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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년 기업가로 키워 함경도 보내야죠”

‘소셜 벤처’ 투자로 세상 바꾸는 김정태 MYSC 대표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탈북 청년 기업가로 키워 함경도 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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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소셜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임팩트 투자가가 있다. 착한 투자를 통해 세상을 지속 가능하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려 한다. 탈북민 5명이 최대 주주인 플랫폼 회사 ‘요벨’ 등 7곳에 투자해 성과를 거뒀다.
MYSC는 2011년 설립된 국내 최초 사회혁신 컨설팅·투자 회사다. 소셜 벤처(social venture)에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를 한다. ‘소셜 벤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임팩트 투자’는 투자 수익을 거두면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를 가리킨다.

김정태(39) 대표는 MYSC의 3대 최고경영자(CEO)다. 초대 CEO인 정진호 엠씨파빌리온대체투자 부회장, 윤영각 전 삼정KPMG 회장, 김동호 PPL 이사장, 이철영 아크투자자문 대표이사 등이 MYSC의 대표 주주들. 종잣돈 15억 원으로 지금껏 7개 프로젝트에 ‘착한 투자’를 했다.  



잠재력을 깨워라!

MY는 ‘Merry Year’의 준말로 구약성경에 나오는 희년(禧年)을 뜻한다. SC는 ‘Social Company(사회적 기업)’의 머리글자.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기업이 되자’는 기독교적 가치관이 MYSC라는 사명(社名)에 담겼다.   

‘세상을 바꿀 당신의 잠재력을 깨우십시오(Awaken Your Potential to Impact the World).’



서울 성동구 성수동 MYSC 사무실에 걸린 문구다. 사회를 혁신하는 기업의 가치를 압축해 설명한다. 김정태 대표는 “앞으로는 소셜 섹터가 사회를 견인하는 주류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 한국사학과와 같은 대학 국제대학원을 졸업했다. 헐트국제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연구했다. 유엔 경제사회국(UNDESA) 산하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에서 2007년부터 5년간 일했다. 2012년 9월 MYSC에 둥지를 틀었다.

MYSC는 탈북민, 시니어,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소셜 벤처에 투자한다. 투자한 회사 중 ‘메자닌아이팩’과 ‘요벨’은 탈북민 정착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투자의 또 다른 기준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선도 기업’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평균 투자액이 1억 원에 못 미치는 터라 선도 기업으로서 사회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진다.

MYSC의 임팩트 투자 1호는 집을 공유하는(share house)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Woozoo)’다. 대학생, 직장인, 유학생 등에게 저렴하면서도 환경이 좋은 주거 공간을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우주는 현재 27개 지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울시의 ‘사회성과연계채권’ 운영기관인 ‘팬임팩트코리아’에도 투자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민간 투자로 공공정책 사업을 수행한 후 성과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지방정부가 이자를 더해 되돌려주는 제도다.

MYSC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 투자·컨설팅 회사’로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아울러 사회 혁신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도 좋다. 우주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메자닌아이팩은 지난해 연매출 55억 원을 기록했다.  

7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각에서 김정태 대표를 만났다.



‘기업가’와 ‘비즈니스맨’

▼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유엔 산하기구에서 일할 때 안철수 의원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KAIST 교수였어요. ‘기업가’와 ‘비즈니스맨’을 구분하더군요. ‘종교 시설에 있든, 사회단체에 있든, 회사에 있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그 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게 기업가다. 기업가는 비즈니스맨과 다르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유엔거버넌스센터를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준비할 때 안 의원께서 추천서도 써주셨어요. 저한테 굉장히 좋은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 MYSC의 자산은 얼마나 됩니까.   

“15억 원요.”

▼ 펀딩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아요. MYSC의 자기자본으로 투자합니다. 정부나 외부 펀드 지원 없이도 지속 가능한 투자회사가 되는 게 MYSC의 지향입니다. 지금껏 투자한 7개 프로젝트 중 다수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두 곳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했고요. 서울시의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에도 1억원 넘게 투자했는데, 성과가 나오면 수익률이 연 11%에 달합니다.”

▼ 현재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까.   

“일반 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특수한 분야가 투자 대상이죠. 경력단절 여성, 시니어, 발달장애인 관련 소셜 벤처 투자를 검토 중입니다.”

▼ 탈북민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더군요.   

“다수의 탈북민을 만나서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하는 분의 수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합니다.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상황이 예전과 달라진 게 이유라고 해요. 이렇듯 북한 경제에 변화가 일어나는 게 하나의 흐름이고, 북한 체제에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점이 또 다른 흐름입니다.

북측의 변화에 남측이 잘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중소기업, 사회적 기업이 통일과 관련해 할 일이 매우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문이 열리면 탈북민이 자영업이 됐든, 공장이 됐든, 비즈니스가 됐든 북한에 되돌아가 할 일이 아주 많아요.

MYSC가 탈북민과 관련한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은 남쪽에서 뿌린 씨앗이 북쪽에서 열매 맺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이 한국에 세운 기업이 함경도, 평안도로 진출하는 날을 상상해보세요.

한국에 탈북민 창업을 돕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MYSC가 교량 노릇을 하고자 해요. 탈북민 스타트업 지원이 통일 준비 과정에서 중요 사안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탈북민을 北 개발 주역으로

▼ 청년 탈북민을 기업인으로 키워 북한 개발에 기여하게 한다….    

“MYSC가 첫 번째로 투자한 탈북민 관련 회사가 메자닌아이팩이란 곳인데요. 이 회사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탈북민 1호 사회적 기업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 무척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로만 회사를 꾸려도 경쟁력이 있을까 말까인데, 이곳 사정에 어두운 탈북민 중심으로 시작했으니까요.”

메자닌아이팩은 2008년 설립된 포장 상자 제조업체다. 종업원 30명 중 17명이 탈북민이다. MYSC는 이 회사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도 메자닌아이팩에 1억 원가량 출자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펀드도 투자에 참여했고요. 노벨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방한했을 때 딱 한 곳 들른 사회적 기업이 메자닌아이팩입니다. 과거 청와대에도 선물 포장재를 납품했고요. 특정 지역 농협의 명절 선물 세트 포장은 거의 다 메자닌아이팩 제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2015년 기준으로 매출이 55억 원에 달해요.”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에서 빈곤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창시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소상공인, 빈곤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도입한 ‘미소금융’이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을 본 뜬 것이다.

▼ 성과가 무척 좋군요.

“탈북 청년이 세운 사회적 기업 요벨도 기대할 만합니다. 탈북민 5명이 최대 주주인데,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업 일자리를 만드는 플랫폼 회사예요. 요벨의 첫 비즈니스는 사내 카페인데, 기업은행이 용인 수지와 서울 한남동에 공간을 내줬습니다. 요벨의 카페 브랜드 ‘레드체리’가 기업은행 수지센터와 한남지점에서 영업합니다. 레드체리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아요. 요벨의 두 번째 비즈니스는 도시농업입니다. 탈북민 대부분이 평양 같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했죠.”



▼ 중국과의 접경 지역 출신 탈북민이 특히 많죠.

“탈북민 대부분이 하나원에서 정착 지원 교육을 받은 후 대도시의 임대 아파트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국인이 주로 사는 곳에 둥지를 트는 셈인데요. 이웃에 사는 한국인의 어려움이 탈북민에게 전이된다고 해요. 유흥업소 등 이상한 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요벨이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삶에 익숙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도시농업 비즈니스를 준비합니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로서의 농업을 익힌 분들이 통일 과정에서 북한으로 되돌아가 협동조합, 영농조합, 사회적 농업기업 등을 꾸릴 수 있습니다. 요벨은 청년 탈북민을 중심으로 푸드트럭 사업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99%가 누리는 혜택

MYSC는 사회적 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교량 기능도 한다. 대기업을 상대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 컨설팅을 하면서 소셜 벤처와의 접점을 찾는다. 이랜드그룹이 요벨, 동구밭(발달장애인 사회성 함양을 위한 텃밭 교육 프로그램 운영), 빅워크(걷기만 하면 기부되는 앱 제공), 바이맘(난방텐트 브랜드)과 협업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또한 아시아소셜 벤처 경진대회를 통해 카카오의 플랫폼과 연결돼 비즈니스를 수행할 혁신적 소셜 벤처를 찾고 있다. 대기업과 소셜 벤처의 공동사업, 대기업의 소셜 벤처 인수합병(M&A) 등으로 컨설팅 영역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 소셜 섹터가 얼마나 커질까요.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는 미래의 비즈니스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선행지표라고 봅니다. 기존 기업의 CSR과 민간 중심의 사회적 경제가 만나는 지점에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가 서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적인 것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면 그 혜택이 지역사회, 취약 계층,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돌아갑니다. 1%가 아니라 99%가 혜택을 누리는 것이죠. 10년 후, 20년 후에는 소셜 섹터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으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소셜 섹터가 주류가 되리라고 봐요.”

그는 지금껏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으로 성공하라’(공저)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공저)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등 10여 권의 책을 냈다.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로 비영리기관 북스인터내셔널(Books International)을 설립했으며 사회적 출판사 에딧더월드(Edit the World)도 창업했다.

▼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제목의 책도 썼던데,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기업에서 일하기에 알맞은 공부는 아니죠. 자연스럽게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원에서 국제학을 배웠습니다. 경영학적 토대를 갖춰야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한 소셜 섹터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해 유엔거버넌스센터를 사직하고 영국의 경영대학으로 공부하러 갔습니다.”  

▼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배운 게 많겠네요.

“가장 큰 소득은, 많은 현상이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연계됐다는 것을 깨우친 점입니다. 장소, 시기가 다른 각각의 현상이 영향을 주고받거나 어떤 것의 결과가 다른 것의 원인이 되더군요. 시스템 싱킹(system thinking)이 다종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득했습니다. 일례로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물을 파는 것은 반쪽의 해결책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 전체를 보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인간의 배설물 등 오수 문제를 함께 살펴봐야 해요.”

▼ ‘유엔사무총장’의 저자가 말하는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국의 수장이면서 수석행정관입니다. 수석행정관으로서의 사무총장은 운신의 폭이 좁아요. 전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일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냉전 시기의 사무총장들을 보면 미국, 소련 양 블록이 강하다 보니 그나마 빈 공간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각각의 국가가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합니다. 따라서 사무총장의 입지나 빈 공간이 무척 제한적입니다.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 같은 경우는 카리스마를 갖춘 정치적 인물이었는데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희생양’이라고도 했고요.”


가치는 사람이 만든다

▼ ‘유엔사무총장’에 언급된 한 유엔 대사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인상적이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같은 효과적인 의사 전달자요, 고르바초프 같은 개혁가면서, 키신저 같은 외교관의 자질과 아이아코카와 같은 경영자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이상적인 유엔 사무총장상을 언급한 것인데, 구조적으로 그런 사람이 사무총장으로 선발되지 않습니다. 사무총장을 뽑는 구조 자체가 가장 탁월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뽑는 절차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사무총장의 겉으로 나타난 리더십 또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입니다. 반기문 총장 또한 국제정치 현실에 적합한 사람이던 것이고요.”

▼ 같은 책에서 “‘사람의 차이’가 ‘조직 성과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요.   

“탐스 슈즈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기존의 대기업은 탐스 같은 스타트업보다 더 강력한 인적 자원과 자산을 가졌지만,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내놓는 기발한 아이디어 같은 부분에서는 약합니다. 기왕에 가진 자원이 아니라 ‘사람’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사람의 차이가 자원의 차이를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수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요.”

탐스는 ‘기부를 파는 기업’이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회사가 아프리카 등 가난한 지역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탐스는 2006년 창업 후 7년 만에 1000만 켤레 판매를 돌파했다.

▼ ‘우리는 실크로드로 간다’라는 제목의 책도 공저로 펴냈더군요.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개별 국가의 시각을 넘어 유라시아적 관점을 갖는 것도 시스템 싱킹이겠죠. 실크로드가 청년 세대에게 어떤 의미를 준다고 봅니까.



새로운 길, 정해진 길 

“학교에서 배울 때는 실크로드에 정해진 길이 있는 줄 알았어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실크로드라고 규정된 것으로 여겼는데 그런 게 전혀 없더군요. 지역마다, 사람마다 각각의 실크로드가 존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해진 길을 찾아 재빨리 그곳으로 가라고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이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는 것, 글로벌 관점에서 사안을 보는 것을 청년들이 실크로드에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 대표는 세계화가 진행되는 외부 조건에 맞춰 적극적, 능동적으로 세계에 뛰어든 청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청년들의 동향을 보면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에 매달리는 등 도전적, 창조적 자세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최근 읽은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는 역대 어느 세대보다 기업가적인 멘털리티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고서의 결론을 보면 기업가적 멘털리티를 가졌을 뿐 기업가적 액티비티는 역사상 가장 낮다고 해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슷한 추세입니다. 위험을 껴안는 도전을 가장 안 하는 집단이 밀레니얼 세대인 셈이죠. 학자금 대출이라든지, 미흡한 사회보장 시스템이라든지 하는 것이 발목을 잡는 것도 같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출간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 사용했다.

▼ 청년들이 가진 기업가적 멘털리티를 간질일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제목의 저서에서는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를 내라고 주장하던데요.

“스타트업에서 답을 찾아야죠. 과거의 패러다임과 다르게 조직이나 자원을 갖추지 않아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원의 제약, 조직의 미비 같은 제한 사항이 오히려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청년 세대는 폭발적 경제성장기를 살아간 선배 세대보다 운신의 폭이 좁은 측면이 있습니다. 정해진 길, 정해진 직업을 찾아가려는 것에도 이 같은 측면이 영향을 미쳤고요.

세상이 빠르게 변합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말을 인용하면 세계가 야구장인 줄 알고 야구하는 법만 배웠는데, 입장해보니 축구장으로 바뀐 경우가 잦아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직도 야구만 가르칩니다. 축구장이 앞으로 수영장이 될지, 레슬링장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은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게 해법이라고 봐요. 학교 교육도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추게 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고요”



하드웨어, 시스템, 문화

▼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창했습니다. 국가 브랜드로 ‘CREATIVE 한국’을 내세웠고요. 비판적인 이들은 창조경제니 하는 게 공허하다고 주장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창조적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비판하기도 하고요. 청년 세대의 시각으로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론에 대해 얘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비전으로서는 나쁠 게 하나도 없죠. 도전을 하고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는 표현이고요.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움직이려면 그것이 가동될 하드웨어가 준비돼야 합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탠퍼드대 디스쿨(d.School)이 내놓은 콘텐츠 중 ‘메이크 스페이스-창의와 혁신을 이끄는 공간 디자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환경, 공간이 인간의 창의와 혁신을 규정한다는 내용인데요. 일례로 영국 의회와 한국 국회, 청와대와 백악관의 공간 구조의 차이가 굉장히 많은 결과의 차이를 낸다고 하겠습니다.

정치인이나 리더들이 창조경제 같은 구호만 외치지 말고, 청년들이 창안한 소프트웨어가 버그를 일으키지 않고 원활하게 돌아갈 하드웨어, 시스템, 문화를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 흙수저, 헬조선 등 회의적 담론도 나옵니다. 이런 담론을 어떻게 봅니까.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것이죠. 청년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도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는 또 어떻습니까. ‘어떻게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게 할 것인지’가 초점이 돼야 해요. 국가 정책 등 공공 영역도 중요하지만 민간이 할 역할이 많습니다. 누가 사회에 기여하는 멋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지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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