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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불매운동 국외자’ 일본만화 덕후

“반일(反日) 동의하지만 ‘라이트노벨’ 포기 못 해”

  • 이소연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불매운동 국외자’ 일본만화 덕후

  • ● 서울 일본만화서점 북새통
    ● ‘도우미 캐릭터에게 여자 친구가 말이나 되나요?’ 인기
    ● ‘정서적 교감’ 문화 분야에선 일제 대체 불가
‘불매운동 국외자’ 일본만화 덕후
입구만 3곳인 널찍한 지하 1층 서점엔 각종 일본 만화책과 ‘라이트노벨’이 책장마다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눈망울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어린 여자아이가 쭈그려 앉아 있는 그림의 대형 책 홍보판이 책장 사이에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도우미 캐릭터에게 여자 친구가 말이나 되나요?’로 요즘 인기를 끄는 일본 라이트노벨이다. 

라이트노벨은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설정이나 이야기를 가진 장르 소설로, 표지가 만화풍으로 그려져 있고 본문에 삽화가 수록돼 있다.


“일제라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어”

서점 한 코너엔 ‘귀여우면 변태라도 좋아해 주실 수 있나요?’ 같은 일본 책을 뒤적이는 남자 고객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만화 덕후(팬)에게 성지로 통하는 서울 B 만화서점의 일요일 저녁은 그야말로 일본 만화를 찾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미소녀 만화를 조용히 골라 계산대로 직진하는 중년 남성들, 순정만화 코너에서 “난 얘가 제일 좋다”며 재잘대는 젊은 여성들, 만화 ‘원피스’의 세계관에 대해 수십 분 동안 서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20대 남성들까지 다양한 유형의 고객이 이곳을 찾았다. 

라이트노벨의 팬이라는 이모(27) 씨는 “일제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 독자들은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라이트노벨이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너무 통속적인 이야기를 넣은 것이 많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잘 안 든다”라고 했다. B서점 직원인 박모 씨는 “(일본 만화)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정 고객의 층이 두텁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일 무역전쟁이 촉발됐고 ‘유니클로’ 등 상당수 일본산 브랜드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으로 향하는 관광객도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의 소비는 별로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중문화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일본 만화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드래곤볼 피겨는 피겨일 뿐”

일본 게임도 불매운동의 무풍지대다. 게임업계 종사자인 조모(28) 씨는 “일제라 찝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쓴다”라고 밝혔다. 사람의 게임 취향은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에 ‘닌텐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것이 일제라고 포기하고 모바일 게임이나 PC 게임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아이돌 ‘아라시’의 팬클럽 회원인 류모(여·26) 씨는 “옷, 음식 여행 등 다른 분야는 굳이 일본 것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는 문화 분야에선 일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일본 문화 ‘덕후’는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취미 생활에 대해선 선을 긋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피겨만 300여 개를 수집한 유튜브 운영자 김모 씨는 불매운동에 동의한다면서도 “드래곤볼 피겨는 피겨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만화 팬들도 특정 일본 만화에 대해선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B서점 직원 박씨는 “‘에반게리온’처럼 한국에 적대적으로 나오는 작가의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이소연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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