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아웃사이더들의 대선, 합리적 예측 어려워
정책으로 승부? 누가 더 대통령다운지에 달렸다
분노와 응징 구도에선 윤석열이 2~3% 이겨
인물 대결로 가면 권력에 ‘간절한’ 쪽이 이긴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조영철 기자]
안 교수는 서강대 재학 시절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계열 학생 조직인 ‘전국민주주의 학생연맹(전민학련)’ 의장으로 활동하다 2년 6개월간 실형을 산 운동권 출신 지식인이다. 이후 미국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교한 박사 학위 논문으로 ‘한나 아렌트 상’을 수상하며 미국학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터넷소통위원장으로 일하며 잠시 현실 정치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지만, 범진보 진영의 혁신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당 밖에서 이론적현실적 조언을 해온 대표적 정치학자다.
민주당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초선 의원들 모임인 ‘더민초’가 ‘쓴소리 경청’이라는 제목으로 마련한 초청 강연(4월 28일)에서도 안 교수는 “경쟁자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생각보다 내공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경쟁자가 바로 윤석열 후보다.
설마가 현실이 되자 12월 2일 안민석박주민 의원 주재로 ‘민주당 혁신과 이재명의 집권 비전 긴급토론’이 열렸다. 이번엔 안 교수가 여권에서 긍정적 신호를 읽어냈다. “구도상 우리가(민주당이) 지는 선거지만 최근 이재명 후보가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연말 윤석열 캠프가 내홍을 겪으며 지지율을 까먹는 사이에 전열을 정비하고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새해가 시작되자 이 후보는 골든 크로스를 넘어 한때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갔다. 20대 대통령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양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중이다. 이 시점에서 민주당의 ‘쓴소리 전담’ 안병진 교수는 대선판을 어떻게 분석하고 여권의 승리를 위해 어떤 처방을 내릴까.
여당, ‘구도상 지는 게임’ 인정해야
여당이 위기 때마다 안 교수를 찾는 이유가 뭔가.“정세 예측을 타율로 비유하면 자주 헛스윙을 날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타율이 좋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 ‘조국 구하다 공정의 가치를 놓쳤다’고 했다. 실용주의적으로도 나중에 문제가 될 거라고 했다.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대선에서 다수 전략가가 바이든의 승리에 회의할 때 초기부터 바이든의 승리를 예고했다. 당시 미국 지인들은 ‘당연히 트럼프가 이기는 건데 너는 왜 그래?’라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47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진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반드시 정치에 나온다고 예고했을 때도 민주당 경향 일부 전략가들은 ‘안 나온다’ ‘못 나온다’고 하더라. 나온 이후에는 또 일각에서 오래 못 간다고 하기에 또 그렇지 않다고 예고했다. 이후 현재까지 결국 누가 옳았나. 듣기에 마치 잘난 체하는 것 같은 ‘타율’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렇게라도 얘기해야 내 쓴소리에 귀를 세울 것 같은 절박함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특이점은 무엇인가.
“전무후무한 아마추어 아웃사이더들의 게임이다. 선거 캠페인 자체가 퇴행적이고 하향평준화됐다. 1987년 이후 한국 대선 캠페인이 프로페셔널하게 진화한 데는 글로벌한 식견을 가진 김대중이라는 정치가의 힘이 컸다. 김대중 대통령은 1987년 패배 후 절치부심하면서 심지어 미국 선거 전문가에게 자문해 해외 선거 캠페인 교과서에 나올 만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2011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선거 캠페인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캠프에서 수만 번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최종 투표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그런데 한국은 여야 어느 쪽 캠프도 심층 데이터에 기반해 1급 전문가가 판단하는 풍토가 잘 정착돼 있지 않다. 합리적 예측이 어려운 이유다.”
3월 9일 선거는 어떻게 예측하나.
“윤석열 후보가 2~3% 이긴다는 게 내 막연한 직관이었다. 그런데 요즘 좀 흔들리고 있다.”
두 유력 후보의 대결이 무승부에서 다시 시작됐다.
“12월 2일 긴급 토론 직전까지 민주당은 패닉 상태였다. 애초 민주당의 많은 전략가가 윤석열은 후보가 안 되거나 되더라도 금방 낙마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후보가 계속 가고 오히려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 밀리니까 ‘이게 뭐지?’ 한 것이다. 12월 들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분위가 좋아졌다. 지금이라도 자칫하면 진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된 것 자체가 민주당엔 다행이다. 이 후보도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캠페인을 많이 수정했다.”
윤석열 과소평가는 민주당 오판
민주당 전략가들이 오판한 이유는 뭔가.“여권에 있으면 내부 정보가 많다. 부인 김건희 씨 등 윤 후보의 약점을 많이 알고 있다 보니 ‘윤 후보는 못 나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비과학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시대의 결’이라는 게 있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그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자장 같은 것이다. 특히 한국 대선은 ‘에너지의 장이 매우 역동적인 대선’이다.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형태로 시대의 흐름이라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다.”
윤석열 후보가 그 흐름을 탔다는 말인가.
“그런 점이 없지 않다. 그동안 야권 시민 내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의 강도가 굉장히 높았다. 그런데 여권에 있는 분들은 늘 만나는 사람들끼리만 보니까 그 느낌을 잘 모르더라. 최근에야 이를 아는 것 같다. 이번 선거에는 ‘거대한 민심의 분노’라는 에너지가 작동하고 있다.”
여당이 ‘구도상 지는 게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나.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 등에서 잘못한 게 많고 너무 오만했다. 그런 구도에서 민주당은 이기기 어렵다. 이 구도를 인물 대결로 바꾸려면 노무현 대통령 같은 탁월한 아웃사이더가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가 옷 로비 의혹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노무현은 대한민국 최초로 예비경선이라고 하는, 아래로부터의 역동적 포퓰리즘을 탁월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후보였다. 여기서 포퓰리즘이란 학문적 의미에서만 보면 기득권과 싸우는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정치 담론이다. 가슴 뛰게 하는 포퓰리스트 노무현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보수 쪽 인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진보 진영은 박 대통령을 과소평가하는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당대표를 맡아 천막 당사를 세우고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선거의 여왕’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는 그런 탁월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예비경선에서부터 친문을 상대로 이겨야 하는 곤혹스러운 조건에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처럼 대담한 리스크를 끌어안기보다는 안전하게 친문에게 소구하는 쪽을 택했다.”
누가 기득권과 싸우는 아웃사이더인가
현재 지지율 1, 2위 후보 모두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 아닌가.“12월 2일 민주당 긴급 토론 때 나는 ‘이번 대선은 양당 모두 아웃사이더들이 후보인 전례 없는 대선’이라고 했다. 이때 기득권과 싸우는 아웃사이더라는 이 후보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은 이미 거대한 항공모함이어서 아웃사이더라는 브랜드가 어울리지 않는다. 항공모함이 아니라 몽골기병으로 싸워야 한다. 다행히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콘셉트와 함께 몽골기병대식의 슬림하고 기민한 조직으로 재편됐다.”
정권교체론이 정권연장론보다 우세함에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노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이 윤 후보 쪽에 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공정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 지금까지 중도층의 심리는 윤석열을 통해 현 정권을 응징하겠다는 것이었다. 막상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뒤 윤 후보가 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이 되면 우리 삶이 더 엉망진창이 될 것 같고 나라는 더 혼돈에 빠질 것 같다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 차라리 실용주의자인 이재명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인식이 확산되면 윤석열은 이 선거에서 진다. 골대 앞까지 힘들게 공을 몰고 가 뻥 축구를 하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이 당선돼도 정권교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선긋기에 나선 것인가.
“(선거운동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나는 이 후보가 조국 사태와 관련해 거듭 사과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12월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국민들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켜 드리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이라며 머리를 숙이지 않았나. 진보 진영에서 진영 의식이 강한 이들에게는 ‘조국 이슈’를 부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초기에 조국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미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 후보가 그것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대선) 승리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놀라운 진화다.”
진보 진영 역린 건드린 이재명의 진화
최근에는 안철수 후보의 정권교체론에 대해 송 대표가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다”라고 한 것이 친문계의 거센 반격을 받기도 했다.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진화’인가.
“그렇다. 심지어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와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에 맞춰 충분히 재고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원전 또한 이 정부의 역린인데 이 후보가 그것을 건드렸다.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질 수도 있는데 무엇을 못 하겠나. 이 후보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두 배 이상 실용적인 사람이다. 필요하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부정할 수 있다. 최근 이 후보는 성찰하고 반성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려고 하는 아주 좋은 태도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더 흥미로운 상황을 보게 될 거다.”
선거에서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은 이성적 정책주의의 환상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선거에서 정책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과 태도다. 파커 팔머라는 영성 운동가는 리더의 자질로 공동체 내에서 ‘관계적 신뢰’를 꼽았다. 관계적 신뢰가 없다는 것은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제갈공명을 데려와도 진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태도’의 선거다. 즉 어떤 태도를 갖는 후보가 이기느냐의 싸움이다. 자기희생도 하지 않고, 대담한 모험도 하지 않고, 사람들과 마음으로 소통하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훌륭하게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들 누가 믿겠나.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을 잘 모른다. 국정 운영에서 수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40%의 지지를 받는 데는 뭔가 있다. 바로 진심이다. 문재인은 진심이 있고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 수많은 정치인이 방문했을 때 거의 유일하게 유가족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문재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 사안의 핵심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구체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사람
태도 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장점은 무엇인가.“이 후보의 핵심 특징은 흔히 나처럼 86세대로 불리는 학생운동권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현실 삶에 대한 ‘관념성’이 전혀 없다. 이재명은 처절하게 빈민의 아들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상적인 민주화의 가치를 생각하기엔 너무나 배고픈 사람이었다. 1980년대 이후 진보 진영에서 이런 캐릭터는 예외적이다. 그러하기에 이 후보는 어느 때보다 실용주의 DNA를 가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은 구체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 왔다. 그것이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가 됐다.”
실용성만 있다면 도덕성은 무시해도 된다는 건가.
“가치가 약한 실용주의라는 점에서는 미국의 가치 기반 실용주의, 즉 프래그머티즘과 거리가 있고, 이는 그의 한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다수의 유권자는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후보의 도덕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지 대상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이 처절한 자기 삶의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해 줄 것인지를 놓고 판단한다. 지난해 4월 각 당의 예비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때, 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재명·윤석열의 본선 승부 가능성을 점치며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최종 레이스에 도달한다면 누가 더 기득권에 맞서 공정과 문제해결자의 상징인지를 놓고 흥미로운 진검 승부를 벌일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후보자의 자질 중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제일 낮은 집단이 안타깝게도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태도 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단점은 무엇인가.
“내 가설이지만 이 지사는 가치의 간절함이 부족하다. 그것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이다. 그분들은 자기가 바꿔보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 그것도 간절하게. 그 간절함의 강도가 곧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은 간절함이다. 이 나라를 더 인간다운 공동체로 바꿔봐야겠다는 간절함의 크기가 곧 리더의 크기다. 그런데 이 후보는 가치주의자라기보다는 생존주의자다. 리더로서 크기가 작다. 물론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간절함이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그 간절함이 프레지덴셜(presidential·대통령다움)인가.
“프레지덴셜하다는 것은 우리가 나아갈 시대정신에서 국가의 역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고, 특정 진영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한 단계 진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프레지덴셜한 대통령을 꼽으라면 체코의 하벨, 미국의 오바마가 있다.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굉장히 높아서 후보들에게 대통령다운 가치, 대통령다운 균형감, 대통령다운 무게감을 요구한다. 아웃사이더면서도 대통령답기를 원하는 게 모순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에 걸맞은 후보가 승리한다.”
아웃사이더면서 대통령답다는 것
TV토론이 시작되면 우열이 드러나지 않겠나.“민주당 사람들은 TV토론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TV토론은 기대치 게임이다. 토론을 하면 당연히 이재명 후보가 이긴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기에 오히려 방심하면 진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이기지 않았다. 한번 안철수 후보에게 추월당해 캠프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그런데 마지막 토론 전에 뛰어난 전략가를 투입한 덕분에 문 후보가 잘했다. 안 후보의 공격에도 큰형님처럼 다독이며 포용적으로 간 것이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대선판을 흔들 이슈로 후보 단일화가 남아 있다.
“중도 유동층이 20% 정도 되니까 제3지대라는 어마어마한 장이 열린 셈인데 안타깝게도 플레이어들(안철수, 심상정, 김동연)이 낡아버렸다.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2012년 ‘안철수 현상’이 얼마나 흥미로웠나. 당시 대학생에게 ‘안철수의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었더니 ‘설명을 못 하겠는데요, 그분은 우리와 연결감이 있어요’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윤석열-안철수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만 나는 오히려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이라는 제3지대의 단일화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왜냐하면 양당의 적대적이면서 무능한 상호 의존 체제를 흔들어야 대한민국 정치가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향이 무산되면서 한국 정치가 다원주의적 경쟁과 협력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 당분간 봉쇄됐다. 그러나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는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 및 대선 이후 계속 요동칠 것이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이행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