제는 이런 데서 벗어나야 해요. 시장과 시민사회가 기둥이 돼야 하고 국가는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게 맞죠.”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해주는 게 골자인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정부가 규제를 풀 수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의사결정자 주변에 노조 같은 이념집단들이 다 몰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규제 곳곳에 얽힌 집단과 싸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 말인가요? 

“민주노총뿐인가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개정에 누가 반대했습니까. 참여연대 같은 단체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분들은 분배만 생각하지, 성장을 생각하는 집단이 아니거든요. 그 사람들과 싸우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진즉에 규제를 풀었지, 왜 못 풉니까.”


“야, 김병준이다. 잡아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13일 국회를 방문한 광주 5·18 관련 단체 및 시민단체 대표단에게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13일 국회를 방문한 광주 5·18 관련 단체 및 시민단체 대표단에게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시곗바늘을 2월 8일로 되돌려보자. 이날 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지만원 씨를 국회로 불렀다.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북한군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라는 이름의 행사에서 지씨에게 주제 발표를 맡기기 위해서다.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은 행사장에서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신동아’와 만나기 하루 전날, 김 위원장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자신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세 의원의 의원직 사퇴, 혹은 국회 차원의 제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달라고 하셨는데, 당 지도부가 공청회 개최를 몰랐을 리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하늘에 맹세코 몰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제소한 겁니다. 쇼 아니냐 하는데, 아니에요. 나를 제소함으로써 우리의 잘못된 시스템과 관행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하는 겁니다. 당 지도부가 당내에서 어떤 공청회와 회의가 열리는지 쫓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나도 그걸 모르고 현장을 지나갔습니다.” 

- 공청회 현장을 지나갔다는 말인가요? 

“다른 행사 축사를 하기 위해 앞을 지나가는데, 보니까 싸움이 벌어진 거예요. 길을 막고 있길래 수행비서 통해 알아보니 지만원 씨가 와서 5월 단체와 지씨의 지지 세력 간에 싸움이 붙었다는 겁니다. 앞을 지나가는데 ‘야, 김병준이다. 잡아라!’ 뭐 온갖 소리 다 들리고 잡힐 뻔하고…. 알았으면 거기로 안 갔죠.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고, 입법 활동을 하는 데 당 지도부에 뭐 하는지 신고해라 이럴 수 없잖습니까. 그래서 가만히 뒀는데, 이번 일 겪고 보니 이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그 잘못된 문화와 관행을 김병준의 이름으로 제소하는 겁니다.” 

- 세 의원에 대해 윤리위 절차를 밟아 징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있습니까? 

“의지가 분명히 있죠. 지만원 선생은 북한군 개입설을 워낙 강하게 주장하는 분이라 당에서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을 못 하겠다고 한 사람이에요. 비대위원장으로서도 지씨 추천은 무리라고 했고, 이미 언론에 보도까지 됐습니다. 그런데 (세 의원이) 그런 분을 모셔다 이런 일을 만든 겁니다. 잘못된 일이죠. 그래서 징계는 하는데, 다만 징계 수위가 5월 단체나 광주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수 있죠. 우리는 우리대로 판단이 있잖아요. 김진태 의원은 현장에 없었어요. 공청회에 이름을 빌려준 죄는 있지. 영상 축사를 보냈는데, 그 안의 내용은 잘못된 게 없어요.” 

김진태 의원은 영상 축사에서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 힘을 모아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김 위원장의 말이다. 

“이런 경우 과연 이 사람을 출당시키는 게 말이 됩니까? 안 된단 말이에요. 그 출당시키라는 요구와 우리의 입장이 다를 수가 있죠. (이번 일로) 5·18 유공자들께서 굉장히 불쾌하고 화가 나실 겁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요구와 우리의 처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징계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저는 의지를 갖고 있죠. 그러나 윤리위원회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죠.” 

- 그간 한국당을 포함해 야권은 여권을 향해 ‘산업화의 성취를 부정하지 말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문제가 된 5·18 발언과 같은 식이면 한국당을 향해 ‘민주화의 역사를 부정하지 말라’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자유한국당의 당론도, 다수의견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겁니다.”


“‘황·오·홍’의 씻김굿”

1월 24일 김 위원장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권하면서 “황 전 총리가 나오면 친박(친박근혜) 프레임,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황 전 총리의 관계는 미묘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2016년 11월 2일 김 위원장을 새 국무총리로 내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사실상 지명을 철회했다. 덕분에 황 당시 총리가 직을 유지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는 ‘대통령권한대행’까지 맡았다.

- 최근 황 전 총리를 두고 ‘배박(背朴)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실 우리 당에 실질적으로 친박, 비박(싸움)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 황 전 총리가 과거 친박으로 분류됐던 분들의 지원을 다 받느냐? 그렇지 않거든요. 탈당파와 비박의 대표 중진들이 앞장서서 오세훈 전 시장을 지지하느냐? 아니거든요. 다만 황 전 총리는 그런 프레임에 휩싸일 위험성이 높다고 제가 우려했던 겁니다. 총선 때 그 프레임 속에 헤맬 가능성이 커요. 선거를 공격적으로 치러야 하는데, 수세적으로 치를 수가 있어요.”

-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면 친박 프레임에 빠질 것이다?


“네. 그래서 출마 안 해줬으면 했는데, 본인이 출마하셨잖아요. 내가 말릴 방법이 없죠. 출마하시고 난 다음에는 도리가 없는 거예요. 전당대회가 조금이나마 국민 관심을 끌려면 황 전 총리의 ‘카운터파트’가 있어야 해요. 혹여 상대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 전 시장이 주효한 상대로 다시 나타나주셨어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 당초 보이콧했던 오 전 시장에게 직접 전당대회 복귀를 설득했습니까?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오 전 시장에게만 말한 건 아니고요, 후보 여러분께….”

- 황 전 총리뿐 아니라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에게도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2020년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함으로써 당에 기여하고 당이 새롭게 되는 데 앞장서달라”고 하셨죠.

“세 분(황교안, 오세훈, 홍준표) 모두 명분이 별로 없어요. 황 전 총리는 당이 어려울 때 대통령 출마해달라니까 안 해주고, 서울시장 출마해달라니까 그것도 안 해주고. 당 어려울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당이) 조금 숨 쉴 만하니까, 홍 전 대표 말마따나 밥 지어놓으니 숟가락만 들고 나타난 정도가 아니라, 밥솥까지 긁으려 하고 있단 말이에요.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걸면서 당과 보수정치가 무너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습니까. 탈당한 경력도 있어요. 홍 전 대표는 부실기업 만들어놓고 조금 숨 쉴 만하니 다시 ‘그 기업 내 거다’ 하고 찾아온 거고. 셋 다 명분이 굉장히 약합니다. 이분들은 씻김굿을 한번 해야 해요.”

- 씻김굿을 한다?

“그게 총선 험지 출마입니다. 그걸(씻김굿) 하지 않은 채 두 분이 전당대회에 나섰어요. 명분 없는 상태에서 지면 치명적 상처를 입습니다. 잘못하면 우리 정치에서 아웃돼버려요. 지금 당이 불안한데, 당 대표 된 사람도 당 관리하다가 실수 하나 하면 죽어버릴 수 있어요. 거기에 나까지 껴서 네 사람이 다 그렇게(경선) 해버리면 잘못하다 리더십이 다 죽어요.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 죽든지 살든지 한번 부딪치고 나면 과거의 잘못이 씻깁니다. 그때는 져도 명분이 있어요. 그래야 자유한국당에 튼튼한 대선후보 서너 사람 등장하고, 경쟁으로 흥행을 만들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죠. (당 대표 할) 다른 사람들이 있잖아요. 주호영 의원도 있고, 정우택 의원도 있고. 그분들이 당을 관리해나가면 되거든. 굳이 왜 여기서 (세 사람이) 부딪쳐야 하느냐. 이런 문제의식이었던 겁니다.”


“정치 운명을 어찌 알겠나”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직접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할 가능성은 있습니까?

“저보고 ‘고향 가서 출마해라’ 그러면 쉽죠. 하지만 그런 선택은 할 이유가 없어요. ‘당을 위해 당신이 희생해줘야겠다’고 하면 비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쉽게 거절할 수 있나요? 못 하지. 험지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죠.

뭐 그다음은 모르겠습니다. 자기 정치운명을 어떻게 압니까. 나도 내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총리 지명을 받을 거라고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거든요. 누구도 모르는 일이죠.”

-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당에 대한 기여 문제로, 김진태 의원은 5·18 발언 문제로 논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신보수 정립의 주춧돌’이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한데,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도 될 수 있어요. 한 번 두고 보죠. 어차피 지금 보수 정치권에 리더십이 대단히 제한돼 있어요. 저보고 전당대회에 출마하라고 하는 분이 여럿 계셨지만, 명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현직 비대위원장이 왜 출마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죠. 지도자급 인사가 제한적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 보수 정치권에 젊은 새 주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 정치가 사람을 키우는 문화가 아닙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고요. 사람을 계속 죽이는 문화예요. 특정인 누구를 죽인다는 게 아니라, 정치하다 보면 무언가에 잘 걸리게 돼 있어요.”

- 걸린다면?

“정치를 하면 돈이 들게 돼 있어요. 그러니 돈을 어디선가 받거든요. 곳곳에 지키기 힘든 룰과 규칙과 규범들이 존재합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상처 입는 거예요. 우리 정치구조가 리더십을 쉽게 생성시킬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에요.”

-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나요?


“2012년 대선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정치권에 리더십이 얼마나 생성되지 않으면 전직 대통령의 딸과 비서실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선에 나오는가. 스스로의 성공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이 왜 과거의 프레임을 덮어쓰고 나오느냐 이 말이에요. 이게 우리 정치의 현실입니다.”

-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토론을 거론하셨습니다. 끝장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그게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꾸 탄핵의 정당성에 관한 논쟁으로 발전해요. 그렇게 되면 잠복해 있던 소위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불거지고 당이 계속 쪼개집니다. 그래서 대놓고 하지 못했어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어요. 의원 몇 사람이 모여 토론도 하고 했는데 분위기가 결코 좋지 않았어요.”


“朴,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잖나”

- 홍준표 전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운동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2월 9일 집회를 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박 전 대통령 3·1절 특사 주장을 펼쳤습니다.

“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 측면이나 공정성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도주의 우려는 없을 것 아닙니까? 또, 증거 수집 다 했을 것 아니에요? 그렇다면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사면·복권은 재판 끝나고의 문제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면 구속집행을 정지시켜놓고 밖에 나와 재판받도록 해주는 것, 이런 이야기를 갖고 우리가 힘을 먼저 모아야 할 것 같아요.”

- 당 안에서요?

“당 안에서 그런 문제를 갖고 힘을 먼저 모으고, 탄핵 문제는 당 밖에서 보수 단체와 학자, 법률가들끼리 먼저 이야기하는 게 맞습니다. 그 이야기를 당내에서 먼저 시작하면 잘못하다가 또 갈등의 요인이 된단 말이에요. 과연 (박 전 대통령이) 저렇게 영어의 몸이 된 상태에서 재판받는 것이 옳으냐, 이 문제부터 우리가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홍 전 대표가 어떤 차원에서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말한 이런 부분은 논의해볼 만하죠.”

- 홍 전 대표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위원장께서도 차기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까?

“예. 그런 것은 우리가 충분히 당에서 이야기할 정도의 형편이 된다고 봅니다.”

- 한국당 일각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을 계기로 ‘대선 무효’ 주장을 하던데요.

“당 입장에서 대선 무효 주장을 하는 건 이릅니다. 역풍이 불 수도 있고요. 그러나 드루킹 사건은 당에서 집요하게 파헤치고 비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사건입니다. 위계와 조작에 의해 표를 뺏어간 것 아닙니까.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도전이에요. 우리 당에서 놓치지 않고 계속 쥐고 가야 합니다.”

-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와 비교해 김병준 비대위의 존재감을 어떻게 결산하고 있습니까?

“남이 한 일에 대해 말하라면 참 쑥스러워 말을 못 하겠어요. 다만 이거 하나만은 내가 이야기할게요. 김종인 비대위가 무엇 때문에 성공했다고 그러죠?”

- 총선에 승리했기 때문이죠.

“‘인적 청산해서 총선에 승리했다’ 이거 아닙니까. 인적 청산에 성공했습니까? 이해찬 의원 잘랐습니다. 지금 당 대표 하고 있잖아요. 유인태 의원 잘랐어요. 지금 국회 사무총장 하고 있어요. 최재성 의원은 스스로 자르고 나갔어요. 지금 돌아와서 당의 실세가 돼 있어요. 길게 보면 국민적 기만이에요. 총선도 민주당이 이긴 게 아닙니다. 친박 공천 논쟁 탓에 새누리당이 진 겁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비대위가 아주 잘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챙길 것은 챙겨왔다”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계파가 약화됐어요. 황 전 총리를 ‘친박의 챔피언’처럼 여기는데, 아니 친박 핵심인사들이 지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 말이 성립합니까. i노믹스라는 나름의 대안도 내놨고,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했습니다. 블록체인 정당을 표방해 당 운영체제를 혁신했죠. 현역의원 21명을 포함해 80개 가까운 당협위원장을 정리하고 새로 임명했습니다. 당협위원장 평균연령이 57세에서 51세로 내려왔습니다.”

- 차기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선거라는 건 그때 가봐야 알죠. 우리 정치 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충성스러운 표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1~2가지 변수에 의해 (선거구도가) 많이 흔들립니다.

기대는 있죠. 국민에게 묻자는 겁니다. 우리가 성공의 열정을 갖고 혁신 역량도 있고 공동체도 생각하는 그런 위대한 국민이냐, 아니면 정부가 간섭하고 보호하고 규제해야 하는 어리석고 사나운 백성이냐. 대한민국 국민이 위대한 국민이라면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를 갖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묻는 것만으로도 저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국당을 두고 오른쪽으로는 태극기부대, 왼쪽으로는 유승민·안철수 세력이 자리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요. 총선을 앞두고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보수대통합 가능성이 있습니까?

“이 집단을 하나의 그릇에 다 담으려고 하면 그릇 깨집니다. 통합을 하되 네트워크 형태로 해야 해요. ‘반문연대’처럼 남에게 반대하기 위해 뭉치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하자는 겁니다. 굳이 억지로 당 합치기 위해 에너지 소비할 이유가 없어요. 그런 식의 통합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아요.”


“보수 네트워크”

- 이명박 정부 시기 민주당이 주도한 ‘범야권연대’와 비슷한 개념이네요. 

“예. 민주당이 그런 데 굉장히 강해요. 한쪽에 정의당, 또 한쪽에는 참여연대니 민주노총이니 다 연대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잖아요. 한국당도 그렇게 해야 해요. 그러려면 한국당이 네트워크의 중심을 잡고 있어야죠. 탄핵이 옳았느냐 그르냐 이런 얘기는 뒤로 일단 미루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같이 가야 합니다.” 

- 대권주자로서 현재 보수진영 내 유력주자들과 구별되는 본인만의 경쟁력이 무엇입니까? 

“굳이 이야기한다면 국가 전체의 정책을 다뤄본 경험이겠죠. 대통령 옆에서, 때로는 대통령을 대신해 국가경영을 해봤다는 것이죠. 제가 있을 때 청와대 정책실은 지금의 정책실과 달랐어요. 법무부, 외교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내각 부처와 일을 같이 했습니다. 한 5년 동안 잘했든 못했든 국가를 디자인해봤다는 것, 뭐 그런 정도지 다른 뭐 별난 게 있을까 싶네요.”




신동아 2019년 3월호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인터뷰〉 김병준 “김진태, 징계해야겠지만 출당은 말 안 된다”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