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김태우 前통일연구원장 “美가 韓 버릴 수도… 핵무장 잠재력 갖춰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9-02-20 1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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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트럼프 야합 피해자는 南안보, 北인민

    • 속이고 속아주는 ‘알맹이 없는’ 합의

    • 동맹 철폐론·주한미군 철수론 공론화할 것

    • 美 일각 ‘韓을 동맹으로 봐야 하나’ 의심

    • 공동 ‘주적’ 없는 동맹은 없어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한미동맹이 중병에 걸려 있다. 한미 간 신뢰가 바닥이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을 동맹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동맹은 공동의 주적(主敵)을 갖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공동 주적이 없는 동맹은 개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을 버릴 가능성은 10%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건양대 교수)은 ‘보수주의자 중 보수주의자’로 불린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잔뼈가 굵었다.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한국이 대응적·자위적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소신을 가졌다.


    “동맹이 중병에 걸렸다”

    그는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가 정착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시나리오로 10%의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나 대한민국이 건재할 가능성이 40%,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대한민국 안보가 흔들릴 가능성이 40%다. 나머지 10%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주도 한반도 통일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그 수순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 10%는 맥시멈으로 봐준 것이다. 학자로서 굉장히 고민해 내놓은 수치다.”



    그는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용어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하나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비핵화’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시대부터 말해온 것이다. 김일성 집권 시기 주장은 한국에 배치한 ‘미국의 전술핵을 내보내라’는 것이었다. 북한이 현재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 핵우산을 제거하고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가하는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면 핵 포기를 검토하겠다는 게 ‘조선반도 비핵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순진하다는 것인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오해한 것일 수도 있겠다.

    “알고 있으면서도 여론 정치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착한 마음을 가질 가능성은 후하게 평가해도 10%를 넘지 못한다. 북한이 평화 공세를 통해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있다.”


    ‘조선반도 비핵화’ 한목소리 내는 北·中

    그는 “밀착하는 북·중관계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북·중이 한목소리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말하며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촉구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관은 1월 6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과의 KBS 대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우리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한국에 제공하는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해달라는 요구”라면서 “한반도 전체를 핵무기 없는 비핵지대로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민순 전 장관이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괌에 배치된 미군 핵도 제거하라는 게 완전한 비핵화의 함의 아니냐”고 되묻자 문정인 특보는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 불가침 확립, 국교 정상화, 심지어 군사적 협력관계가 되면 (핵우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며 동북아 비핵지대화, 핵무기 없는 지대화를 선언할 수 있다”면서 “국립외교원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복심으로 통하는 문정인 특보가 북한이 요구하는 핵우산 제거를 수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핵지대화는 유엔 총회에서 만든 개념이다. 주권을 가진 2개 이상 국가가 합의해 특정 지역 핵무기를 모두 없애는 것이다. 북한이 1990~1991년 미국과 협상할 때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요구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사실상 의미가 같다. 북한에만 핵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미국도 핵우산과 핵 영향력을 한국에 제공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핵우산으로 한국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문정인 특보 개인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비핵지대화 방안을 연구한다면 그것은 ‘조선반도 비핵화’ 수용을 검토한다는 얘기다.”

    -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시대의 유물’로 간주하면서 미국을 태평양 동쪽으로 밀어내려 한다. 중국의 패권 전략과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북한과 중국의 대미(對美) 부분은 100% 같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미국의 개입 탓에 6·25전쟁 때 통일 기회가 무산됐다. 북한은 이후에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으나 한미동맹이 그것을 막았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없어져야만 통일을 하든, 국면을 주도하든, 자신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평양이 잘 안다. 중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에 맞먹지 못하나 앞마당에서만큼은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미국을 앞마당에서 몰아내는 차원에서 북한식 ‘조선반도 비핵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 경찰’ 노릇을 할 가능성은 45%다. 또 다른 45%는 한국의 운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이다. 나머지 10%는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것으로 그 시나리오는 기필코 막아야 한다.”


    “국가 근본을 흔들려고 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중국은 한국에 엄청난 미래 위협”이라고 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중국은 한국에 엄청난 미래 위협”이라고 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1월 30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약칭 대수장)이 발족했다. 재향군인회(회장 김진호)와 성우회(회장 유삼남)가 문재인 정권 안보정책에 순응한다고 비판하면서 예비역 장성 500여 명이 결성한 단체다. ‘대수장’이라는 명칭을 지은 게 그다. 군 출신은 아니지만 전문가그룹으로 대수장에 참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군 요직에 있던 분이 대수장에 많다. 그분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구분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같은 진보 정부지만 다르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했으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도 성사시켰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근본을 흔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안보·동맹·국가 정체성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 정체성이 붕괴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얘기다.”

    - 문재인 정권이 국체(國體)를 바꾸려고 한다?


    “그렇게 본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보수와 혁신의 문제가 아니다. 좌익과 우익의 문제다. 보·혁의 문제라면 출구가 있겠으나 좌·우의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도 대한민국을 망가뜨려가면서 그렇게 하는 데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 ‘노동당 주도 통일’ ‘북한 주도 한반도’는 평양이 설사 그런 생각을 가졌을지라도 망상(妄想) 아닌가.


    “북한이 남침을 감행해 적화통일을 하려 한다? 그것은 망상일 수 있으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한국 사회를 흔드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하에서라면 연방제 통일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목표에 뒀다는 생각이 든다. 안보 전문가들의 피를 토하는 경고를 듣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그 길로 걸어갈 수 있다. 북한의 생각을 망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포기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보나.

    “지금 단계에서 김정은이 주한미군 나가라고 요구하면 그것은 바보다.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한국의 좌성향 인사들도 앞 다퉈 동맹 철폐론,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놓아 공론화할 것이다. 전개 과정이 뻔하게 눈에 보인다. 주한미군 철수 이슈가 공론화할 날이 머지않았다.”


    “보수가 남북 대결을 원한다? 엄청난 모함”

    - 북·미 정상회담이 ‘스몰 딜(small deal)’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듯하다.

    스몰 딜은 핵시설 일부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몰 딜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야합(野合)이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도 스몰 딜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스몰 딜을 두고도 한국·북한·미국의 지도자는 잘됐다고 축하하면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남북 당국과 미국 정부가 박수 칠 것이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알맹이 없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핵 보유를 상당히 인정한 상태에서 ICBM만 중단시키는 상황이 되면 한국 국민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를 통한 정상국가화를 결심해 ‘빅 딜(big deal)’이 이뤄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 본다. 문재인·김정은 두 사람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시나리오다. 빅 딜 가능성이 최대 10%밖에 안 된다고 해도 북한과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극단주의다. 남북이 상생하기 위해 협력하고 대화하는 것은 보수건 진보건 어느 정부에서도 해야 한다. 다만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내 것은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를 흔들고 군대를 허물어뜨리면서 협상하는 것은 간첩이 하는 일이다.”

    그는 “이 땅의 보수가 남북 대결을 원한다? 그것은 엄청난 모함이다. 북한과 대화·협력하더라도 내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게 보수”라고 덧붙여 말했다.

    -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속는 줄 알면서 속아주고, 김정은 위원장은 속아주는 걸 알면서 속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다 알면서 속아주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내가 말하는 북·미 간 스몰 딜이 그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 같은 스몰 딜을 두고 다들 박수를 칠 것이다. 북한은 주변적 조치만 양보하고 실제 핵 포기는 하지 않으며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상당 부분 제공해주고 역사적 진전이라고 자찬할 것이며, 한국 정부는 평화를 위한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이 같은 자축 쇼의 희생물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 보장과 북한 인민의 행복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도 희생된다. 이게 스몰 딜에 숨어 있는 함정이다.”


    “핵무기 만들 토대 가져야”

    - 2017년만 해도 북·미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했다. 평화 분위기 조성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다.

    “성과죠. 인정해야죠. 그런데 질을 따져야 한다. C급 평화는 노예 상태다. B급은 노예 상태는 아니지만 상대방 처분에 따라 시끄러울 수도, 평화로울 수도 있다. B급 평화를 유지하려면 돈도 줘야 하고, 아부해야 하고, 부탁해야 한다. A급 평화는 상대가 도발하고 싶어도 그러면 손해가 몹시 크다는 것을 깨달은 단계다. 예비역 장성들이 9·19 군사 분야 합의에 분노하는 까닭이 뭔가. 문재인 정부가 군을 약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문에 군사 긴장의 가장 큰 원인인 핵의 ㅎ도 들어가 있지 않다. 국군이 북측에 한강 하구 해도(海圖)를 전달했다. 평양이 나쁜 마음 먹으면 남침 루트가 될 길을 공동 연구하는 것이다. 한강 하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남북이 교역을 못 하나.”

    -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다음 수순은 김정은 서울 답방이다.

    “답방을 반대하지 않는다. 김정은을 국가원수급에 걸맞게 예우해야 한다. 다만 ‘조선반도 비핵화’ 얘기하자고 서울에 와선 안 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에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와야 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의무다. 평양이 ‘갑질’도 못하게 해야 한다. 윗선이 아랫사람 만나듯 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 한국도 자위적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까.


    “그럼요. 그럼요. 나는 핵무장을 시키고 싶어서 유학 간 사람이다.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을 1기로 졸업해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을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동시통역 일을 병행하도록 배려해줬다. 유학 가던 33세 때 금성사(LG전자) 부장이었다. 돈을 좇았으면 삶이 달랐을 것이다. 국제회의장에서 약소국의 비애를 엄청나게 느꼈다. 대한민국을 핵무장하고자 유학 가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미쳤냐고 하더라. 핵 문제를 전공했고 핵전략 및 확산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학위를 받고 돌아오면서 생각이 바뀐 것은 강대국이 살벌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멋도 모르고 핵무장하자고 주장하는데 강대국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지 깨달았다. 열정은 남아 있으나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그래서 한 단계 후퇴한 게 핵무장 잠재력은 확실히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핵무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가 핵무장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곧바로 핵무기를 만들 토대를 가져야 한다.”


    “핵우산은 족쇄 채우고 대가 주는 것”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일본처럼 말인가.

    “그렇다. 미일동맹이 일본 핵무장의 코르크 마개 역할을 한다. 동맹 프레임 안에서 지금 핵무장을 안 하고 있으나 동맹 정책이 바뀌면 곧바로 핵무장할 수 있다.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면 중국의 핵 능력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금세 중국을 뛰어넘을 것이다.”

    - 비핵화 협상에 맞물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지속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우리가 핵우산으로 보호받는데 그것이 고마운 존재냐고 묻곤 한다. 핵우산은 고맙지만 엄청 고마운 것은 아니다. 미국이 핵 선택권을 빼앗은 후 보호해주는 것이다. 족쇄를 채워놓고 대가를 주는 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북한도 핵무장했다. 해양세력 중엔 미국만 핵보유국이다. 미국의 동맹 정책은 너희들을 핵우산으로 보호할 테니 핵무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각종 학회 등에서 미국을 향해 ‘동맹은 그대로 가져가되 손발을 묶어놓고 보호하는 정책으로는 중국의 팽창을 막을 수 없다. 미래지향적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행동력에 족쇄를 채우지 말라. 아시아 동맹국들의 핵 능력을 오히려 키워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트럼프도 대통령 후보 시절 한국·일본 핵무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맥락이다. 돈 드니까 너희들이 만들어 각자 지키라는 투였다.”

    -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도 핵무장해야 할까.

    “이론적으론 핵 균형이 맞다. 핵을 억제하는 방법은 ‘나를 건드리면 너는 죽는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핵을 우리가 만들거나 미국 전술핵을 재(再)반입하는 방법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중국이 북한의 뒤를 계속 봐주면 전술핵을 재반입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술핵 재반입은 동맹에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핵 균형 문제를 숙의한다? 턱도 없는 얘기다. 어차피 이번 정부는 지나가야 한다. 현 정권 세력이 계속 집권하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

    - 원전도 불온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핵무장 잠재력을 갖겠다고 선언할 리는 만무하나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을 고려할 때 어느 단계에서 그 같은 선언이 필요하다고 보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아무런 알맹이가 없는 상황에서 핵 협상이 결렬 수순을 밟아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에 나서면 그 같은 선언을 하기에 적당하다.”

    - 보수 정당이 총선 등에서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세훈 황교안 홍준표 같은 사람이 대선을 준비한다면 그들보다 아랫사람이 얘기해야 한다. 핵무장 가능성을 내비치는 순간 미국을 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중국은 엄청난 미래 위협”

    그는 “중국은 한국에 엄청난 미래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중국에도 대응해야 한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파렴치에 분노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그럼에도 일본을 적대시하면 안보·국방정책이 흔들린다. 문재인 정부는 대일 관계 파탄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반일 정서 확산을 정치에 이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북한의 잠수함 활동을 가장 잘 감시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이 출동할 기지가 일본에 있다. 병참기지,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도 일본에서 한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원한다. 일본이 밉더라도 한·미·일 안보 공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동맹을 지키는 길이다.”

    - 한·미·일 vs 북·중·러는 냉전의 구도다.

    “문재인 정부가 그 구도에서 이탈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남·북·중·러 vs 미·일 구도로 가려는 게 아닌가 한다. 이 같은 얘기를 꺼내놓으면 좌파 성향 학자들이 아직도 한·미·일 vs 북·중·러 냉전 구도에 갇혀 있다고 비판한다. 냉전적 사고로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고 힐난하기도 한다. 참 갑갑한 게 누가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가 좋아서 그렇게 말하나. 지정학적으로 대한민국이 그렇게 태어났다.”

    - 남북관계를 지렛대 삼아 균형 잡힌 외교를 하자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렇게 얘기하면 덜 억지스럽다. 과거는 미·소 냉전구도, 현재는 미·중 냉전구도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 노릇을 할 힘이 없다. 이 같은 냉전구도를 깨는 방법이 있긴 하다. 정부와 국민이 합의해 대한민국이 북·중·러 쪽에 서는 것이다. 언론·집회·출판의 자유가 없는 나라들과 한편에 서는 게 온당할까. 중국이 안보를 지켜주는 한국의 동맹국이 될 수 있을까. 손자병법에서 뭐라고 했나. 가까운 나라는 영토와 굴종을 원하고, 멀리 있는 나라는 영향력을 원한다. 남북이 함께 중국에 의탁한다? 무자비한 굴종을 당하면서 살 수 있겠나. 답이 자명한 문제다.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를 냉전 사고로 규정하는 것은 좌파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일 뿐이다. 현실을 봐야 한다.”

    -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는 소극적인 반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는 동참하려고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같은 팽창주의 정책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려고 한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반도에서 미국을 축출하는 게 중국이 가진 세계 전략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북한과 중국의 이해가 100% 부합한다. 미군이 태평양사령부 간판을 2018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꿨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추가 되는 국가도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이 동참하겠다고 나서도 미국이 시큰둥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미국 축출하는 게 중국의 세계 전략”

    1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정위회의실에서 황준 해양수산부 수로조사과장(가운데)이 북측에 한강하구 해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1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정위회의실에서 황준 해양수산부 수로조사과장(가운데)이 북측에 한강하구 해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우파에서도 미국을 못 믿겠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미동맹이 나빠진 이유에는 미국 변수도 있다. 미국에서 신(新)먼로주의(고립주의 정책) 현상이 나타난다. 트럼프라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상업주의적으로 동맹정책에 접근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동맹의 가치·역사·전통을 무시하는 태도는 동맹을 흔들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에서 5척의 항공모함, 160척의 함정, 2000대의 전투기, 69만 명의 병력이 동원되는 게 작계 5027이다. 그런데 이것이 소설이 돼가고 있다. 누가 보낼 것인가. 보낼 사람이 없다. 현재 국면이 이런 상황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동맹 와해의 판을 깔아주고 있다. 남북 공조를 중시하면서 동맹을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자 만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개념적으로 공동 주적이 없는 동맹은 없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 주한미군 평택기지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요충 중 요충이면서 베이징을 겨눈 비수(匕首)다.

    “미국이 한국을 버릴 가능성을 절반이라고 하지 않고 10%라고 본 이유 중 하나가 평택기지다. 평택기지가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 구실을 하리라는 기대를 미국이 갖고 있다. 언론도 정신 차려야 한다. 특히 공중파 방송이 문제다. 남북관계가 개선됐다며 계속 박수 치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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