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의 대표적 수법은 ‘깡통 전세’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 필히 확인해야
공인중개사에 의한 사기도 상당수 발생
신탁등기 경료된 집은 각별한 주의 필요

전세 제도를 사기 범죄 수단으로 삼아 금전적 이익을 편취하는 전세사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8월 29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일명 ‘건축왕’ 남모 씨의 2심 감형에 반발하며 진행한 기자회견. 동아DB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와 몇 안 되는 국가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차 형태다.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세 제도의 특징은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거액의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계약 종료 시에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 집주인은 세입자로부터 거액의 보증금을 받음으로써 고율의 이자 부담 없이 대출받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대로 세입자는 매월 월세 부담 없이 수입을 꾸준히 저축하고 고율의 이자를 받아 목돈을 마련하는 효과를 누렸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목적이 상호 충족했기에 우리나라에서 특히 발전, 유지돼 온 제도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 이처럼 그 나름의 장점을 지닌 전세 제도를 악용해 사기 범죄 수단으로 삼아 금전적 이익을 편취하는 전세사기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그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 전세를 이용하고자 하는 세입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세사기의 대표적 유형은 무엇이고,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 대처 방안은 어떠한지를 살펴본다.

2024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동아DB
매매가·전세가 비교부터 해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세사기의 가장 대표적 형태는 깡통 전세다. 자기 자본 없이 매매가 대부분을 금융기관 대출금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것, 즉 무자본 갭투자 형식으로 무리하게 부동산을 여러 채 사들인 집주인이 어느 순간 자금난에 봉착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으로 돌려줄 돈이 없게 돼 결국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경우다.무자본 갭투자의 경우 매매가 대부분이 금융기관 대출금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집주인의 자금이 없어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실질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대부분 회수하기 어렵다. 집값이 하락해 금융기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 매매가가 낮아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따라서 전세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주택이 집주인의 자본이 거의 없는 깡통 주택인지 아닌지 면밀히 살펴 깡통 주택에 해당한다면 절대 전세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깡통 주택 여부를 어떻게 알아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일단 매매가와 전세가를 비교해야 한다. 매매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를 확인하거나 KB부동산 시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금융기관이나 그 밖의 채권자가 설정한 근저당권 등의 담보권이 어느 정도인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얼마인지 확인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의 적정 수준 이하로 유지되는 경우라면 대부분 깡통 전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몇 해 전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통과돼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기존엔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세입자가 집주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열람할 수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법 개정으로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체납한 세금을 알 수 있게 돼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다만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 없이 세금 체납 내역을 알 수 있는 시점은 전세계약을 체결한 이후라는 한계가 있다. 이는 전세계약 체결을 빙자해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집주인의 민감정보인 세금 납부 내역을 광범위하게 열람할 수 있게 해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따라서 여전히 전세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약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집주인의 동의 없이 세금 체납 내역을 열람한 결과, 집주인의 채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 특약사항으로 “계약체결 이후 세금 체납 내역이 존재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
한편 국세징수법 개정안과 별개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 체결 시 납세증명서를 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역시 집주인의 납세 여부 확인을 통해 깡통 전세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입법 목적이 있다. 국세징수법이 ‘세입자’가 세금 납부 내역을 ‘찾아보는 권리’를 규정한 것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세금 납부 내역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전세사기 수법 나날이 진화
또 다른 전세사기 유형은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요청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세입자와는 집주인 몰래 전세 계약을 체결해 목돈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가로채는 경우다. 공인중개사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기망해 금원을 편취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세입자로서는 전세계약인 줄 알고 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보증금을 전달했음에도 공인중개사가 중간에서 전세보증금을 빼돌리게 되면 결국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집주인을 대리해 관행적으로 공인중개사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흔히 발생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고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우선 정상적으로 등록된 공인중개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가공간정보포털을 통해 정식으로 등록된 중개업자인지 무자격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무자격자라면 당연히 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을 대리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반드시 집주인이 직접 계약 체결 장소에 입회할 것을 요구해 집주인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한 뒤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신탁등기가 경료(經了·등기를 마쳤다는 뜻)된 부동산에 대해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탁은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대출받거나, 그 부동산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신탁해 활용하는 경우 주로 쓰이는데, 이러한 신탁등기가 경료돼 있는 집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탁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집주인과 신탁사 사이에 집주인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어 신탁사의 동의 없이는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자기 집이라는 이유로 신탁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엔 권한 없는 자에 의한 전세계약이 되므로 세입자는 한순간에 불법점유자가 돼 집에서 쫓겨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신탁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이라면 반드시 신탁원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탁원부엔 신탁의 목적, 신탁 기간, 우선수익자, 신탁재산의 관리 방법, 임대차계약 권한 등 신탁계약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돼 있다. 보통의 경우 신탁원부에 ‘임대차계약 시에는 신탁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세입자로서는 집주인이라고 하더라도 신탁사의 동의 없이 집주인이 당사자가 돼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밖에 실제 소유자가 아님에도 인적 사항을 도용해 집주인으로 행세하는 가짜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다른 세입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입자와 중복해 이중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집주인의 대리인임을 자처해 전세계약을 체결했으나 알고 보니 대리권이 없는 무권대리인인 경우 등 전세사기 유형은 매우 다양하고 그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집주인 통장으로 직접 입금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려면 반드시 집주인의 신분증에 적시된 인적 사항과 등기부등본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위임장에 찍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대조해 인영이 동일한지 확인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은 반드시 집주인 명의의 통장으로 직접 입금하도록 해야 한다.무엇보다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세입자는 전입신고와 더불어 확정일자를 부여받아 대항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 추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어떤 범죄든 완벽히 대처해 예방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을 비롯해 전세계약을 처음 하는 세입자라면 더욱 그렇다.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가장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체크 항목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확인한다면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1978년 출생
●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국세심사위원회 전문위원
●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공제조합 법률자문
● 現 HS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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