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풍미가 다양하고 맛의 범위가 넓어 커피 대용 음료로 꼽힌다.[사진=게티이미지]
무한한 풍미, 커피를 위협하다
커피는 여전히 사람들의 중요한 기호 식품이다. 나처럼 취향보다는 습관으로 커피잔을 드는 사람도 많다. 기후 변화, 원가 상승, 소비 습관과 취향의 변화 같은 변수 덕에 철옹성 같던 커피 입지도 흔들란다. 젖소로부터 얻은 유제품 대신 식물성 우유,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오래전이다. 여러 차(tea)와 조합해 오묘한 풍미를 자아내기도 하고, 다양한 과일은 물론이며 허브와 비정제 당을 이용해 맛의 범위를 무한대로 넓히고 있다. 커피와 비슷한 풍미를 가진 카페인리스 원료로 오르조(orzo)가 있다. 나 역시 커피 섭취를 줄여볼 요량으로 한동안 즐겨 먹었다. 이탈리아산 보리를 볶아 만든 분말이다. 구수한 향과 쌉사래하면서 고소한 맛, 짙은 갈색까지 닮아 커피를 대신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임산부나 카페인에 취약한 이들이 즐겨 먹었다. 새롭게 주목받으며 다양한 음료로 변신하는 중이다.커피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차다. 여리고 작은 찻잎은 건조, 덖음, 숙성, 발효, 가향, 가미를 거쳐 커피가 아우를 수 없는 다양하고 무한한 풍미의 세계를 펼쳐낸다. 찻잎뿐 아니라 허브, 향신료, 꽃, 열매(과일), 뿌리, 나무껍질, 곡식(하물며 누룽지)을 가지고 만든 차 음료도 쏟아져 나온다. 분말부터 액상까지 형태도 다양하고, 원료마다 건강에 이로운 기능까지 장착했다. 간단히 완제품으로 구입해 마실 수도 있지만, 천천히 우리고 내리는 시간을 향유하며 문화로 즐길 만한 ‘스토리’도 갖고 있다.
CBD와인은 대마 추출 칸다비디올을 함유하고 있다. [사진=House of Saka 제공]
비알콜-무알콜 격차
맛있는 음식에 꼭 필요한 술도 재빠르게 모습을 바꾸고 있다. 다채로운 맛을 가진, 알코올 함유량이 낮은 술이 몇 년간 단단히 자리잡더니 이제는 ‘무알콜 술’이 냉장고 맨 앞줄에 등장했다. 술은 취하자고 마시는데 ‘무알콜이 웬 말이냐’던 나도 온라인 숍에서 무알콜 맥주와 스파클링 와인을 장바구니에 담는다.노동 중에, 주말 낮에, 여행 중 어느 때라도 그 청량함과 맛좋음을 벌컥벌컥 삼킬 수 있음이 좋다. 무알콜로 불리는 음료는 두 가지로 나뉜다. 비알콜(non alcoholic) 음료는 1% 미만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무알콜(alcohol free) 음료는 알코올이 전혀 없다. 마셔보면 큰 차이는 없으나 향이나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성분은 조금씩 다르다. 술과 닮은 무알콜 음료의 장점은 취하지 않는다, 열량이 낮다, 칵테일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애주가 입장에서 보자면 맥주를 비롯한 무알콜 탄산음료는 알코올을 함유한 다양한 술에 섞어 마시기 좋다. 무알콜 음료는 맥주를 넘어 와인, 막걸리, 칵테일로 번져가고 있다. 스트레이트부터 온 더 락까지 경험해볼 것이 줄을 서 있는 셈이다.
기능성의 무한도전
음료의 기능성도 음식만큼 확장됐다. 다이어트, 피부미용, 소화촉진, 무가당, 저칼로리, 콜라겐과 비타민 같은 유효성분 함유, 자양강장, 에너지 충전, 영양보충 임무를 띤 수많은 음료를 동네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기능성 음료 중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 함유 음료이다.칸다비디올은 대마 추출물이다. 우리가 천을 짜서 옷이나 소품을 만들고, 섬유소와 단백질이 풍부한 헴프 시드(Hemp seed, 대마 씨앗)를 얻는 원천이 바로 그 대마다. 헴프 시드는 환각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올(Tetrahydrocannabinol, THC)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칸나비디올 성분 역시 THC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규제를 받는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과 건강, 미용, 치료 목적으로 이를 식품에 사용하는 국가도 많다. 이미 젤리, 사탕, 과자 등에 함유된 식품들은 있는데, 최근 CBD가 함유된 비알콜 스파클링 와인이 등장했다. 하늘길이 활짝 열리는 날 홍콩으로 날아가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