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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의 ‘WORLD NO.1’ 탐방 ⑪

품질로 세계 양식기 시장 석권, 나눔과 베풂 경영으로 베트남에 감동 선사

유진 크레베스

  • 베트남 호치민=글·사진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품질로 세계 양식기 시장 석권, 나눔과 베풂 경영으로 베트남에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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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회장 인터뷰

“감동이 있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


품질로 세계 양식기 시장 석권, 나눔과 베풂 경영으로 베트남에 감동 선사
경제경영 관련 책들은 비즈니스 세계를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해야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유진 크레베스의 기업 활동은 정반대다. 비즈니스라는 말보다는 사회활동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유진 크레베스가 양식기 분야 세계 최고 생산기업으로 올라서는 동안 베트남에서 펼쳐온 활동 하나하나에는 울림이 있다.

10월7일. 서울 노원구 유진 크레베스 본사에서 만난 문영기 회장은 기업을 대표하는 회장이라기보다 목사나 신부가 더 어울릴 법한 외모였다. 외모뿐 아니라 조용조용한 말투며, 그가 그동안 베트남에서 펼쳐온 활동은 실제로 성직자 이상의 박애와 봉사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많다.

-유진 크레베스는 양식기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과 극빈층 무료진료 등 어려운 베트남 사람을 위해 최고 수준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해외에 투자한 기업은 해당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현지인에게 회사 이미지를 심게 됩니다. 나아가 국가에 대한 이미지도 만들어지지요.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현지인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10여 년 전에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돕기를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어린이가 지원받게 됐고 이제는 민간외교 차원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대사관 등 관련 기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호응해줍니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됐습니까.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는 수술만 하면 정상인처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수술받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베트남 어린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도울 방법이 없을까 찾던 중에 부천 세종병원과 협약을 맺어 한국에 데려와 수술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됐지요.”

유진 크레베스가 벌인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사업으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베트남 어린이가 새 생명을 얻었다. 수술을 받고 돌아간 뒤에는 유진 크레베스 베트남 직원과 기관 등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단다.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정성이 감동적이었다.

선의(善意)를 갖고 시작한 나눔과 사랑경영은 더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문영기 회장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고, 베트남 TV와 언론 매체가 유진 크레베스의 활동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유진 크레베스는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을 위한 기업’이란 무형의 자산을 얻었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뿐 아니라 극빈층을 위한 무료진료 사업도 펼친다면서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극빈층 진료를 위해 하노이에 선의적십자병원을 세웠습니다. 이곳에서 연간 1500명이 무료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호치민에 공장이, 하노이에 병원이 있다면 베트남 중부도시 다낭에는 유진 크레베스가 지원하는 태권도체육관이 있다. 다낭시 체육국 요청으로 2005년에 태권도체육관을 완공해 운영해오고 있는데, 2006년부터는 매년‘다낭 선의 전국 태권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문 회장이 베트남에서 펼쳐온 사회공헌 사업은 끝이 없다. 문 회장의 나눔과 사랑경영은 그가 갖고 있는 소신과 철학에서 비롯됐다.

“비즈니스는 사고파는 것이지만, 기업 활동은 주고받는 것입니다. 회사가 직원과 사회에 좋은 것을 많이 주면 그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더 노력하게 돼 회사는 더 큰 보상을 받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이 당장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과 경영진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가 있습니다. 직원은 자부심을 갖고 회사가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사고파는 비즈니스로는 10%의 이익을 내기 어렵지만, 주고받는 기업 활동을 통해서는 하나를 주고 5배가 될지, 100배가 될지 가늠키 어려울 만큼 값으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손익계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마음과 가슴으로 일해야 책임 있는 기업이란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진 크레베스가 만드는 제품에 혼(魂)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있는 제품, 감동 스토리가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

유진 크레베스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에 태권도체육관을 짓는 등 나눔과 사랑경영을 꾸준히 펼치자, 예상치 않은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다낭시가 체육관 옆에 있는 시 보유 유휴지를 개발해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해온 것.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놀랐습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라’는 뜻이 담긴 제안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으로 개발하는 방안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복합타운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유진 크레베스는 이곳에 복합타운을 짓기 위해 국내 건설업체와 손잡고 설계까지 마쳤다. 베트남과 한국의 경제사정을 감안해 착공 시점은 조금 늦춘 상태다.

유진 크레베스 본사가 위치한 노원구 그레이스빌딩 9, 10, 11층에는 노인전문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심각해지는 노인 문제를 가정에만 맡겨두지 않고 사회가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는 사회공헌활동 가운데 일부다.

문 회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노인들이 저녁식사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노라니 문득 ‘유진 크레베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는 회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노인들이 고통 없이 노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또 하루 세끼 식사를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좋은 도구를 만드는 회사가 바로 유진 크레베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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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글·사진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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