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난임 원인? “너무 잘 먹어서”…단순한 밥상에 해법 있다

[마마&파파 만드는 이경호의 버스토리(birth+story)] 치킨, 빵, 떡볶이…입이 즐거운 식단은 경계 대상 1호

  • 이경호 마마파파&베이비산부인과의원 원장

    입력2026-06-1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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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성생활을 돕는 한식 상차림. Gettyimage

    건강한 성생활을 돕는 한식 상차림. Gettyimage

    요즘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는 게 아니다. 입이 심심해서,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극이 필요해서 맛있는 것을 찾는다. 마트에 가보면 계절도, 국경도 무색하다. 한겨울에도 열대 과일이 쌓여 있고, 외국에서나 먹을  법한 음식이 진열대에 즐비하다. TV에도, 유튜브 채널에도 ‘먹방’이 넘쳐난다. 쉴 새 없이 “맛있다”고 떠드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식욕이 솟구친다. ‘정말, 맛있겠네! 먹고 싶다’ 하고 말이다. 

    한데 난임 의사라서 그런지, 이런 풍경이 내겐 편하지 않다. 영양의 풍요가 아닌 ‘과잉’이요, 정상치를 넘어선 ‘과부하’로 보인다. ‘못 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아진 시대라서 그럴 것이다. 멀쩡해 보이는 젊은 부부가 뜨겁게 신혼을 보내고도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식이(食餌)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아침부터 달달한 카페라테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치자. 그 부드러운 거품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당이 숨어 있고, 공복 상태의 몸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침에 먹는 첫 끼는 그날의 호르몬 방향을 결정하는 신호탄과 같아서, 이렇게 먹으면 혈당이 순식간에 치솟고, 인슐린이 한꺼번에 쏟아져 하루 시작부터 고단해진다. 성장기 혹은 뇌를 집중적으로 쓰는 학생이 아니라면 아침을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가볍게 시작하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달한 음료가 정자의 질에 미치는 영향

    치킨, 파스타, 빵, 떡볶이, 튀김, 케이크, 쿠키, 피자…. 현대인이 즐겨 먹는 음식은 대부분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고, 열량이 높다. 한마디로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계속 자극하는 음식이다. 혈당이 급격히 치솟고, 이를 붙잡기 위해 인슐린이 한꺼번에 쏟아지게 하는 이런 음식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 섭취하면 단순히 피로만 쌓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대사 리듬이 무너지고, 결국 생식 기능까지 서서히, 확실히 저하된다. 

    그래서 난임병원에서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식이조절을 강조한다. 몸의 흐름을 먼저 바로잡아야 처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세포 안에서는 활성산소가 늘어나고, 이 미세한 손상이 쌓이면서 난자의 에너지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혈당의 급등락이 반복되면 몸은 그 자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생식호르몬의 균형도 흔들린다. 



    최근 들어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에 걸린 여성이 부쩍 늘어난 것도 식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과도하게 분비된 인슐린은 난소에 직접 작용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난포의 성숙을 방해한다. 난포는 자라지만 배란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생식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호르몬 주사나 경구용 약으로 배란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착상 환경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면 임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달달한 음료와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정자의 질에 영향을 준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그 여파로 DNA가 손상돼 운동성과 형태까지 함께 흔들린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실제 자가 수정 능력은 기대보다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정액 검사 결과지를 마주하면 으레 수치 너머의 라이프스타일과 식이에 대해 묻게 된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겹친다. 배달 음식 문화의 그림자인 일회용 포장과 플라스틱 용기 문제는 환경호르몬이라는 무서운 재앙과 맞닿아 있다. 최근 정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보고는 우리가 사용하는 환경이 결국 생식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환경호르몬은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이나 안드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하며, 정상적인 호르몬 신호를 교란한다. 그 결과 배란 장애, 정자 수 감소, 정자 운동성 저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과 이에 흡착된 화학물질은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 난자와 정자의 DNA 손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수정과 초기 배아 발달 단계까지 영향이 미친다. 

    처방보다 대사 리듬 찾는 것이 먼저 

    이쯤에서 문득 뇌리를 스치는 장면이 있다. 다름 아닌 어머니의 부엌과 그 밥상이다. 단출하던 그 시절의 식탁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오늘날 생식기능과 식이의 연관성을 되짚어 보면, 그 구성은 놀라울 만큼 균형 잡혀 있다.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 반찬, 잡곡밥, 단백질 공급원인 생선이나 두부로 만든 조림, 대표적인 발효식품 청국장·된장찌개, 김치 등이 그것이다. 과잉 섭취가 문제인 지금,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식단의 기본이 이미 그 안에 담겨 있었던 셈이다.

    요즘 난임 여성 사이에서는 난자를 좋게 만드는 음식, 꼭 챙겨 먹어야 할 영양소 정보가 오간다. 코엔자임 Q10,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B군이 대표적이다. 난자가 분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중심이 미토콘드리아라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 흐름을 보면, 초가공식품은 더는 “건강에 안 좋다” 수준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난자라는 생식세포, 그리고 수정 직후의 초기 배아 단계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혈관이나 체중을 넘어, 이제는 생명의 잉태 과정에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지중해식 식단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다. 막상 들여다보면 거창한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 식단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채소와 과일을 매일 충분히 섭취하고, 흰쌀 대신 현미나 귀리·통밀·보리처럼 덜 가공된 곡물을 즐기며, 견과류를 꾸준히 곁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 더, 지방은 버터보다 올리브유를 먹도록 한다. ‘완전히 정제되지 않고 가공이 덜 된 식품을 먹는 것’이 대원칙이다. 물론 이 같은 식단이 난자를 더 많이 만들거나 수정될 확률을 직접적으로 높인다는 근거는 제한적이지만, 생명 잉태를 위한 에너지 흐름과 생식 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복잡한 설은 이미 오래전 한국인의 밥상 위에 올라 있었다. 임신한 며느리를 위해 시금치를 데쳐주던 손길. 그 안에는 이름은 모르지만, 엽산처럼 임신부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려는 따스한 마음이 있었다. 엽산은 세포가 나뉘고 새로 만들어질 때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견과류가 좋다는 이론을 알지 못했어도 배가 불러오는 며느리에게 볶은 땅콩을 하루에 열 알씩 먹으라고 권하던 말 역시, 지금 돌아보면 생식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그 나름의 근거 있는 생활 지혜였던 셈이다. 

    이경호
    ● 1966년 울산 출생
    ● 1990년 고려대 의대 졸업
    ● 1994~1998년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전공의
    ● 1999~2000년 제일병원 복강경수술 전문 펠로(fellow) 
    ● 2000~2003년 미즈메디병원 난임 전문의 
    ● 2003년~ 마마파파&베이비산부인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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