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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1.5kg 닭 논쟁, 교촌·bhc 가격 인상으로 끝났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황교익 1.5kg 닭 논쟁, 교촌·bhc 가격 인상으로 끝났다

  • ● 치킨 공화국, 닭싸움에 바람 잘 날 없다
    ● 2만 원 다다른 치킨 ‘허니콤보’
    ● 배달료 익숙해지자 가격 저항↓
    ● 교촌·bhc 올리고 BBQ는 동결?
2021년 11월 말 교촌이 치킨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치킨 논쟁’이 발발했다. [교촌 제공]

2021년 11월 말 교촌이 치킨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치킨 논쟁’이 발발했다. [교촌 제공]

2021년 연말 한국 식품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다름 아닌 치킨이었다. 치킨은 ‘국민 간식’, 혹은 ‘국민 야식’이라고 불린다. 그런 치킨이 이슈가 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닐 것 같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치킨을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논의가 가능한가 싶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입길에 올랐다.

긴 이야기의 시발점은 교촌의 가격 인상이다. 교촌은 2021년 11월 말 치킨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교촌은 최근 내놓은 신제품을 제외하고 품목별로 500~2000원 정도씩 올렸다. 교촌이 치킨 가격을 인상한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교촌의 인기 제품 중 하나인 ‘허니콤보’는 가격 인상으로 2만 원이 됐다. 2만 원은 국내 치킨 가격 저항선으로 여겨져 왔다. ‘치킨을 2만 원 주고 사 먹어야겠느냐’는 인식이 소비자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탓이다. 이에 대부분 업체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1만8000~1만9000원 정도로 책정했다. 일종의 업계 불문율처럼 자리 잡은 가격대다.

치킨업계 ‘센터 닭’ 1.5㎏

치킨 업계에는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다. 지난 2017년 BBQ가 가격을 인상했다가 벌어진 일이다. 당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식탁 물가 인상에 대한 불안이 큰 분위기였다. BBQ가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자 여론이 악화했고,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BBQ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BBQ는 부랴부랴 하루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같은 날 교촌도 가격 인상 계획을 전격 철회했고, bhc의 경우 아예 일부 메뉴를 할인 판매하기까지 했다.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셈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배달 앱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배달료’를 내는 경우가 늘어 2만 원이라는 저항선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교촌의 가격 인상도 일부 비판 여론이 있긴 했지만 큰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치킨뿐만 아니라 라면, 우유, 스낵 등 대부분의 식품 가격이 올랐다. 원재료비와 물류비 인상 등으로 치킨 업체들 역시 버틸 재간이 없어 보였다.

논란은 다른 이유로 터졌다. 치킨 가격도 가격이지만, 국내 치킨이 ‘작고 맛없다’는 논란이었다. 이를 촉발한 당사자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다.

황씨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국 치킨에 쓰이는 닭은 작고 맛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여러 방송이나 지면 등을 통해 한국 치킨에 쓰이는 닭은 일찍 도축하는 탓에 작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다시 꺼낸 건 교촌의 가격 인상을 비판하면서다. 황씨는 “한국의 육계 회사와 치킨 회사는 소비자에게 작고 비싼 치킨을 먹여 재벌이 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황씨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치킨은 대부분 1.5㎏ 크기 닭으로 만든다. 30일간 키운 ‘육계’다.

외국에서는 40일간 기른 3㎏ 안팎 육계를 주로 먹는다. 한국 주요 치킨 업체들이 주로 쓰는 생닭은 10호(951~1050g) 크기다. 1.5㎏ 닭을 도계(육계 도축)하면 이 크기가 나온다. 치킨 업계에 따르면 10호는 국내 닭고기 시장의 ‘평균’ 크기로 자리 잡아 이른바 ‘센터 닭’으로 불린다. 가장 많이 생산되고, 가장 많이 팔리는 크기라는 의미다. 여기까지는 객관적 사실이다.

논란은 황씨가 이런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그는 연구 논문을 근거로 꺼내 들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자료는 지난 2016년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육계 경영관리’다. 이 자료에는 “국내 닭고기 시장은 1.5㎏의 소형 닭 위주로 생산된다”며 “맛 관련 인자가 축적되기 이전에 도계하기에 맛없는 닭고기가 생산된다”는 내용이 있다.

황교익 vs 양계 업체 전면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한국의 육계 회사와 치킨 회사는 소비자에게 작고 비싼 치킨을 먹여 재벌이 됐다”고 주장했다. [동아DB]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한국의 육계 회사와 치킨 회사는 소비자에게 작고 비싼 치킨을 먹여 재벌이 됐다”고 주장했다. [동아DB]

황씨 주장이 이슈화하자 양계 업체들이 발끈했다. 한국 닭이 작고 맛이 없는 데다가, 비싸기까지 하다는 발언이 치킨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한양계협회는 곧장 다소 격앙된 톤의 성명을 냈다. 그만큼 황씨의 발언을 위협으로 느낀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황씨를 향해 “우리나라 치킨에 대한 온갖 비방으로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음과 동시에, 치킨 소비 감소를 유도한 결과가 어떠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거라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특히 “황씨가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비아냥거리는데 (해당 크기가)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라며 “대한민국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한 1.5㎏ 닭은 영원히 이어진다”고도 주장했다.

협회는 황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도 제시했다. 2012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연구원이 ‘한국 가금학회지’에 기고한 연구서다. 이 자료에는 사육이 길어질수록 닭고기 맛에 영향을 미치는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glutamine acid)이 감소한다는 내용이 있다.

결국 양측 모두 객관적(?) 근거를 내놓은 셈이다. 더군다나 두 자료 모두 농촌진흥청을 통해 연구된 결과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맛이라는 건 워낙 주관적 지표이기 때문에 연구 논문 등으로 쉽게 객관화하기는 어렵다”며 “혹여 맛이 있거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할지라도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생닭이 작은 게 과연 소비자가 선호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생산업체들의 경제 논리로 인한 결과인지도 논란이 됐다. 황씨는 이른바 ‘영계 마케팅’에 소비자가 속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은 닭이 연하고 맛있다는 건 일부 ‘업자’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황씨의 말처럼 한국 양계 관련 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고자 다소 이른 시기 도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다. 사육 기간이 길어지면 병아리의 폐사율이 높아진다. 이를 피하려고 30일 만에 도축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소비자들이 지속해 작은 닭은 선호해 왔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대표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삼계탕이 그렇다. 한국인들은 삼계탕이든 치킨이든 한 마리를 통째로 소비하는 것을 즐겨왔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닭’이 아니라 ‘통닭’이라고 불린 이유도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게 일반화돼 있어서였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 대열에서 이탈한 BBQ

황씨는 이 논쟁이 확대돼 실제 산업의 변화를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양계협회는 물론 치킨 업체들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산업구조는 물론 소비자 선호 역시 굳어진 상황에서 개인의 의견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치킨 업체 관계자는 “혹여 소비자들이 갑자기 큰 닭을 원한다고 해도 지금 유통되는 크기에 맞게 양념을 입히고 튀기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등 생산 시스템을 전부 바꿔야 하는데 그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군다나 큰 닭의 경우 닭가슴살 비중이 크다는 특징이 있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닭가슴살을 퍽퍽하다고 인식해 잘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황씨가 촉발한 ‘치킨 논쟁’은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났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다른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여파가 지속하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2021년 11월 말 내놓은 조사 결과다. 두 기관은 같은 해 8∼9월 베이징과 방콕, 뉴욕, 파리 등 외국 주요 도시 17곳의 시민 8500명을 대상으로 한식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식을 먹어본 응답자 중 30%가 치킨을 가장 자주 먹는다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 역시 한국식 치킨이 16.1%로 1위를 기록했다.

황씨는 한국의 육계가 작고 맛없어 치킨 역시 맛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한국식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결과였다.

이 조사 결과는 두 기관이 연례 발간 보고서로 내놓는 ‘2021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를 통해 나왔다. 이 조사에서 치킨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여론의 시선이 다시 쏠리자 황씨는 “언론이 외국인 선호 한식 1위에 치킨이 올랐다고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라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은 자랑스러운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말해 줘야 한다”며 “지구에서 거의 유일한 1.5㎏ 작은 닭이니, 큰 닭이나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교촌이 치킨 가격을 올리면서 시작된 논쟁이 격화한 와중에 다른 업체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2위 bhc는 2021년 12월 말 일부 치킨 메뉴의 소비자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bhc에서도 일부 인기 메뉴 가격이 ‘2만 원’이 됐다. bhc는 앞서 교촌이 가격을 올렸을 당시에는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입장을 번복하고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3위 업체인 BBQ의 경우 당분간 가격 인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교촌과 bhc가 가격을 올리면서 BBQ 역시 이에 동참하리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을 뒤엎은 선택이었다.

BBQ는 “원재료비와 최저임금, 배달료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시기인 만큼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 요인을 본사에서 부담하려고 한다”면서 “당분간 치킨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낙 가격 저항 여론이 거세서…”

주요 치킨 업체들은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교촌의 경우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44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4% 증가한 410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bhc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이 4004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썼고, BBQ도 매출 3346억 원으로 기록을 세웠다.

이렇다 보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는 게 맞느냐는 뒷말이 나왔다. 어느 업체는 가격을 올리고 다른 업체는 가격을 고수하니 논란이 더 거세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이나 치킨 등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식품은 워낙 가격 저항 여론이 거세기에 가격을 올리면 원가 논란이나 제조사의 실적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며 “그만큼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음식이다 보니 업체들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아 2022년 2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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