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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혼수는 없다 낭만은 있다!

스위스에서 결혼식이란?

  • 글·사진 신성미 | 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혼수는 없다 낭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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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곳’에서 ‘쓰던 것’으로

스위스에선 성인이 되면 부모 집에서 나와 독립해 사는 게 일반적이다. 신랑신부가 결혼 전에 혼자 살았건 이미 동거를 했건, 쓰던 살림살이를 합쳐 신접살림을 꾸린다. 갑자기 혼수로 목돈이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신혼집은 당연히 월세이기 때문에 다달이 월세 낼 만큼의 소득이 있다면 집 문제로 결혼 못 하는 경우는 없다. 신혼여행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나중으로 미룬다.

우리 부부는 두 번의 결혼식 모두 양가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없이 소박하게 치렀다. 살림은 신랑이 혼자 살던 스위스의 월세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혼수라고는 내 옷을 수납할 장롱을 맞추고, 화장대로 쓸 수납장을 새로 들이고, 내겐 너무나 중요한 전기밥솥과 수저를 한국에서 가져온 게 전부다. 스위스에는 예단, 예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내가 시댁에 해갈 것도 전혀 없었다. 예물이라고는 둘이 결혼반지 한 쌍을 맞춘 게 전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전세 개념을 처음 설명 들은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사회 초년생이 수억 원의 전세 비용을 마련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그 돈을 마련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얘기해줬더니 또 놀랐다. 다 큰 성인이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고, 결혼생활의 출발이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된다는 사실에 머리를 내저었다.

스위스 부모들은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대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신부의 부모가 딸에게 웨딩드레스를 선물한다든지, 신랑의 부모가 피로연 비용의 일부를 내준다든지 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한국 부모들처럼 시집갈 딸의 예단 비용 때문에, 장가갈 아들의 신혼집 마련 때문에 잠 못 들고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

우리 시부모님은 아들 넷을 두셨는데, 그 중 둘째인 우리 남편의 한국 전통혼례를 포함해 올해에만 아들 세 명의 결혼식을 치렀거나 앞두고 있다. 한국 부모라면 아들 셋을 한 해에 결혼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해 가을 우리는 국제결혼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꼼꼼히 준비해 시청에 제출했다. 그리고 2주 간의 검토를 거쳐 ‘결혼해도 된다’는 공식 허가를 받았다. 스위스는 외국인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 나라인 데다가, 스위스 시민권을 노리고 위장결혼 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허가 절차가 까다롭다. 사랑한 죄밖에 없는 우리는 은근히 가슴 졸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위스는 행정 당국에서 행정 수수료를 엄청 많이 물린다. 우리 부부도 440스위스프랑(약 53만 원)을 냈다. 국제결혼이라서 비싼 건 아니다. 스위스 커플도 결혼하려면 이 정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시청 결혼식, 교회 결혼식

혼수는 없다 낭만은 있다!

시청 부속 공간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우리 부부(왼쪽),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스위스 친구 카트린.

스위스에서 공식적인 결혼식은 시청 부속 공간인 ‘결혼식 방’에서 공무원 주재하에 혼인 서약을 하고 서명을 하는 시청 결혼식(Ziviltrauung)이다. 결혼식 장소에서 바로 혼인신고가 이뤄지는 셈. 여기에는 보통 신랑신부와 증인 두 명, 양가 부모 정도만 참석한다. 그리고 며칠 뒤 교회에서 친지들을 초대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레스토랑을 빌려 밤늦도록 먹고 마시며 파티를 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종교가 없어 교회 결혼식은 생략하고 시청 결혼식만 하기로 했다. 결혼식 당일 오전에 동네 근처 연못가에서 한 시간 정도 사진 촬영을 한 뒤 시청 근처 별도의 건물에 마련된 결혼식 방으로 향했다. 1750년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30여 명의 하객이 결혼식 방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에서 나온 여성 공무원이 방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탁자 앞에 앉아 결혼식을 주재했다. 공무원이 결혼의 의미를 설명한 뒤 “신부는 신랑을 남편으로 맞이하겠습니까?” “신랑은 신부를 아내로 맞이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우리가 “네”라고 대답하자 혼인이 성립됐다.

우리는 각자 상대방에게 편지 형식으로 써온 혼인서약서를 독일어로 낭독했다. 솔직하고 낭만적인 신랑의 혼인서약을 듣고 나는 물론 하객의 상당수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여기저기서 코 푸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증인들과 함께 혼인신고서에 서명을 하고 30여 분 이어진 결혼식을 마쳤다.

스위스에서는 보통 교회 결혼식을 마치고 교회 정원이나 레스토랑 정원, 호숫가 등에서 ‘아페로’(프랑스어 Ap´ero, 영어로는 aperitif)를 연다. 다 함께 서서 샴페인과 와인, 음료수 등을 마시고 카나페, 샌드위치, 과자 같은 간식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결혼식뿐 아니라 직장 행사, 명절의 가족모임, 생일파티, 일상적인 저녁식사 초대 등에서 항상 식전에 아페로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입맛을 돋운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통성명을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런 아페로 문화를 참 좋아하지만,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두 시간까지 서 있는 것이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된다. 스위스 사람들은 다리도 안 아픈지 다들 잘도 서있다.

우리는 시청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결혼식 방 앞의 넓은 복도에서 한 시간 반쯤 아페로를 즐겼다. 이때 신랑신부를 향해 하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신랑신부는 하객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포옹과 볼 키스로 인사를 나눈다. 아페로를 마치면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피로연을 치른다.

스위스 결혼식에서 가장 낯설었던 점은 하객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이다. 즉 결혼식과 아페로에 초대받은 하객들이 모두 레스토랑 식사에도 초대받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소규모로 초대한다.

스위스 사람들도 당연히 결혼 선물을 하지만 한국처럼 축의금 문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1인당 식사비가 와인을 포함해 10만 원을 훌쩍 넘는 이곳에서 수백 명의 식사 값을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서 식사에는 양가 가족, 가까운 친척과 정말 친한 친구들까지만 소규모로 초대한다. 따라서 청첩도 아페로까지만 초대할 하객용, 레스토랑까지 초대할 하객용 두 가지로 나눠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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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신성미 | 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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