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티끌 같은 실천이 모이면 지구의 티도 지워낼 수 있을지 모른다. [게티이미지]
사실 연초부터 채식이니 리듀스테리언(reductarian‧육류를 적게 섭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보면 주변인들은 기가 찰 것이다. 나는 누가 봐도 동물성 식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동물성 식품 제조부터 섭취에 따르는 윤리‧환경 문제를 접하다 보면 나락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햄버거 하나를 먹을 때마다 숲의 면적이 5㎡ 줄어들며 소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3분의 1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소 한 마리를 줄이면 굶주린 사람 22명을 먹일 수 있다고도 한다.
머리가 아프다. 작은 실천 하나 해보겠다고 지구를 들먹이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나는 무슨 운동가도 아니다. ‘맛’이라는 경험에 신념을 불어넣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여름이 길어지고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을 보면 겁이 덜컥 난다. 이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나도 뭘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를 위해 더 꼼꼼하게, 까다롭게
동물성 제품 구입 시 항생제‧항균제 사용 유무와 축사 환경, 사료 등을 살펴보는 게 지구에 이롭다. [게티이미지]
동물성 식품을 구입할 땐 생산 환경을 따져봐야 한다. 소위 ‘친환경’이란 토양에 사는 생물의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고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항균제, 화학 제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더 나아가 인공 합성물질과 GMO(유전자 조작) 기술 사용, 방사능 오염이 없어야 한다. 고기의 경우 항생제‧항균제 사용 여부와 사료, 축사 환경이 중요하다. 축사에 가서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살필 수 있다. 참고로 친환경 축산물에는 오메가-3 지방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농림수산교육문화정보원, ‘친환경 농업의 공익적 효과’).
육류나 해산물의 물기와 핏기를 흡수하는 패드도 확인해야 한다. 대개 고흡수성 플리머로 만들어져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제품이 많다. 고기나 생선을 살 때도 천연식이섬유(식물세포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로 만들어진 패드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 율라 비스는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했다. 지구에 티도 안 나는 우리의 실천이 지구에 생긴 티를 지워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바로 오늘 저녁 식사부터 고민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