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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여권 차기구도

‘안이박김’說 필자가 쓰는 ‘임이김유’說

“안이박김 이어 임이김유 나가떨어질 것”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안이박김’說 필자가 쓰는 ‘임이김유’說

  • 여권 차기 대선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내쳐질 것이’라는 ‘안이박김’설은 안희정·이재명 기소에 이은 김경수 구속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안이박김’설을 처음 활자화한 필자가 ‘안이박김 시즌2’에 해당하는 ‘임이김유’설을 전해왔다.
왼쪽부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박해윤 기자,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왼쪽부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박해윤 기자,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오발탄이었다. 하지만 ‘안이박김’설(說)은 완성체를 향해 가는 중이다. 2018년 10월 19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이렇게 언급했다. “시중에서 안이박김이라고 하는데 안희정, 이재명 보내고 다음은 박원순인데, ‘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른바 ‘안이박김’설은 그저 속설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정설로 변했다. 조 대표도 모르겠다고 말한 ‘김’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안이박김은 친(親)문재인계의 비(非)문계 대권주자 정리 순서를 말하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의견으로 ‘김’은 친노에서 친문이 된 김경수 경남지사로 지칭되기도 했다. 친문이지만 친노 색깔이 진한 김경수가 희생된다는 해석이다. 김 지사 구속 후 이 소수의견이 안이박김의 정설이 됐다.


여당 폭로가 김경수 잡아

김경수 구속을 부른 첫 계기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들었다. 2018년 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당시 대표는 악성댓글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자신과 정치 의견 다른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혐오 발언이 넘쳐나고, 가짜뉴스를 삭제하지만 댓글조작단이 확대 재생산하는 악의적 프로세스도 진행되고 있다. (중략) 명백하고 상습적인 범죄행위다. 이를 방기하고 있는 포털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날인 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댓글조작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추 전 대표가 묵인 또는 방조 주체로 지목한 네이버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신속하게 움직여 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산하에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을 출범시켰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가짜뉴스·악성댓글 211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대책단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견도 경찰에 전달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의 서막이 그렇게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1월 30일 김경수 지사에 대해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법정구속했다. 유죄 선고에 결정적 변수가 된 것은 바로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이 지적한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이었다.

“피고인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여론조작 행위를 승인하고 가담했다. (중략) 나아가 대선 과정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이재명에 의외 악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가 2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1월 30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2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가 2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1월 30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2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추미애 전 대표가 악성댓글과의 전쟁을 시작한 목적은 보수진영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댓글 공세에 대처하려는 데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군, 그것도 최고사령관의 특급참모를 겨냥한 격이 되고 말았다. 안이박김 예언은 김경수까지 정리되는 매우 역설적인 상황으로 완성될 조짐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후 회생 여지가 없지 않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12부는 2월 1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뒤 그를 법정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연장선에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도, 강제추행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들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강제추행 혐의 가운데 도지사실에서 포옹한 1건에 대해서만 인정하지 않았다. 10개 혐의 중 9개를 인정한 것이다.

안 전 지사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올까? 법조계 시각은 회의적이다. 2017년 4월 대법원은 성희롱 혐의로 해임된 한 교수가 불복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했다. “성희롱 관련 소송을 살필 때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안 전 지사 사건의 2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면서 인용한 근거가 바로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 내용이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지사는 대권주자에서 더 확실히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형사사건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지사에게 의외의 악재가 된 혐의는 ‘친형 강제입원’ 건이다. 성남지원 제1형사부는 2월 14일부터 이 혐의에 대한 심리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4월부터 8월 사이 성남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한 혐의다. 공식 업무와 별개로 관련 문건 작성과 공문 기안을 하게 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의혹인 것이다. 둘째, 2016년 6·13 지방선거 직전인 5월 29일 토론회 등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기소, 기소, 구속…

이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는 기소 후 6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 6월 전후 유무죄가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 안이박김 예언의 완성도는 50%. 안 전 지사에 이어 이재명 지사도 당선무효로 정리된다면, 안이박김 예언의 완성도는 75%에 근접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에는 본인 신상과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이 없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안이박김 예언은 박 시장을 비켜갈 것인가? 박 시장에게 외부적 위기는 없다. 반면에 내부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시장 3선, 재임기간 8년이면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 박원순이 손댄 사업마다 일이 이상하게 꼬인다. 사업이 난항을 겪는 것은 물론 여권 내 분란만 커지고 있다. “존재감은커녕 기대감조차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용산·여의도 통개발이다. 박 시장은 2018년 7월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다.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의 높이는 높일 계획이다…서울역~용산역 철로 상부 공간은 대학 캠퍼스·도서관·병원이 들어선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와 유사하게 될 것이다.”


“박원순 셀프 정리될 것”

이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 여당에선 박 시장의 계획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왔다. 8월 26일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물러섰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전면 재검토도 논란을 야기했다. 박 시장은 도시재생 공약에 근거해 2014년부터 내용을 재조정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그는 1월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박 시장의 의중에 따라 1월 23일 서울시는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했다. 올해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다시 추진한다고 한다. 전면 재검토는 오래된 가게, 노포(老鋪) 보존 필요성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렇게 해명했다. “을지면옥이 철거 대상인 줄은 몰랐다.”

이런 해명에 친노계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 출신 김진애 전 의원조차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반대할 때는 안 듣고 도대체 뭐 했느냐? 행정에서 중요한 것이 막판에 가서 이런 식으로 뒤엎어버리는 일이 안 생기게끔 하는 것이다. 이번 일은 박 시장의 판단 미스다. 작년에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을 살린다며 마지막 순간에 철거를 중단시켰는데 결국 보존은 못 했다. 박 시장의 버릇에 문제가 있다.”

거의 저격 수준이다. 박 시장의 버릇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요약하면 이 정도 아닐까 한다. 첫째, 결정을 자주 번복한다. 둘째,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생각이 너무 많고, 타인의 말에 너무 신경을 쓰기 때문인 듯하다. 대권주자로서 존재감 부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결국 “박원순은 셀프 정리될 것”이란 분석이 없지 않다 보니, 솔직히 친문계도 최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안이박김의 예언이 거의 완성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이박김 시즌2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즌2는 무엇일까? ‘임이김유’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유력 대선주자군에서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설이다.


임종석 쫓겨났다?

임 전 실장은 그만둔 것일까 쫓겨난 것일까? 후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 전 실장과 더불어 이른바 임 전 실장이 사실상 주도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초기 캠프, 광흥창팀 구성원 대부분이 함께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사건이었다. 김 전 비서관은 임 전 실장의 최측근이다. 의전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임 전 실장의 추천으로 의전비서관에 임명될 때부터 논란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의전 실수도 많았다. 결정적인 것이 남북한 평양 공동선언문 서명 당시, 문 대통령이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건네받은 국산 네임 펜을 사용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로 역사에 남겨야 할 필기도구였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한 일도 명백한 의전상 실수였다.

김 전 비서관이 사직하면서 임 전 실장은 한쪽 팔이 잘렸다는 평가를 들었다. 결국 임종석 라인으로 알려진 또 다른 광흥창 팀원, 한병도 정무수석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함께 물러났다. 이후 원조 친문계 노영민 전 주중대사가 비서실장에 올랐다. 물론 비서관에 원조 친문 다수가 진출했다.

임 전 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 재직 당시 자기정치로 존재감을 키우려 노력했다. 2018년 10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 중 정경두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면서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간 이 사진은 박정희를 연상시켰다.

2018년 9월 1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임 실장은 본인이 직접 문희상 국회의장,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역시 자기정치 논란을 유발했다.


‘전직 총리 이낙연’의 경쟁력

이런 노력에도 각종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임종석 지지율은 뜨지 않았다. 대권주자로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순위는 최하위권이었다. 비서실장 시절에도 발휘하지 못한 존재감을 퇴임 후 발휘할 수 있을까?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미 주특기와 멀어진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의 장점은 대북 인적 네트워크가 좋다는 점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본격적인 남북한 관계 개선 국면이 그로서는 역량을 펼칠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그때까지 비서실장으로 일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 기회가 사라진 점은 무엇으로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낙연 국무총리도 조만간 교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문책성은 아니다. 이 총리에 대한 여권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균형감각으로 문 대통령을 잘 보필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런 평가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치활동 재개 이전까지 이 총리는 여권 성향 대권주자 가운데 1위를 유지해왔다.

이 총리는 퇴임 이후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직 총리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총리 출신이 자력으로 대통령에 오른 전례가 없다. 전직 총리 이낙연은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4선 국회의원에 전남지사, 총리를 지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경쟁력을 갖춘 편이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황교안 전 총리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 중에서도 정치 경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진보 정치인들이 흔히 겪는 구설수도 별로 겪지 않았다. 이념 지향적이거나 편향적이지도 않다. 외연 확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총리의 단점도 적지 않다. 첫째, 원조 친문이 아니다. 안이박김 예언이 나온 까닭은 대상자 모두 원조 친문이 아니어서다. 김경수도 원래 친노에 가까웠다. 둘째,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셋째, 호남 출신으로서 표의 지역 확장성이 떨어진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편중 논란이 없지 않다. 넷째, 전투력이 떨어진다. 다섯째, 기억에 남을 특별한 업적이 없다.


“김부겸, 장고 끝에 악수”

이 총리 역시 이런 점에서 정리 대상에 해당될지 모른다. 다만 현재는 활용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 대권주자가 줄줄이 낙마하는 상황에서 방패막이로서의 가치다. 그런 점에서 이 총리가 퇴임 이후 자기정치를 본격화하는 국면에 들어서면, 곧바로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전직 총리 이낙연은 국회의원도 아니다. 내년 총선에 공천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신(新)친문으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4선 이상 중진은 최우선 교체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김부겸 장관도 이런 점에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가 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출마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도 대구시장 출마설이 돌았다. 대구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인사로 이뤄진 ‘김부겸과 더불어 대구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시대의 부름과 민심의 요구를 피하지 말고 대구 변혁의 선봉에 서서 선거혁명을 일으켜보자”며 출마를 요청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김부겸에 대해 “지나치게 좌고우면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권주자로서 불리한 평가다. 안이박김에 포함된 것에 부담을 느껴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김 장관이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보수 성향 정당을 탈당해 진보 성향 정당에 온 ‘독수리 오형제’ 전력 때문에, 김 장관은 당내에서 별로 힘을 받지 못했다. 그 아픔이 여전한 것 같은데, 극복하지 못하면 기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 김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에도 결국 불출마했다. 안희정 전 지사와 더불어 경선 룰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지율도 크게 오르지 않자 내린 결정이었다. 본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돕긴 했지만, 안 전 지사와 함께 친문패권주의에 문제 제기를 한 전력에 대해 친문계가 긍정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자세를 낮추고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 있으나, 그렇다고 친문계가 김 장관을 적자(嫡子)로 여겨 간택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김 장관은 험지인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으므로 내년 총선에서 아마 공천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국회의원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유시민, 친문도 친노도 아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자주 손사래를 쳤다. 여론조사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요청에 대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1월 25일 수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 유 이사장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본인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을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후자라면, 왜 이런 요청까지 했을까? 일종의 ‘회피 기동(예상되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속하면서 경로를 이리저리 바꾸는 기동)’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시민 이사장은 친문보다는 친노에 가깝다. 친노 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앉히면서 더 확실하게 인증해준 격이다. 나아가 “유시민은 친문도 친노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있다. 진짜 친노인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유시민을 친노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2011년 2월 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 유시민이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희정이도 광재도 유시민을 친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유시민이 어떻게 친노가 된 거냐’고 물으니까, 노 대통령이 ‘유시민은 우리 편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 우리 편은 아니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어서 인정한다고 했다. 재임 중에도,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유시민은 우리와 그 무엇도 상의한 적이 없고 자기 마음대로 갔다. 대통령도 그런 면을 싫어했다.”

유 이사장은 이런 점을 잘 알 것이다. 원조 친노라 하더라도 친문의 지지를 받아야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이 금방 나온다. 국민 여론이 받쳐주고 친문계에서조차 유시민 불가피론이 나와야 길이 열린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몸을 낮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 이사장은 매우 영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 지 없을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친문계가 의외의 인물을 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언 맞으면 누가 남나”

“안이박김 예언에 이어 임이김유 예언까지 들어맞는다면, 진보 진영에 도대체 어떤 대권주자가 남느냐?”라고 반문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 차기 대권은 멀다. 3년 3개월이나 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1년 전 지지율은 2%에 불과했다. 노무현 당선 신화를 기억하는 진보세력은 그런 신화를 다시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따지고 보면,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이다. 바람만 잘 불어준다면, 제2의 노무현, 제2의 문재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신동아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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