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상담 ‘닥터프렌즈’, 구독자 13만 명
‘절세(節稅)비법, 변호사 되는 법’도 유튜브에
수익보다 홍보 목적 강해
짜깁기 정보 제공 가짜 전문직은 가려내야
‘닥터프렌즈’ 유튜브 방송 장면.
과거에도 동영상 플랫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간편하고 편리한 기능과 폭넓은 확장성으로 유튜브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유튜브가 ‘손안의 TV’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가 없었으면 한류도 없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파급력도 크다. 구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는 19억 명을 넘고, 이들이 매일 10억 시간 분량에 가까운 동영상을 시청한다. 1분 사이 업로드되는 동영상을 모두 합하면 400시간 분량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내 유튜브 사용시간은 약 333억 분으로, 네이버(136억 분)와 카카오톡(199억 분) 사용시간 합계와 비슷하다. 국내 동영상 시장점유율은 86%에 달한다.
어느덧 유튜브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능까지 맡게 됐다. 이에 콘텐츠 전문 제작자뿐 아니라, 10대부터 노년층까지 일반인이 너도나도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올리거나 시청한다. 종류를 막론하고 없는 동영상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양질의 콘텐츠도 많다. 이에 스타 유튜버도 여럿 탄생했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설민석(단꿈교육 대표), ‘공부의 신’ 강성태 등 전문 직업 강사들까지 유튜브를 통해 연예인과 같은 유명세를 누린다.
“동네 형 같은 의사 유튜버”
유튜버들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자 ‘근엄함’과 ‘진지함’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던 정치인, 신비주의를 고집하던 연예인까지 유튜브를 통해 소통에 나섰다. 세련되고 화려한 이미지의 배우 신세경은 지난해 9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침마다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모자를 눌러쓴 채 지하철을 타고 친구들을 만나며 부엌에서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신세경은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직접 편집하고 올리며 팬들과 소통한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화려한 연예인의 삶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담긴 덕에 시청자는 그녀를 더욱 친숙하게 느낀다. 신세경은 유튜브 시작 후 올해 1월까지 동영상을 9개만 올렸을 뿐이지만 구독자 57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누려야 생존할 수 있는 정치인·연예인만큼은 아니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의 유튜브 진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흔히 전문직이라 하면 프로페셔널하면서 냉정하고 차가운, 그래서 대중 친화적이지 않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이런 상식을 깨부수고 있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법한 이야기를 예능인 못잖은 입담과 재치로 풀어내 인기를 모은다.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직 유튜버 중 하나로 ‘닥터프렌즈’를 꼽을 수 있다. 닥터프렌즈는 오진승(정신건강의학과), 우창윤(내과), 이낙준(이비인후과) 등 의사 3명이 운영하는 유튜브다. 이들은 2017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어렵고 무섭기만 한 의학 상담은 이제 그만. 의사로서 친구에게 혹은 가족에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우리 몸에 대한 유익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여러분과 재미있게 나누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합니다”라고 운영 취지를 밝혔다.
취지와 맞게 닥터프렌즈에는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의학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두 개의 콘텐츠가 올라온다. 영상에는 의사의 연봉, 의대 생활 등 의사와 관련된 이야기나 의학 관련 상식이 주로 담긴다. 창의적 구성과 재미있는 편집으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려 하는 점도 특징이다. 병원에서 차가운 표정을 머금은 채 어려운 의학 용어를 쏟아내는 의사와는 전혀 다른, 마치 친근한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들이 꺼내 올린 정보와 이야기가 엄청나게 새롭고 대단한 내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단지 우리가 평소 알기 어려운 지식을 대중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설명해줄 뿐이다.
이들은 의학 드라마나 관련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보고 리뷰를 하며 실제 사실과의 차이점을 분석해 일반인이 가진 의학 지식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한다. 지난해 12월 닥터프렌즈에 ‘마약’을 주제로 올라온 영상은 당시 개봉한 영화 ‘마약왕’ 이야기와 함께 실제 마약의 성능과 문제점을 파헤친다. 조회 수가 26만에 이르렀다. 1월 17일 23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이 나오는 영화 ‘글래스’가 개봉하자 ‘다중인격’과 ‘과대망상’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닥터프렌즈는 약 1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절세미녀와 킴변”
유튜브 방송 ‘절세미녀’(왼쪽), 변호사 유튜버 ‘킴변’.
김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쇼핑몰을 창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쇼핑몰 사업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회계사무소를 창업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회계 및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 사업을 하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는 만큼 관련 정보가 필요한 유튜브 시청자에게 더 공감을 얻고 있는 것.
‘절세미녀’의 구독자는 1만 명 밑으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부자 되는 세금상식 Tip’ 메뉴에 올라오는 주택임대소득, 부동산매매법인, 업무용 차량 절세 방법 등의 콘텐츠 조회 수는 수천~수만 회를 기록했다. 특히 유튜브, 아프리카TV, 네이버TV 등 1인 방송 창작자를 위한 ‘세금 신고하는 방법’을 주제로 영상을 올리며 큰 호응을 얻어냈다.
변호사 유튜버 ‘킴변’은 지난해 12월 첫 영상을 올린 뒤 벌써 1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 유튜버로 올라섰다. 킴변이 올린 첫 영상에는 변호사가 된 뒤 처음 출근해 재판 업무 등을 준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사의 일상과 신입사원의 분위기가 궁금한 시청자가 몰리며 조회 수만 156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킴변은 변호사가 되는 법, 공부법, 자신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16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를 운영 중인 고태경 약사는 아이돌 못지않은 춤 실력과 연예인 뺨치는 예능감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케이팝 커버 댄스가 주 콘텐츠지만 약사답게 치질, 변비, 무좀 등 일상 질환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며 직업과 유튜버로서의 재능을 적절히 균형 맞추고 있다.
노동법 전문 유튜브 채널 ‘임놈&권놈 노동법의정석TV’를 운영하는 권태혁 노무사와 임청아 노무사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며 실천하기 어렵거나 잘 알 수 없는 근로 문제들을 속 시원히 설명해준다. 이외에도 여러 의사, 변호사, 약사, 회계사, 공인중개사 등이 지금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가 유튜버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 전문직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사례를 보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의사, 교수 등 전문직 부모가 자녀에게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입시’에 집착하는 내용을 다뤘다. 대한민국 학부모 대다수가 이들과 비슷한 욕망을 자녀에게 투영하는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과거나 현재나 전문직은 높은 소득과 명예를 가져다주는 수단이다. 그러나 그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진 탓이다.
“15%가 월수입 200만 원 이하”
특히 변호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변호사 숫자가 3만 명을 내다보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신입 변호사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인턴 변호사 월급은 세전 150만 원 수준이다. 전문직 자체가 고소득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난 셈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건축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직 개인 사업자 약 15%의 월수입이 200만 원을 밑돈다.변호사와 함께 전문직의 쌍두마차였던 의사도 상황이 좋지 않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개인병원 폐업률은 2010년 11.4%에서 2013년 12.18%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의원급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2013년 기준 83.9%로, 동네병원 10곳이 개업할 때 8곳이 폐업하는 상황이다.
사업가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테일러 피어슨은 ‘직업의 종말, 불확실성의 시대 일의 미래를 준비하라’라는 책을 통해 “학위의 가치가 점점 더 낮아지며 안정적인 전문직을 가진다는 것이 꿈이 돼가고 있다. 첨단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비약적 발전으로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지는 동시에 직업의 미래 안정성도 사라지는 중”이라며 “어느 전문직에서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미래의 과실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옛 영광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전문직의 신화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럼 전문직 유튜버들은 유튜브를 통해 불안한 수익을 보충하려는 것일까? 13만 구독자를 가진 닥터프렌즈의 경우 한 달 수익이 약 350만 원 수준이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수익 분배를 생각했을 때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전문직 종사자의 유튜브는 내용 자체가 50만, 100만에 가까운 대규모 구독자를 가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며 “유튜브로 수입을 얻기보다는 오프라인 고객을 늘리고 관리하려는 브랜딩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 플랫폼인 데다 최근에는 포털을 대신해 검색엔진 역할까지 하고 있다. 10대의 경우 검색 자체를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대신 유튜브로 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 50대도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검색 매체로 인식하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대신 유튜브를 검색 매체로 이용한다는 비중은 전체 조사 대상의 21.3%로 조사됐는데, 50대에서는 그 비율이 24.9%에 달해 10대(33.7%) 다음으로 높았다. 따라서 브랜드 관리 및 홍보 차원에서 유튜브는 그 어떤 플랫폼보다 효과적이다.
“부실 검증 정보 유통 우려”
물론 가짜 뉴스 확산 등 가공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 글로벌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 유튜버의 경우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많이 제작하고 있는데, 사실 정확한 분석보다는 조회 수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련 영상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밝혔다.위정현 소장은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별하기가 어려운데, 최근 유튜브에 검증 안 된 짜깁기식 정보를 제공하는 가짜 전문가가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네이버 지식인 전문가 답변’과 같은 제도도 유튜브 운영 방침 자체와 맞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청자가 옥석을 가려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