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표준유지관리비의 34.4% 불과
전문성‧책임성 외면한 ‘최저가 입찰제’
1시간 인건비보다 낮은 유지관리 계약
홍콩, 국내 평균 승강기 유지관리비의 10배
2019년 이후 전자입찰 도입 법안 네 차례 발의
지금 K-승강기에 필요한 것은? 적격심사제!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보유한 ‘김 부장’의 일상적 출근길 풍경이다. 이처럼 승강기는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 이동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승강기의 안전을 위해서는 유지관리가 필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내실 있게 해야 할 유지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표준 유지관리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저가 수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유지관리비
승강기 유지관리 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표준 유지관리비와 실제 계약 금액 간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승강기 표준 유지관리비는 20만5000원이지만 2025년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평균 계약 금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만8600원(43.2%), 중소업체는 3분의 1 수준인 6만9100원(33.7%)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체결되는 이 같은 계약 금액으로는 투입되는 인력과 점검 품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승강기 안전관리의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더 큰 문제는 표준액보다 낮은 수준이 ‘유지’되는 게 아니라 해마다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표준 유지관리비는 2022년 18만4000원에서 2025년 20만5000원(▲10.4%)으로 상승했지만, 실제 계약 단가는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하락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2022년 업체 평균 계약 금액은 9만 1000원이었으나 2025년 평균 계약금은 8만8600원으로 2400원(▼2.6%) 하락했고, 중소기업은 7만3100원에서 6만9100원으로 4000원(▼5.5%) 낮아졌다.
또한 이보다도 낮은 5만 원 이하 낙찰이 160여 건 확인됐고, 최저 낙찰 금액은 2만1800원이었다. 이 금액에는 유지관리 기술자 2명의 인건비를 비롯해 현장 이동시간, 차량 주행비, 유류비, 점검 준비, 보고서 작성, 긴급출동 대기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다.
2025년 ‘엔지니어링 노임단가’ 기준으로 승강기 유지관리를 1시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만 약 5만5110원이었다. 즉 최저 낙찰 금액 2만1800원은 인건비의 40%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인 셈이다. 이동과 준비, 보고, 긴급 대응 비용은커녕 기본 인건비조차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승강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현장에서는 안전을 담보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참고로 홍콩의 경우 승강기 대당 평균 유지관리비가 약 76만9000원에서 87만8000원(4751~5430 홍콩달러)에 달해, 국내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승강기 유지관리비의 저가 계약은 적정 인력투입, 안전 점검 내실화, 부품 교체 등 필수적 안전관리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인력 유출과 현장 대응력 저하, 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한 직원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승강기협회
‘가격’ 우선인 입찰 체계의 구조적 결함
현실에 턱없이 부족한 승강기 유지관리 계약이 발생하는 이유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롯된다. 현행 입찰 체계가 승강기 유지관리를 단순 ‘용역’으로 취급해 저가 중심의 계약 구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안전을 책임질 ‘적격 업체’를 선별하기보다 가장 적은 비용을 써낸 업체를 선정하는 구조가 근본 원인인 셈이다.승강기 유지관리 사업자 선정 평가 요소는 크게 관리능력(70점)과 입찰가격(30점)으로 구성된다. 관리능력은 다시 기업 신뢰도(30점)와 업무수행 능력(30점), 사업 제안(10점)으로 나뉜다. 기술자 및 장비 보유 현황 등 실질적 전문성을 평가하는 ‘업무수행 능력’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입찰가격에서 적정가격을 써내면 초저가를 제시한 업체에 밀려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승강기 업계 관계자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승강기의 안전을 위해서는 기술력 있는 업체의 관리가 필수적임에도 현행 지침은 저가 업체에 유리하게 돼 있다”라며 “적자가 가중되다 보니 젊은 기술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업체 대표는 “모든 작업이 2인 1조로 이루어지도록 안전 규제는 강화되는데 현재의 유지관리비로는 최소 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렵다”며 “인력 유지가 힘들어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응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유지관리비 현실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적격심사 항목에서 가격 비중은 낮추고 품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 특히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내에서 승강기 유지관리를 일반 용역이 아닌 ‘안전관리’ 분야로 분리해 최소 유지관리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업체와 기술 인력의 실적 및 경력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민권 대한승강기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 승강기 유지관리 시장은 오랜 기간 이어진 저가 경쟁 구조로 인해 표준 유지관리비의 50%에도 못 미치는 초저가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일부 현장에서는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낙찰되는 경우도 있어 적정 인력 투입과 예방 정비, 부품 교체 등 필수적인 안전관리 활동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강기 유지관리 계약 체계 역시 단순 가격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품질 중심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인 계약·평가제도 도입을 통해 유지관리 품질을 높이고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적정한 유지관리비를 통한 숙련된 기술 인력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가 뒷받침될 때야 비로소 승강기 안전이 확보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논의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9년 임재훈 의원 발의를 시작으로 노웅래, 서영교, 한병도 의원 등이 승강기 유지관리 도급계약 시 전자입찰을 의무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법안을 네 차례에 걸쳐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한병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22대 국회 내에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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