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借刀殺人만 피하면, 정권교체 여반장?

구도는 51대 49 보수 우위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借刀殺人만 피하면, 정권교체 여반장?

  • ● 야권 단일화, 선거전 말미에나 진행될 듯
    ● 윤석열은 대선-지선-총선 연승 노려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재편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재편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치열해지는 20대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손금 보듯 요해할 수 없을까. 정확한 예측과 분석은 어렵지만 정치공학을 이용한 ‘개략적 분석’은 해볼 수 있다. 양자 대결의 한국 정치 지형은 ‘51대 49’로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에 비해 약간 우세한 형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 보수가 매우 불리했던 19대 대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24%)과 범보수세력으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21%)의 득표율 합(45%)이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41%)보다 4%포인트 높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범보수세력의 분열로 현 정권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좌우를 막론하고 후보단일화가 필승의 첫째 조건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의 선거에서는 ‘시계추 현상’도 발견된다. 먼저 치른 대선에서 여당이 이겼으면 다음에 치른 지방선거(이하 지선)에서는 야당이 승리해, 균형을 잡는 식이다. 이를 변화시킬 요소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현 정권은 2018년 7대 지선을 두 달가량 앞둔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지선 전날인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행운’도 누렸다. 그 덕분에 지선 투표율은 사상 두 번째로 높은 60.2%로 치솟았고, 민주당은 전체 당선자의 61%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고무된 범진보 지지자들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고 범보수 지지자들은 실망해 기권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보수세력 지지자들의 기권은 시계추 현상은 물론이고 51대 49의 정치 지형도 바꿨다. 그런 점에서 다시 봐야 할 것이 ‘또다시’ 시계추 현상을 무시하며 민주당에 대선-지선에 이은 3연승을 가져다준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이다.

야당을 밖에서 흔든 윤석열

명말청초(明末淸初)의 병법서 ‘삼십육계(三十六計)’에는 우세할 때 승리를 굳히고자 펼칠 승전계(勝戰計) 6개가 소개돼 있다. 그중 세 번째가 ‘나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나 이상으로 적을 싫어하는 자’를 움직여 적을 치게 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쉽게 얘기하면 적의 적을 늘려 내부 분열을 꾀하는 전략이다. 4·15총선은 차도살인지계가 작동한 경우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은 우위를 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북한은 표변해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 등으로 맹비난하기도 했다. 압승을 예상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공천위원회를 통해 당시 경남도지사직을 수행 중이던 홍준표 의원 등 설화에 자주 휩싸이던 이들을 탈락시켰는데, 이것이 범보수세력을 분열시키는 요소로 작동했다.



보수세력은 ‘밖’에서도 흔들렸다. 2019년 7월 문 대통령은 적폐 수사를 지휘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현 국민의힘 후보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이는 하노이 노딜로 위기를 맞은 현 정부를 지켜달라는 부탁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윤 후보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받아들이면서 급작스럽게 반문(反文)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세계일보는 2020년 1월 31일 ‘창간 31주년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 당시 정치인이 아니던 윤 후보의 이름을 넣었다. 이 조사에서 윤 후보는 10.8%의 지지를 받아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범보수로 분류되는 인물 중에서는 황교안 전 대통령 대행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후의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전체에서는 1, 2위를 다투고 범보수계 인물 중에서는 1위를 독식했다. 미래통합당으로 가야 할 지지가 출마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던 윤 후보를 향했으니, 보수세력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됐다. 범보수에 대한 지지는 높지만 미래통합당 지지는 낮아져 갔기에 총선 직전이 되자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언론조차 민주당의 대승을 점치게 됐다. 범보수의 우세에 매몰된 미래통합당만 총선이 패배로 가고 있다는 것을 온전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범보수의 분열은 검찰총장을 사퇴한 윤 후보가 지난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해소됐지만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기성 정당에 입당한 이상 그는 국민의힘 룰에 따라 경선을 치러야 했다. 이제 막 정치에 입문했으니 그를 도울 인맥이나 조직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홍 의원이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키며 그를 맹추격했다. 윤 후보는 이를 헤치고 어렵게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됐다.

윤 후보보다 먼저 당내 경선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약점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양자 대결일 경우 지지율이 과반이어야 하는데, 그의 지지율은 그 이하에서 미세한 변동만 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당내 경선 직후 컨벤션 효과까지 겹쳐 양자 대결에서 과반수 지지를 획득하기도 했다.

절반의 성공, ‘본부장’ 비리 카드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021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허위 경력 기재 등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021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허위 경력 기재 등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동아DB]

민주당은 ‘전가의 보도’를 뽑았다. 윤 후보의 지지세를 꺾으려 ‘본부장(윤 후보 본인·부인·장모 관련) 의혹’를 던진 것이다. 가장 타격이 컸던 것은 윤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다. 대선후보의 아내가 과거 대학의 겸임교수가 되기 위해 이력을 위조했다는 것은 ‘확실한 한 방’이 될 수 있었다.

이 공격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려면 김씨에게 사문서 위조죄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부터 밝히면 김씨가 사문서 위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 이력서에 허위 이력을 넣었더라도 이 이력이 취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사문서 위조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위와 과장을 분별하는 책임은 취업하고자 하는 기관의 인사 담당자가 져야 한다. 따라서 졸업증명서와 경력증명서는 물론이고 성적증명서까지 요구한다. 인사 담당자는 이 서류로 판단하는데, 서류와 다르게 쓴 이력 사항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자 언론은 김씨가 작성한 이력서로는 사문서 위조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당한’ 연수증명서를 첨부했으면 그가 이력서에 뉴욕대 연수 기록을 넣은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만일 이 증명서가 위조됐더라도 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 언론은 여당의 주장대로 여러 차례 허위 이력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니, 여론이 180도 돌아서진 못했다. 언론은 슬그머니 ‘부풀리기’ 이력으로 표현을 바꾸고 보도량을 현저히 줄여갔다.

지난해 12월 26일 대중 앞에 선 김씨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더 많이 밝혔다. 남편과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니 윤 후보 부부 사이를 가르겠다는 전략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단일화, 말미에야 진행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된 15초 분량의 ‘탈모 공약 동영상’.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된 15초 분량의 ‘탈모 공약 동영상’. [유튜브 캡처]

민주당에는 이 후보를 비롯해 율사가 즐비하다. 그들도 김씨의 허위이력 의혹이 법적 문제로 비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허위 이력 의혹을 선거일 직전에 터뜨려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도 인지했을 수 있다. 작전은 때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상식인데도 일찌감치 터뜨린 것은 컨벤션 효과 등으로 윤 후보의 질주가 거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질주를 막고자 ‘신의 한 수’를 성급히 전개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일말의 성과는 있었다. 민주당의 부인 비리 공격으로 떨어져 나간 윤 후보 지지자는 기권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기권으로 갔던 이들이 되돌아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과반이 됐다. 두 후보가 단일화하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야권 후보 1위를 독주하던 윤 후보의 위상은 달라졌다.

‘본부장’ 비리 공격 후 안 후보 지지율이 높아진 것을 민주당 열성 지지자의 역선택 때문인 것으로는 볼 수는 없다. 전체 후보자를 놓고 조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는, 안 후보가 아니라 이 후보를 지지한다. 역선택이 작동하지 않은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후보 지지율이 절반을 넘겼다면 민주당은 다시 비상을 걸 수밖에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를 표명했다. [동아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를 표명했다. [동아DB]

민주당 일각에서 이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렇게 하면 안 후보는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안 후보가 윤 후보와 단일화할지, 이 후보와 단일화할지, 아니면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할지는 안 후보가 선택할 사항이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3위는 2위와 연합해야 이익이 극대화된다. 역전승을 바라는 2위는 더 많은 것을 3위에게 양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연합할지, 완주할지는 20대 대선 직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한 후보에게 조직과 예산을 가진 여당의 공세가 집중되게 마련이다. 서로가 대체재 역할을 하며 경쟁하다가 어느 한쪽의 당선이 확실하면 모두 완주하고 아니면 마지막에 약한 쪽이 강한 쪽 지지를 당부하며 사퇴하는 형식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는 안 후보를 넣은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충분히 경쟁하고 있으니 단일화는 마지막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51 vs 49

민주당은 범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비한 지지율 상승 전략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양자 대결에 가까웠던 18대 대선에서 4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6%포인트 차이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권을 내줬다. 이는 개략적인 범보수와 범진보의 지지율 차이인 2%포인트(51%:49%)에 근접한다. 2%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7년 대선 정국이 시작되자 열리자 문 대통령 캠프는 2%포인트 부족을 채우기 위해 8대 전략을 선택했는데, 그중 하나가 탈원전 정책이었다. 한국은 4개 원전 단지를 갖고 있는데 이 중 세 개는 영남, 한 개는 호남에 있다. 영남에 있는 고리·월성 원전은 부산과 울산에 가까운데, 도시인들은 원전 사고를 두려워한다. 민주당은 탈핵을 주장하면 영남의 대도시 주민들의 지지를 얻게 돼 51대 49의 구도가 조금 변할 것으로 보았다.

탈원전 정책은 2016년부터 민주당이 선택한 지지율 상승 전략 중 하나였다. 2011년 일본은 유례없는 강한 지진을 맞았다. 이 지진이 발생한 뒤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원전이 무너졌기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강진에도 후쿠시마 원전은 끄떡하지 않았다. 다만 이 원전으로 들어와야 하는 전력선과 보조동력원이 끊어지자 원자로에 물 공급이 차단돼 과열된 원자로가 폭발했다.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했기에 ‘강진이 있으면 원전이 무너져 사고가 난다’는 오해가 퍼졌다.

2016년 7월 경북 포항시에 강진이 일어났고 두 달 뒤인 9월에는 경주시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은 인근에 있는 월성 원전은 물론이고 울산에 있는 숱한 화학공장과 포항의 포스코 공장에도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은 월성 원전을 찾아가 지진 대비를 강조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가 상영됐다. 문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하며 재차 원전과 지진의 연관성을 시사하자 국민은 지진과 원전 안전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동아DB]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동아DB]

19대 대선은 홍준표(24%)-안철수(21%) 후보가 대등한 지지율을 보였다. 범보수의 분열로 문 대통령은 필승의 길을 달릴 수 있었기에 선거 기간 중 탈원전 전략 등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았다. 탈원전은 대통령 취임 후 국민 지지를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원전 영구 정지식에서 자신 있게 탈원전 정책을 선포했다. 북한의 김정은이 보내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잘 키운 것도 고공 행진을 거듭한 문 대통령이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 됐다.

이 후보도 2%의 한계를 극복할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처럼 확실한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표라도 끌어모으려는 소소한 노력을 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권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소한 공약을 일찍 내놓으면 상대도 곧바로 비슷한 공약을 개발해 발표함으로써 ‘물타기’를 할 수가 있다.

후보 교체는 끝난 얘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1년 11월 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1년 11월 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것은 전과 4범 전력과 형수 욕설, 대장동 게이트라는 본인 의혹, 아들의 도박과 생질이 했던 살인 등 친족 비리가 뭉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중 가장 큰 걸림돌은 대장동 게이트다. 이 게이트가 불거진 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공 개발사업1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위·수탁 운영계획 보고’란 제목의 문서에 서명하고 지시 사항을 자필로 적어놓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는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재판에서 “이재명 시장의 방침을 따랐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성남도공이 가져가지 않겠다는 조항이 있었고, 김씨는 이를 따랐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이러한 사실과 증거는 이 후보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일부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한 외연 확장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민주당 후보 교체론이 거론된 적도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야권에서 윤 후보를 교체하자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윤 후보의 ‘본부장’ 의혹 등에 대해 조직적 대응을 못 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를 떠나고 윤 후보는 선대위를 재편했다, 그 후 다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민주당은 선대위 개편 등으로 이미지를 바꾸기도 어렵다. 물론 후보 교체도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17대 대선의 재연이다. 이 대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48.7%)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15.1%)라는 범보수 후보 두 명이 완주했음에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26.1%)은 참패했다(나머지 후보는 9.6%). 이 전 대통령과 정동영의 차이는 22.6%포인트, 이명박과 이회창을 더한 범보수(63.8%)와 정 후보의 차이는 무려 37.7%포인트를 기록했다.

정권교체 성공해도 정국 주도하려면 2년 기다려야

범보수는 대통령선거 승리 이후도 고려해야 한다.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데, 한 달도 안 된 6월 1일 8대 지방선거가 시작된다. 국민의힘이 집권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선거를 이기지 못하면 대통령은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180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국회에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장관으로 통칭되는 국무위원을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국무총리가 없으면 대통령은 조각을 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범보수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정계 개편이 일어나 국정 운영이 수월해질 수 있다. 대통령이 뜻한 바대로 정치를 하려면 다수당을 가져야 한다. 공공부문 등에서 현 정권이 했던 것처럼 지난 정권의 인사를 쫓아낼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다수당 구성은 2024년 4월로 예정된 22대 총선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이 총선에서도 승리해 3연승(대선-지선-총선)을 거둬야 보수여당의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



신동아 2022년 2월호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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