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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산시성

북방 선비의 기풍 탐욕 앞에 흔들리다

晉 중원의 방패

  • 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북방 선비의 기풍 탐욕 앞에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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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디세우스

북방 선비의 기풍 탐욕 앞에 흔들리다

산시성의 항산. 중국의 오악(五岳) 중 북악에 해당한다.

반면 산악국가는 정치를 잘하든 못하든 백성이 찾아오기도 어렵지만 떠나기도 힘들다. 평원국가의 인구는 탄력적인 반면 산악국가의 인구는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진나라는 가난했지만 거주민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진나라는 “땅의 힘을 최대한 뽑아내는 정책”으로 일약 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진나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주어진 장점을 살려 성장하다가 진문공 시대에 이르러 북방의 초강대국이 된다. 진문공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왕위 싸움에 휘말린 그는 43세 때부터 19년이나 천하 각지를 방랑하는 망명객 노릇을 했다. 62세 때 비로소 귀국해 왕좌를 차지하고 불과 9년 만에 진나라를 북방의 최강국으로 키워낸다. 대기만성의 전형이요, 늦깎이 인생의 희망이다.

진문공의 긴 방랑과 재건 스토리는 영락없이 오디세우스를 닮았다. 오디세우스는 신화 속 인물이지만 진문공은 실제 인물이라 더욱 생생하다. 게다가 진문공은 북방인답게 희로애락을 감추지 않고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방랑하던 진문공이 배가 고파 농부들에게 밥을 구걸하자 농부는 밥이 아니라 흙을 그릇에 담아줬다. 아마 이런 뜻이었으리라. “우리처럼 가난한 농부에게 밥이 어딨어? 사지 멀쩡한 놈이 밥 구걸하러 다니지 말고 열심히 땅을 일궈 먹고 살아라.”

깡촌 무지렁이들의 푸대접에 잔뜩 화가 난 진문공이 이들을 패려 하자 신하 호언이 말린다. “백성들이 땅을 바치겠다니 매우 상서로운 일입니다.” 이 일화에서 보듯 진문공은 그 자신이 특출 나게 어질고 지혜롭진 않았지만,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을 곁에 두고 그들의 말을 들을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 자신도 매우 현명해져서 단기적 이익을 탐하는 신하들을 대의명분과 실리로 설득하는 면모를 보인다.

진문공은 어떻게 단기간에 패자가 될 수 있었을까. 방랑하며 여러 나라를 두루 살펴본 진문공은 나라의 체질에 적합한 운영 방식이 모두 다름을 깨달았다. 진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것은 제나라다. 제나라는 드넓은 산둥평야를 황하가 적시고 황해가 감싸주는 풍요로운 나라였다. 따라서 명재상 관중은 전면적인 경제 개혁을 통해 부유함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첩첩산중 속 빈약한 황토고원이 전부인 진나라가 제나라를 따라 하다가는 뱁새가 황새 흉내 내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된다. 진나라는 아껴야 잘산다. 그래서 제환공이 부유한 나라를 만들었다면, 진문공은 검소한 나라를 만들었다. 둘의 대비를 묵자가 잘 표현했다. “(올바른) 행동은 의복에 있지 않소. (…) 옛날에 제환공은 높은 관을 쓰고 넓은 띠를 두르고 좋은 금(청동) 칼에 나무 방패를 들고도 나라를 잘 다스렸고, 진문공은 포의에 양가죽 옷을 입고는 허리에 띠를 둘러 (볼품없는) 칼을 꽂고도 역시 나라를 잘 다스렸소.”

애초에 내부 생산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나아갈 길은 군사력으로 외부의 재부(財富)를 차지하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진문공은 절약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군대에 투자했다. 이미 군사강국이던 진은 진문공의 군제 개혁을 통해 최강국으로 거듭난다. 기존의 2군(상·하군)체제를 5군3행 체제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말을 조달하기 쉬운 이점을 극대화해 압도적인 전차 병력을 갖추고 이를 유기적으로 보완·엄호하는 보병부대를 확충했다.



진(晉)과 진(秦)의 대결

북방 선비의 기풍 탐욕 앞에 흔들리다

타이위안에 흐르는 분하의 노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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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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