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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안보 공백 일으킨 文, 결자해지할 때

  •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최악 안보 공백 일으킨 文, 결자해지할 때

  • ● 국가 생존전략 논의 없는 ‘깜깜이’ 대선
    ● 文의 실패 답습하는 李, 대안 제시 못하는 尹
    ● 文, 다음 정권 부담 덜어줘야
[GettyImage]

[GettyImage]

2015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에 인공섬 7개를 건설한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같은 해 11월 5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아세안 확대국방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관련해 미국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신(新)애치슨라인은 ‘홋카이도-두만·압록강-평택·제주기지-대만-베트남-인도’를 연결하는 가상선이다.

신(新)애치슨라인은 ‘홋카이도-두만·압록강-평택·제주기지-대만-베트남-인도’를 연결하는 가상선이다.

한 전 장관은 야권의 극렬한 반대에도 2016년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사드 배치(2017.4.26)를 강행했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을 대미특사로 파견한 이래 진행된 신(新)애치슨라인 안보구상은 궤도에 올랐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북핵폐기전략과 오바마의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을 조율한 것으로 한미일 안보 공조, 개성공단 폐쇄 그리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가 핵심이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걸프전 이후 항미전쟁을 핵 전략에 초점을 맞춰 전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표1 참고).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과도한 군비경쟁으로 해체됐다는 교훈을 근거로 재래전 중심의 군사 전략을 조정했다.

199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전략은 미국의 MD(Missile Defense) 전략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 전략에 대해 수세(守勢)적이었다. 반면 북한은 혹독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남침 전략을 핵 전략 중심으로 재편했다.

북한은 핵과 재편된 재래 전력으로 한국을 강점하고자 한다. 일본과 미국 개입 시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국과 일본을 겁박하거나 타격해 미군의 증원을 막고 한반도를 내전화(內戰化)하겠다는 전략이다.



新애치슨라인 안보 구상

박 전 대통령은 ‘차질 없는 전환’이라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2013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은 전군지휘관 회의(2013.12)에서 김대중 정부 이후 처음으로 전면전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한 또 다른 이유는 북·중·러가 군사전략의 초점을 항미전쟁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도 넘은 군비 증강으로 동북아 힘의 균형은 급속히 무너져 갔다.

중·러의 군사공조는 2012년 동·서해에서 해상 무력시위로 시작됐다(표2 참고). 이러한 중·러의 합동무력시위는 동해와 서해는 물론 동북아의 한미일 연합전력이 해상·공중에서 중·러가 우세를 점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침입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2017년 1월 한·중·일 군용기 50여 대가 혼전을 벌이기도 했다. 2019년 7월 러시아의 군용기가 6·25전쟁 이후 최초로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이 대응사격에 나선 적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제1도련선(중국이 설정한 해상 방어망 : 오키나와-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짐)’을 돌파하려는 중국과 이를 신(新)애치슨라인에서 저지하려는 패권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접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미국과 유럽연합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미국·유럽과 중·러가 ‘인도-베트남-남중국해-서해-홋카이도’ 라인에 이어 ‘이란-우크라이나-벨라루스’를 연결하는 유럽 지역의 신애치슨라인을 두고 대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3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장관. 한 전 장관은 야권의 반대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뉴스1]

2017년 3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장관. 한 전 장관은 야권의 반대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뉴스1]

문 대통령의 왜곡된 대적관

문 대통령의 대북관은 2017년 6월 21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으로 ‘뻥’치고 있지만 (안전 보장을) 바랄 수 있다”는 언급에서 알 수 있다. ‘북한은 경제난으로 전쟁을 감당할 능력이 없고, 북핵은 대미 협상용’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오판의 시발점은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정보본부에 축적된 대북 군사정보에 재갈을 물리고 군 통수권자의 입맛에 맞는 대북 위협평가를 만들어내 군에 따르라고 강요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아 전작권 임기 내 환수를 추진 중이며 군 복무 기간을 단축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나섰다가 연장했다. 모든 국가가 ‘군사동맹 짝짓기’에 혈안이 된 시기임에도 국군 단독으로 완벽한 안보 태세를 갖추라는 식의 비상식적 행태였다.

국방·외교는 적과 아군의 구분을 전제하지만 문 대통령의 평화관은 피아의 구분을 제거한다. 한미일 동맹의 한 축인 일본은 적이 됐으며 북한, 중국, 러시아는 과장해 말하면 우방 격이 됐다. 정부 수립 이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상이다.

2016년 3월 중국의 왕이 부장이 비핵화·평화회담 병행론(쌍괘론)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쌍중단론)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중국의 제안에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저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한미동맹 와해 전략을 남북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비슷한 형태로 수용했다.

‘트럼프-김정은 회담’ 결과인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결과물인 2018년 9·19 군사합의는 한국에 초유의 안보 공백기를 불러왔다. 평시에 사격과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전시에 영토를 적에 헌납할 수밖에 없다. 통일대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의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9·19 군사합의는 정교한 방식으로 전방 방어체계를 무력화했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핵 개발과 남침 전쟁 준비를 중단한 적이 없다(표3 참고). 김정은은 지난해 1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장을 한국과 미국의 적대정책 탓으로 돌리던 위장평화전술에서 벗어나 당 규약에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국방력으로 조국 통일을 앞당기자고 명시했다. 핵 추진 잠수함, 전술핵, 극초음속 무기, 정찰위성, 무인정찰기 개발을 공언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 조야 일각에선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때는 북한의 6차 핵실험(2017.9.3)을 전후로 한 시기였다. 미국 국방대가 2018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한일 핵무기 공유론’을 제기한 이래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한일의 ‘나토식 핵 공유’ 문제를 잇달아 제기했다. 북한이 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을 방치할 경우 한국의 핵무장은 북·중·러의 핵 공격 위협을 일차적으로 한국에서 차단할 수 있는 이점을 미국에 제공한다.

‘3NO(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사일 방어체계 참여 배제)’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 탓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선제적 대응 조치는 대부분 물거품이 됐다.

총체적 실패로 끝난 한반도 평화구상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안보 정책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은 ‘북핵폐기전략’과 ‘한반도 평화구상’이라는 대외 정책기조에서 특히 극명하게 드러난다.

북핵폐기전략은 핵실험 또는 ICBM을 발사할 때마다 경제·군사적으로 북한을 봉쇄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핵을 폐기시키되 북핵 폐기 실패 시에는 한국 핵무장을 검토하고 도발 또는 전면 남침 시 북한군을 격퇴시킨다는 전략이다(표4 참고).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김정은의 통일대전과 시진핑의 강군몽(强軍夢)의 군사적 위협을 무시하고 박근혜 정부의 흔적 지우기(Anything But Park)로 일관했다(표5 참고). 완전한 북핵 폐기를 포기한 상황에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엔의 안보리 결의에 따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이 천명됐다. 같은 해 9월 퇴임을 앞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한 백악관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4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됐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의 ‘북핵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원칙은 국제사회에서도 최상위 규범이 됐다.

근래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촛불정변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구상 정책이 집권 기간 내내 오락가락한 탓에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뉴스1]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뉴스1]

국가 생존전략 논의 없는 ‘깜깜이’ 대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 실정에 대한 반성과 고찰 없이 종전 선언을 골자로 하는 문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되풀이하는 듯한 모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문 대통령을 모방하는 이 후보의 공약을 명확하게 반박하거나 확고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가 극단으로 치닫는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안보 위기에 대한 국가 생존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깜깜이’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것이다.

북핵폐기전략이 차기 정부에서 시행돼야 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위기관리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김정은의 통일대전, 시진핑의 강군몽의 위협을 인식하고 국내 및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동맹정책의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은 한미연합 방위 태세의 근본인 전작권 전환과 한미일 안보공조에 관한 잘못된 사회적 관념을 교정하는 것이다. 북핵폐기전략은 그간 진보 진영의 왜곡된 안보관과 이를 방관한 보수의 실책으로 외면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은 전면전을 감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고, 북핵은 자위용이다” “군과 방위산업은 부패했다”는 전제하에 국방개혁 2020을 추진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은 재고하고 방위사업청을 2차 관제로 전환해야 한다. 전환시점을 정한 전작권 환수도 안 된다. 미국은 매년 안보 예산에 대략 2000조 원을 투입하는 나라다. 축적된 군사과학 기술이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틀에서 한국과 일본에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이미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 미국 ABC와 인터뷰하면서 수화 율동을 선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지난해 9월 24일 미국 ABC와 인터뷰하면서 수화 율동을 선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뉴스1]

文 대통령, 결자해지 해야

문 대통령은 탈원전, 위안부 합의 파기로 인한 한일관계 난맥, 쿼드 가입 문제, 9·19 군사합의 등의 사안에서 후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남은 재임 기간 최대한 정상화해 놓고 퇴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군사력 건설은 통상 수십 년이 걸린다. 현재 3세대 무기체계에서 4세대 무기체계로 전환하다 정체돼 있는 국방 R&D와 방위산업에 미국의 5, 6세대 군사과학기술을 이전받는 일은 한국 경제와 안보에 사활이 걸린 문제다. 쿼드 가입과 한미일 군사동맹은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다.

홍성민
● 1961년 서울 출생
● 육사 41기
●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前 국군정보사령부 대북분석관
● 조성태(前 국방장관) 의원 보좌관, 디앤디 포커스 발행인
● 現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 저서 : ‘북한의 통일대전과 대응책’ 등 비공개 안보정책서,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안’





신동아 2022년 2월호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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