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문화공간(유달·만호동), 목포역에서 도보로 10분
2023년까지 총 사업비 500억+α 투입
손 의원 부동산 구매 후 집값 3.3㎡당 100만 원 올라
번번이 실패한 목포 구도심 살리기, 이번엔 성공할까
벌써부터 드리워진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
민간투자 유치 없인 도시재생 힘들어
[동아DB]
옛 목포 화신연쇄점 건물 [문화재청 제공]
근대건축물이 밀집된 만호동, 유달동 일대(11만4038㎡)에서는 앞으로 5년간(2023년까지) 등록문화재 발굴과 활용, 경관정비사업이 진행된다. 총사업비는 500억 원으로 올해 110억 원이 책정됐고, 종합정비계획 수립 후 2020~2023년 세부 재정지원을 확정하게 된다. 사업 1단계인 올해는 사업추진기반을 조성하고 근대건축자산 매입, 개별 문화재 15개소 보수 등을 추진한다.
돈과 행정력 투입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
유달초교 인근 적산가옥 밀집구역 [동아DB]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돈과 행정력의 투입으로 해당 지역의 가치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서울 북촌을 꼽았다. 그동안 한옥은 2015년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맞춰 체계적으로 관리돼왔을 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맞춰 지원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그 결과 지금처럼 국내외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목포 역시 근대문화라는 좋은 콘텐츠가 있고 중앙정부와 목포시가 앞장서서 정비사업을 벌인다면 분명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지역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개발을 논의한다 해도 관(官)이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다. 시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해당 지역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목포도 전북 군산, 전남 여수처럼 도시재생에 성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문화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목포도 군산처럼 적산가옥 등 개항기 문화 유적이 산재하기 때문에 이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적산가옥과 고급 일본식 주택 혼재
옛 일본영사관 건물인 목포 근대역사관 본관 [동아DB]
개항 후 목포로 몰려든 일본인들은 개흙 천지인 목포진 주변에 방조제를 세우고 갯벌을 매립해 땅을 다졌다. 그 위에 격자형 도로를 내고 주택과 건물을 지었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인 유달동과 만호동이다. 특히 바닷가 쪽에는 33㎡도 채 안되는 적산가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일본식 상가주택도 여러 채 몰려 있는데 이들 중 8채가 이번에 문화재로 새롭게 등록됐다.
한편 유달산 밑 볕이 잘 들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평지에는 돈 많은 일본 무역상이 모여 살았다. 목포에서 흔치 않은 부촌으로 꼽힌 곳으로 지금도 잘 정돈된 일본식 정원과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옛 일본영사관(현 목포근대역사관 본관)과 목포진(鎭), 옛 동양척식주식회사(현 목포근대역사관 2관), 이훈동 정원 등이 대표적인데, 이곳들은 이미 예전에 문화재로 등록됐다.
조폭도 못 견딘 구도심의 쇠락
목포시 만호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거리. [동아DB]
상권이 죽으면서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다. 오거리 내 상가들은 한때 3.3㎡ 당 매매가가 1000만~2000만 원까지도 갔지만 지금은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상가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 상태다. 그동안 목포시는 국비 지원 없이 시비로 꾸준히 구도심 재생사업을 벌여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저녁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거리 전체를 루미나리에(전구를 이용한 조명건축물)로 꾸미고, 주류 회사와 손잡고 오거리 내에 ‘청년포차’ 거리를 만드는 등 부단히 노력했지만 매번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부동산 가격이다. 오거리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위치마다 다르긴 하지만, 손혜원 의원이 산 걸로 알려진 데는 점포 겸용 주택이 평당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100만 원 정도 올랐고, 점포 용도로 쓸 수 없는 주택은 평당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50만 원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도시재생 얘기가 나오기 전에는 20년 넘게 거래 자체가 안 됐던 동네라 사실 정확한 시세보다는 집주인과 협상하기에 따라 금액이 다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외지인 부동산 문의 급증
위에서 내려다본 창성장(점선 안)일대. [동아DB]
창성장이 위치한 대의동1가 상업·업무용 건물들 역시 최근 들어 거래가 부쩍 늘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3건밖에 거래되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거래가 전혀 없었는데, 2017년 6월부터 거래량이 급증해 그해에만 11건, 지난해에는 5건이 거래됐다. 단독·다가구 주택 거래량 역시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무하다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건으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을 두고 젠트리피케이션(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주민 이탈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철저한 대비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재청이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사업’ 추진 계획안에 해당 지역의 건축자산 매입을 위해 예산 45억2000만 원을 책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사들인 공간(빈집 등)은 향후 전시 공간이나 청년창업센터 건설 등을 통해 공적 활용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자금 다 쓴 뒤 건물만 남을까 걱정”
한편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수현 교수는 “어느 정도의 가격 상승은 도시재생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상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익이 창출돼야 하는 만큼 적당한 가치 상승은 오히려 경제 순환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도한 젠트리피케이션만큼은 반드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 교수는 “‘둥지 내몰림’ 현상은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반드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한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목포 1897개항문화거리 도시재생 뉴딜사업’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변창흠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은 “민간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도시재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와 전남도, 목포시가 전체 사업비의 94%인 1100억 원을 부담하고 한국주택공사(LH)가 약 46억 원을 투자한다. 민간 자본 투자는 1억 원에 불과하다.
변 원장은 “대부분 도시재생 사업이 여전히 민간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다 보니 도시재생 사업은 당연히 공공투자 사업이라고 인식해 ‘정부 돈 따먹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예산은 도시정비사업의 마중물일 뿐, 지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수익 아이템이 창출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 참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변 원장은 “해마다 정부가 도시재생에 투입하는 공적 자금이 무려 10조 원이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 지역도 167곳에 달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공적 자금을 다 쓰고 난 뒤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끼리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외부 투자자 혹은 사회적 기업과 합심해 사업 모델을 만드는 등 경제순환의 사이클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