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구이·찜·국물·숙성 요리 다 되는 ‘밥도둑’ 생선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2-02-10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졌다. 즉석식품과 배달 음식으로 식사하는 건 익숙하고 편리하지만 왠지 모르게 끼니를 ‘때우는’ 것 같은 헛헛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손수 밥상을 차리자니 반찬이 마땅치 않다.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에 감칠맛을 더한 생선 요리는 어떨까. 따끈한 밥에 생선을 곁들인 ‘집밥’은 주린 배는 물론 마음 한 구석 허전함까지 채워줄 것이다.
    조기에 천일염을 뿌려 절인 뒤 줄로 엮어 바닷바람에 말리면 굴비가 된다. [GettyImage]

    조기에 천일염을 뿌려 절인 뒤 줄로 엮어 바닷바람에 말리면 굴비가 된다. [GettyImage]

    내게 맛을 가르쳐준 스승이 있다. 이탈리아 요리학교에 다닐 때 같은 방을 쓰던 언니다.

    그 시절 어설프기 짝이 없던 내가 보기에 언니는 모르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붙어 다녔고 함께 술을 자주 마셨다. 언니는 내게 홍어 맛을 가르쳐줬고, 소 막창을 찍어 먹는 대구식 막장의 고수를 찾아 그 맛을 보여줬다. 공릉동(서울 노원구)이라는 낯선 동네에 데려가 갈비를 먹어보게 해준 것도 그 언니였다. 취기에 뻗어 같이 잠든 다음 날이면, 해장으로 보이차나 오룡차를 내려주곤 했다. 내가 처음 과메기를 먹은 것도 언니와 함께였다.

    극강의 기름진 고소함, 과메기

    청어 또는 꽁치를 말려 만드는 과메기.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청어 또는 꽁치를 말려 만드는 과메기.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지금 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수많은 ‘인싸’가 찾는 ‘핫플’이지만, 내가 처음 과메기를 먹었을 때는 컴컴한 동네 어귀에 포장마차만 하나 달랑 있었다. 추운 겨울 종로5가에서 갈매기살을 구워 먹고 포장마차로 향했다. 숭덩숭덩 큼직하게 썬 과메기, 편 썬 마늘, 작게 썬 청양고추, 알배추 몇 잎, 손가락처럼 썬 당근, 초장, 배추김치 그리고 어묵 몇 장 떠 있는 국물이 상에 차려졌다. 묵은 생선내와 포구 비린내 같은 게 나는 쫀득한 과메기가 어찌나 기름지고 고소하던지, 낯설지만 맘에 쏙 들던 그 맛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된장을 좀 얻어 배추, 마늘, 고추와 번갈아 조합하며 신나게 먹었다. 내 입에는 새콤달콤 초장보다 짜고 텁텁한 된장을 얹어 먹는 게 더 맛있었다. 그 겨울 언니를 졸라 줄곧 그 포장마차에 갔다.

    이후 기회가 되면 종종 과메기를 먹었다. 번듯한 식당에 가니 물미역, 다시마, 곰피, 꼬시래기, 톳, 마늘종, 쪽파, 대파 흰 부분, 깻잎, 봄동, 절인 배추, 씻은 묵은지, 구운 맨 김, 참기름과 다진 마늘 넣은 양념된장 등 조연이 훨씬 화려했다. 바다에서 온 것이니 해초와 함께 초장에 ‘콕’하면 맛있다. 조금 비리다 싶으면 쌈채소에 쪽파, 대파, 마늘종 얹고 쌈장을 쓱 묻혀 먹는다. 허기가 가시고 본격적으로 한잔 걸쳐볼까 싶으면 배추나 묵은지를 곁들여 짭조름하게 즐긴다. 초보자는 향이 강한 마늘, 파, 마늘종, 깻잎, 김치, 김처럼 바다 맛이 덜 나는 재료와 곁들이면 좋다. 숙련자는 과메기만 달랑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도 맛있을 것이다.

    맛의 문턱을 조금 낮추려면 구워 먹는 방법이 있다. 워낙 기름을 많이 품고 있으니 달군 프라이팬에 과메기를 넣고 기름이 배어나올 때까지 뒤집어가며 굽는다. 기름이 빠지면서 비린 풍미도 함께 빠져나간다. 살은 더 꼬들꼬들하고 쫀득해지며, 고소한 맛이 깊어진다. 태우지 않고 며칠을 바싹 구운 꽁치 요리가 있다면 이런 맛이겠구나 싶을 만큼 먹기 수월하다. 구운 과메기는 참기름소금장에 많이 찍어 먹는데,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과도 잘 어울린다.



    ‘진짜 밥도둑’ 보리굴비

    소금 간을 해서 말린 조기를 구우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난다(왼쪽). 보리굴비 전문점에 가면 몸통 가운데 굵직한 뼈를 발라내고 살집을 큼직하게 뜯어 몸통이 있던 자리에 수북이 쌓아준다. [GettyImage, 동아DB]

    소금 간을 해서 말린 조기를 구우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난다(왼쪽). 보리굴비 전문점에 가면 몸통 가운데 굵직한 뼈를 발라내고 살집을 큼직하게 뜯어 몸통이 있던 자리에 수북이 쌓아준다. [GettyImage, 동아DB]

    사람들은 여름철 입맛을 살리려고 보리굴비를 즐긴다는데 나는 정반대다. 그 고릿한 향과 짭짤한 감칠맛, 오래 씹어 삼켜야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쫄깃한 생선살이 겨울마다 먹고 싶어진다. 신나게 먹고 나면 굴비 껍질에서 묻어난 기름기로 입술에 반질반질 윤이 난다.

    보리굴비는 바싹 마른 굴비를 겉보리에 ‘박아’ 숙성시킨 것을 일컫는다. 조기가 잘 잡히는 때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이때 잡은 조기를 크기에 따라 나누고, 간수를 충분히 뺀 천일염을 뿌려 절인 다음 열 마리씩 줄로 엮는다. 이후 맑은 물에 두어 번 헹궈 바닷바람에 한참 말리면 굴비가 된다.

    아무리 잘 만든 굴비라도 여름이 가까워지면 상하기 쉽다. 그걸 막고자 보리에 박아두고 꺼내 먹느라 만들어진 게 보리굴비다. 보리는 습한 날씨에 생길 수 있는 수분을 흡수하고, 숙성을 도와 굴비에 독특한 풍미를 선사한다.

    요즘은 조기 어획량이 줄어 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를 보기 어렵다. 부세를 보리에 묻어 만든 보리굴비가 더 흔하다. 조기랑 비교하면 몸집이 ‘헤비급’인 부세도 양이 결코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 두툼한 살집에 속살이 나뭇가지처럼 연갈색을 띠며 윤기가 감도는 그 짭짤한 것을 내가 게 눈 감추듯 해치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식당에 가면 종업원이 쫀득하게 찐 보리굴비를 식탁에 가져와 손수 해체해 준다. 먼저 등과 배를 동시에 눌러 몸통을 반으로 가르듯 쪼갠다. 가운데 굵직한 뼈를 발라내고 살집을 큼직하게 뜯어 몸통이 있던 자리에 수북이 쌓아준다. 우리는 가장자리에 남은 잔가시를 조심하며 한 점씩 먹기만 하면 된다.

    보리굴비는 먹을 때마다 짠맛, 감칠맛, 살집의 씹는 맛, 기름진 맛과 향이 매번 다르다. 사람이 손으로 간을 잡고, 숙성시키니 당연하다. 그러니 ‘이번 보리굴비는 얼마나 짠가, 얼마나 깊은 내가 나는가’ 느끼면서 작은 한 점 맨입에 넣고 꼭꼭 씹어 맛을 보자. 씹을수록 고소한 짠맛이 입맛을 깨운다.

    갓 지은 밥에 껍질까지 붙은 살점 한 덩어리씩 올려 본격적으로 먹다 보면 그릇이 금세 빈다. 밥 한 그릇 더 시켜 찻물에 말아 쫀득한 생선살을 얹어 또 먹는다. 나는 맨밥보다 이편이 더 맛있다. 보리굴비 파는 식당은 대체로 전라남도식이라 반찬도 입에 착 감기는 게 많다. 그렇지만 반찬에 손이 갈 틈이 없다. 생선 접시가 비고, 배는 차는 시점에 이르러야 다른 반찬도 눈에 들어온다.

    보리굴비는 온라인 마켓에서도 많이 보이지만 보리에 묻어 숙성한 것이 아니라 해풍에 오래도록 잘 말린 것을 보리굴비라고 판매하기도 한다. 숙성의 감칠맛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인가 싶지만 어쨌든 ‘보리’ 없는 보리굴비인 건 사실이다. 조기, 부세, 백조기 등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도 알고 값을 치러야 한다. 어느 생선이 더 맛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다. 생선에 따라 원가가 다르니 제값만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굴비라는 이름의 유래 중 줄에 엮인 생선이 마르며 구부러진 모양새 ‘굽이’라고 해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생선 종류가 참조기 아닌 다른 것이라고 해도 ‘굴비’는 굴비인 셈이다.

    설날 밥상에 꼭 오르는 귀한 반찬 식해

    가자미를 넣어 만든 가자미식해. 식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별미로 추천한다. [GettyImage]

    가자미를 넣어 만든 가자미식해. 식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별미로 추천한다. [GettyImage]

    식해는 밥과 같이 익힌 곡식과 생선, 누룩과 소금을 버무려 삭힌 것을 말한다. 밥알 동동 뜬 감칠맛 나는 구수한 음료인 ‘식혜’가 아니다. 고춧가루 옷을 새빨갛게 입고 삭은 반찬 ‘식해(食醢)’다. 엄마는 시집와서 그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고모에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 비린내가 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꺼리던 엄마가 아빠를 위해서가 아닌, 당신 입맛에 맞아 만들기 시작한 처음이자 유일한 바닷가식 반찬이다.

    젓갈은 소금에 절여 삭히지만 식해는 곡식과 누룩이 들어가는 점에서 다르다. 동해안 지역에서 즐겨 만들어 먹는 음식이며 가자미나 명태처럼 비린내가 적고 맛이 깨끗한 생선을 주로 사용한다.

    집마다 생선을 손질하는 방법은 다르다. 어느 집은 자그마한 것을 구해 지느러미와 꼬리만 떼고 숭덩숭덩 썰어 넣고, 또 다른 집은 살이 두툼한 것을 구해서 내장과 대가리도 떼버리고 살집만 썰어 넣는다. 이때 생선은 소금을 뿌려 서늘한 바람에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려야 한다. 처음부터 생물 대신 마른 가자미나 코다리를 구해 식해를 만들기도 한다. 생선에 물기가 없어야 식해가 묽어지지 않고, 살 씹는 맛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곡식은 메조, 차조, 멥쌀을 주로 쓰는데 한 가지만 사용하기도 하고 섞어 쓰기도 한다. 곡식은 모두 식혜 만들 듯 고두밥(아주 되게 지어져 고들고들한 밥)을 지어 사용한다. 누룩 대신 구하기 쉬운 엿기름을 쓰며 간은 소금으로 맞추되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으로 맛을 더한다.

    식해에서 생선만큼 중요한 재료가 바로 무다. 나박나박 두껍게 혹은 무말랭이 만들 듯 가늘게 썰어 준비한 무는 소금에 절여 물기를 꽉 짠 다음 다른 재료와 함께 버무린다. 식해 전체에 달고,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보태주는 게 무인 만큼 겨울에 거둔 것을 사용해야 제맛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식해는 겨울의 반찬이고 설날 밥상에 꼭 오르는 귀한 반찬이다.

    언제 먹어도 매력적인 홍어

    홍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잘 삭힌 홍어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곁들여 삼합으로 먹는다(왼쪽). 홍어를 매콤하게 무친 요리는 홍어 ‘초심자’도 즐길 만하다. [GettyImage]

    홍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잘 삭힌 홍어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곁들여 삼합으로 먹는다(왼쪽). 홍어를 매콤하게 무친 요리는 홍어 ‘초심자’도 즐길 만하다. [GettyImage]

    나는 서울 종로5가에 있던, 전남 목포 출신 사장님이 운영하는 홍어 전문점에서 생애 첫 홍어를 맛봤다. 사장님은 특별히 ‘고수용’ 홍어를 썰어 내오셨다. 묵은 김치에 살점을 감싸 호기롭게 입에 넣고 우적우적 대여섯 번 씹었을까. 홍어 ‘하수’인 나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숙이고 끅끅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한참 울고 웃었다. 분명 입으로 먹었는데 코와 귀, 눈부터 관자놀이까지 시원했다. 입안에서 불꽃놀이가 일어난 것 같았다.

    새콤하고 상큼한 홍어무침, 냉면에 올라간 쫄깃하고 달착지근한 간재미무침, 콤콤한 가오리찜도 먹어봤기에 내가 잘 해낼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홍어는 한 조각 먹을 때마다 풍선처럼 향이 터졌다.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꾸덕한 날개(지느러미) 부분을 씹는 맛에는 묘하게 빠져들었다. 김치와 돼지고기의 도움을 받자 독특한 실감을 즐겨볼 여유가 생겼다. 향이 터지면 눈을 질끈 감으며 계속 홍어를 먹고 있는 내가 신기했다.

    그러다가 홍어의 애(간)를 맛봤다. 간은 홍어가 가장 싱싱할 때 맨 먼저 먹는 부위다. 한입 크기로 썰어 나온 연한 살구색 미끄덩해 보이는 것을 입에 넣으니 크림처럼 부드럽고 말랑하며 고소하다. 바다 향도 없이 오로지 고소함 뿐이다. 소금을 살짝 더하니 낯선 홍어에 지쳤던 마음이 사르르 풀어진다. 애 만큼 부드러운 지라, 홍어 껍질을 끓여 편육처럼 만든 묵도 ‘하수’가 먹기에 괜찮았다.

    이윽고 자리가 끝날 무렵, 여느 생선을 먹었을 때처럼 탕이 등장했다. 노릇하게 부친 홍어전과 함께였다. 전은 ‘약한 걸’로 만드셨다. 달걀물을 묻혀 기름에 지진 홍어살은 말랑했다. 씹을 때 퐁퐁 터지는 향의 여운이 짧아 먹기에 더 수월했다.

    어쩌면 나의 첫 홍어가 유난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만난 홍어는 ‘서울내기’도 즐길 만했다. 천천히 애지중지 씹으며 즐길 수 있게 됐다. 김치를 얹어 먹고, 초장에 찍어 먹고, 돼지고기와 겹쳐 먹고, 쌈배추에 올려도 먹는다. 홍어는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매번 다르고 새롭다. 그 야릇한 매력 덕에 오늘의 홍어는 또 어떤 맛일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민어, 병어, 양미리… 말려 먹으면 더 꿀맛 흰 살 생선

    살이 오른 생선은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째로 구워 먹어야 맛있다(왼쪽). 강원 속초항에서 양미리를 말리는 모습. 잘 마른 양미리를 연탄불에 구우면 배릿하고 구수하다(오른쪽). 말린 생선을 넣고 맑게 끓인 국물 요리. 생선을 말리면 조리해도 살이 풀어지지 않아 국물 맛이 깔끔하다. [GettyImage]

    살이 오른 생선은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째로 구워 먹어야 맛있다(왼쪽). 강원 속초항에서 양미리를 말리는 모습. 잘 마른 양미리를 연탄불에 구우면 배릿하고 구수하다(오른쪽). 말린 생선을 넣고 맑게 끓인 국물 요리. 생선을 말리면 조리해도 살이 풀어지지 않아 국물 맛이 깔끔하다. [GettyImage]

    흰살생선을 말리면 부스러지기 쉽던 살집이 쫀득쫀득 간간해지고, 껍질은 고소해지며, 몸 전체 비린내가 줄어든다. 잔뼈와 함께 흐트러져 버리는 생선살을 꺼리는 이라도 말린 생선을 먹으면 한점 두점 계속 손이 갈 것이다.

    말렸을 때 통통한 살집 맛이 제대로 나는 생선은 꽤 많다. 회로 즐겨 먹는 껍질 검은 우럭, 부세보다 조금 더 큰 그러나 민어로 치자면 그리 크지 않은 민어, 마름모꼴 귀여운 병어, 납작한 몸에 살코기를 숨기고 있는 서대, 붉은 우럭 혹은 열기라 불리는 쏨뱅이, 푸짐한 참돔과 옥돔, 고소한 맛이 나는 가자미 등이 있다.

    동해로 가면 장치와 곰치도 꾸덕꾸덕 말려 먹으며 이맘때면 오동통 탐스럽게 마른 양미리가 한창이다. 겨울바람 스며드는 자리에 앉아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째로 양미리를 구워 먹는 사람들로 강원도 겨울 시장은 늘 붐빈다. 배릿하고 구수한 양미리는 이렇게 먹어야 재미나고 맛있다.

    집에 화로와 석쇠가 없어 아쉽지만 잘 말린 흰살생선은 아파트 부엌에서 대강 요리해도 꿀맛이 난다. 꾸덕꾸덕 마른 생선을 프라이팬이나 그릴 오븐에 넣고 타지 않게 잘 굽기만 하면 된다. 팬에 구울 때는 기름을 조금 두르고, 그릴에 넣을 때는 생선 표면에 기름을 살짝 발라 쿠킹포일로 싸서 굽는다. 생선이 어느 정도 익으면 쿠킹포일을 펼쳐 껍질 면이 탁탁 터지게 구워내면 된다. 조금 특별한 날에는 전분을 묻혀 기름에 튀긴다.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건 찜이다. 냄비에 채반을 넣고 물을 끓여 열기를 올린 다음 마른 생선을 넣고 쫀득하게 익혀낸다. 이때 끓는 물이 생선에 바로 닿지 않도록 속이 깊은 냄비를 준비해야 한다. 대파 잎을 생선 밑에 깔거나, 찌는 물에 담가둬도 좋다. 어떤 사람은 솔잎을 깔고 찌기도 하는데, 실은 아무것도 안 해도 충분히 맛있다. 간장에 갖은 재료를 넣어 양념을 올려 쪄 먹거나, 고추 및 쪽파를 작게 썰어 생선살에 올려 함께 쪄도 좋다.

    마른 생선은 살집이 단단하고 짠맛과 감칠맛을 갖고 있어 국물요리를 하기에도 알맞다. 끓이고 조려도 웬만해서는 살이 풀어지지 않아 좋다. 맑은 국을 끓이면 시원하고, 칼칼하게 조리면 달다. 달콤한 간장 양념에 넣어 뭉근하게 조리거나, 매운 고춧가루와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을 넣어 센 불에 볶아 해물찜처럼 즐길 수도 있다. 마른 생선은 보관이 쉽고, 손질할 것도 거의 없다. 겨우내 집콕·방콕하며 반찬으로, 안주로 오순도순 즐기기에 이만한 먹을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