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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없는 이마트24에 마음 떴다”

상권침해 논란 신세계그룹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노브랜드 없는 이마트24에 마음 떴다”

  • ● 편의점·전문점 근접 출점 논란
    ● 가맹점주들, 신세계 본사서 집회까지
    ● 노브랜드 가맹사업 본격화에 반발 더 거세
    ● 전문점 확대, 신세계의 딜레마 될 듯
“노브랜드 없는 이마트24에 마음 떴다”
 2018년 3월 2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수십 명의 기자에게 둘러싸였다. 이날 신세계가 개최한 채용박람회장에서다. 1년 전에도 같은 행사에서 기자들과 그룹의 핵심 현안들에 대해 서슴없이 문답을 주고받았던 터라 많은 기자의 눈과 귀가 그에게 쏠렸다.

정 부회장은 롯데, 현대백화점과 함께 이른바 ‘국내 유통 빅3’로 불리는 신세계그룹의 오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즐기는 트렌드 세터로 통하기도 한다. 그는 이날도 취재진 앞에서 소탈하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첫 마디는 “시간 제한 없이 다 질문해도 좋다”였다. 재벌 기업 오너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자연스럽게 예민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정 부회장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거침없이 답했다.

이날 나온 질문 중 하나는 그룹의 ‘두 사업’이 상충하는 문제였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와 기업형 슈퍼마켓인 ‘노브랜드 전문점’의 근접 출점 논란이다. 노브랜드란 이마트의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로 대형마트(이마트) 점포는 물론 이마트의 다른 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노브랜드 전문점 등에서 판매돼왔다.

문제는 각 사업의 점포를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마트24 점포 바로 인근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서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해당 편의점 점주들이 매출이 줄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뼈아픈 실책”이라며 순순히(?)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는 노브랜드나 이마트24의 상품 중복 문제를 연말까지 해결하겠다”며 “둘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 점주들께서 만족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마트24 택한 내가 잘못”

그가 내놓은 해법은 두 점포 간에 상품 중복을 없애는 것이다. 이마트24에서는 편의점 업태에 걸맞은 제품을 팔고, 노브랜드 전문점에서는 노브랜드 제품만 팔겠다는 의미다. 시한은 그가 언급한 대로 지난 연말까지였고, 이는 그대로 시행됐다.



이마트 계열사인 이마트24는 지난해 말부터 이마트로부터 노브랜드 제품을 더는 매입하지 않고 있다. 창고에 쌓인 재고가 조만간 다 소진되면 앞으로 이마트24에서는 노브랜드 제품을 볼 수 없다. 이마트24는 대신 ‘아임e’라는 편의점 전용 PB 제품을 대안으로 내놨다. 요즘 편의점 업체는 CU의 ‘헤이루’나 GS25의 ‘유어스’ 등 PB 제품을 늘리는 추세다. 자체 제품인 만큼 대체로 가격이 저렴한 편인 데다가 기존 식음료 업체들이 내놓지 못했던 톡톡 튀는 상품을 기획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 듯하다. 오너가 잘못을 인정했고, 해법을 제시했으며, 약속은 지켜졌다. 그리고 대안까지 내놨으니 말이다.

그러나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일부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집회를 했다. 이들이 이날 시위에서 문제 삼은 것 중 하나는 노브랜드 전문점의 ‘상권 침해’ 문제였다. 이마트24 편의점 인근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부회장과 이마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상황이다. 아니, 일부 점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1년 전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노브랜드 제품 철수로 인한 이마트24의 경쟁력 약화와 인근 노브랜드 전문점 출점으로 인한 상권 침해 문제다. 서울 양천구에서 이마트24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김정수(42·가명) 씨는 지난해 말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결국 다른 브랜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노브랜드 제품을 철수한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며 “이마트24의 경우 밤샘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족들은 노브랜드 제품이 없다면 다른 편의점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해서 결국 마음이 떠났다”고 했다. 이마트24 점주들을 위한 이마트의 해법이 노브랜드 철수였는데, 되레 이를 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꼽은 셈이다.

편의점주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많다. 한 편의점주는 “계약하기 전에는 노브랜드 제품이 이마트24의 강점이라고 홍보해놓고 점주들에 대한 보상도 없이 철수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고, 다른 편의점주는 “이마트와 노브랜드의 매력에 이마트24를 선택한 내가 잘못”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편의점 포기 음모론도”

이마트 측도 이런 여론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마트는 “이마트24 점포 내 노브랜드 제품들의 평균 매출 비중은 1%대밖에 안 된다”며 “게다가 ‘아임e’라는 대체 PB 제품들을 들여놓고 있기 때문에 점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양측 인식의 차이를 읽을 필요가 있다. 먼저 이마트 본사는 노브랜드 제품들을 편의점 점포에서 팔고 있는 수많은 상품 중 하나로 인식하는 듯하다. 노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낮은 데다가 다른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보면 그렇다.

점주 입장은 다르다. 노브랜드는 이마트라는 대형 유통업체를 대표하는 PB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창업 당시 이마트24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노브랜드를 팔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골목골목에 편의점이 들어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요즘과 같은 때 한 명이라도 노브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이마트24에 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다른 브랜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애초 이마트가 인수한 위드미(현 이마트24)의 경우 제품 구성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이를 노브랜드로 만회하려 했고, 이런 전략은 일부 통하기도 했다”며 “이런 제품을 빼고 아직은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아임e’를 내세울 경우 아무래도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이 집회까지 한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이마트가 최근 노브랜드 전문점의 가맹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가 직영으로 운영해왔고, 이에 따라 매장 수도 200개가량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일반인도 노브랜드 전문점을 창업할 수 있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곳곳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개장하면 자연스레 기존 이마트24의 상권과 부딪치는 경우가 잦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마트가 편의점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내놓기도 한다. 이마트가 가맹사업을 공식화한 시점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 12월 초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아래 신규 출점을 자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안을 만들었다. 신규 출점 기준을 50~100m로 제한되는 담배판매권에 맞추겠다는 내용이다. 이 규약에는 이마트24도 참여했다. 업계 후발주자로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던 이마트24로서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마트가 “노브랜드 전문점을 가맹 사업화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중순이다. 자율규약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편의점 시장에서는 더는 몸집 키우는 게 어려우니 ‘우회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이유다.

물론 이마트가 정말 ‘극단적으로’ 편의점 사업을 포기할 것 가능성은 낮다. 이마트24와 노브랜드는 모두 정 부회장이 나름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전략사업들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이마트24의 몸집이 기대만큼 커지지 않을 것을 대비해 노브랜드 전문점을 확대하는 식으로 빈 공간을 메우려는 전략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주요 상권마다 이마트24 아니면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서는 게 매출 측면에서도 이상적이다.


“같은 회사에 매출 쏙 뺏긴 기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8년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8년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물론 이마트 측은 노브랜드 전문점이 이마트24와는 상품 구성과 타깃 소비층이 다른 별개의 업태이기 때문에 상권 침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노브랜드 전문점의 경우 편의점과는 달리 창업비용이 수억 원에 달해 진입 문턱이 높은 탓에 점포가 곳곳에 우후죽순 생기는 일도 없을 거라고 강조한다.

전혀 틀린 논리는 아니다. 다른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노브랜드 전문점 매장을 찾아 확인해보니 일반 편의점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며 “구성 상품도 많지 않은 데다가 대용량 상품 등이 주로 비치돼 있어 편의점이라기보다는 ‘작은 이마트’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브랜드 전문점이 인근 편의점 점포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이 이마트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앞서 한 이마트24 점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점포 바로 인근에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오자 ‘같은 신세계 계열사 간 근접 출점’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노브랜드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마트와 이마트24는 별도의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가맹계약서상 영업지역 침해금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이마트24 점주들은 왜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까.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해보면 그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이들에게 노브랜드는 그동안 본인들이 운영하는 점포의 매출 중 일부를 차지했다. 비중이 작긴 했지만 미끼상품으로든, 상징적으로든 의미가 있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인근의 노브랜드 전문점에 관련 매출을 쏙 뺏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억울함에도 근거가 있다. 특정 상권에서 발생하는 소비 규모는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는다. 상권에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은 한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소비자가 감자칩과 음료수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가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이를 구매하고, 인근 노브랜드 전문점에 가서 또 다른 감자칩과 음료수를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는 벌어지지 않는다.

실제 이마트24에서 ‘가성비’로 인기를 끌던 ‘노브랜드 감자칩’은 더 이상 편의점 점포에서 팔지 않는다. 대신 ‘아임e’라는 브랜드의 감자칩이 팔리고 있다. 두 제품은 겉모양이나 맛, 가격이 비슷하다. 감자칩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이마트24냐 노브랜드 전문점이냐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상권에서는 아무리 업태가 달라도 어느 정도 뺏고 뺏기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유통시장 전체적으로 봐도 지난 몇 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편의점과 온라인 채널에 매출을 고스란히 뺏겼다.


“두 사업의 충돌”

어쩌면 정 부회장의 ‘뼈아픈 실책’은 단순히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의 ‘상품 중복’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이마트의 전문점 체제 전략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매장을 비롯해 또 다른 PB인 피코크 매장, 잡화점인 삐에로 쑈핑, 가전제품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 등 이른바 전문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큰 두 사업을 ‘동시에’ ‘의욕적으로’ 확대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1년 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아직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앞으로 두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되레 논란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이제는 전문점 확대 전략에 대해, 그리고 노브랜드와 이마트24의 상권 침해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때다. 

한편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노브랜드 전문점의 경우 유럽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로 대용량 상품이 많다”며 “이런 상품은 편의점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마트24는 ‘아임e’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이마트24만의 차별화한 상품 개발에 주력해 점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9년 3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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