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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여기 사는 즐거움’ ③

“나무가 나의 神, 참나무 많아야 참사람 많아져”

40년간 토종나무 풀 기르는 기청산식물원 이삼우 원장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나무가 나의 神, 참나무 많아야 참사람 많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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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귀조경’

“나무가 나의 神, 참나무 많아야 참사람 많아져”

이삼우 원장이 죽순처럼 솟아난 낙우송(落羽松)의 호흡근을 매만지고 있다.

지붕 얹은 쉼터에는 모닥불이 지펴져 있다. 자연스럽게 모닥불가에 둘러앉는다. 불 위로는 찻물 담긴 까만 솥이 매달려 있는데 끈을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려놓았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묻지 않아도 알겠다. 두충나무 잎으로 끓인 차는 뜨겁고 구수한데 바로 곁에서 직박구리가 드높게 우짖는다.

“저 녀석은 봄에 짝짓기할 때만 예쁜 소리로 울고 겨울엔 아주 시끄러워. 조경은 이목구비가 고루 갖춰져야 해요. 그래야 불구가 안 되거든. 식물을 대할 때 눈으로 빛과 형태를 보고 입으로 맛을 보고 코로는 향을 맡고, 귀로 소리를 듣는 건데 그중 귀조경이 제일 중요하고 또 어려워.” 귀조경? 처음 듣는 말이다. 새를 의도해서 불러 모은다는 것인가.

“물론이오. 아마 전국 수목원 중 단위 면적당 새 분포량이 가장 많은 곳이 이곳일 걸? 새를 불러들이려면 우선 새의 생태를 알아야 해. 까치나 까마귀는 키 큰 나무에 깃들이고, 참새나 붉은머리 오목눈이 같은 작은 새는 키 작은 관목에 깃들이지. 멀구슬나무 열매를 먹으려고 겨울에는 직박구리가 몰려들고! 새들의 특급 서식처가 바로 참느릅나무요. 이렇게 뿌리가 깊고 가지가 무성한 나무에는 고급 새가 깃들어. 하긴 고급이란 게 인간의 잣대이긴 하지만, 털빛이 예쁘고 생김이 곱고 소리가 맑은 최고의 새가 뭔 줄 아오?”

“꾀꼬리!”



나는 퀴즈대회라도 나온 듯 얼른 소리친다.

“하하 그렇소! 참느릅나무엔 꾀꼬리가 날아오지. 난 그놈을 ‘조수미’라고 불러. 새벽마다 새소리에 잠을 깨는 기쁨을 어찌 다 말하겠소. 노거수에 날아와 우짖는 새소리를 사시장철 듣고 사니 삶의 질이 높을 수밖에요.”

그는 젊어서는 과학도였으나 나이 들면서 차츰 철학자가 돼갔다. 철학 중에서도 오행철학을 신봉하게 됐다. 숲에 묻혀 그 안에서 생성되고 이우는 식물의 이치를 가만히 응시하다보니 절로 대자연의 섭리를 깨친 듯하다.

“모든 물질은 곁에 있을 때 서로 닮아가거든. 꽃의 형태나 빛깔이 우리 대뇌 속에 들어와 사람의 정서에 관여하지. 급기야 유전인자까지 바꿔놓을 수도 있어. 빛깔도 ,소리도, 장기도,감각기관도 오행에 따라 달리 작용하는데 그중 가장 예민한 것이 소리거든. 소리는 파장이라 우리 몸의 액체에 미묘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단 말이야. 이름이 중요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봐. 어떤 소리로 불러주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거든. ‘이삼우’라는 내 이름은 발음이 좀 허약해. 그래서 호는 격음이 든 ‘아촌’으로 쓰기로 했지. 싹이 돋는 마을(아촌·芽邨)이란 의미도 좋잖소. 하하.”

예술 재능 빼어나

아촌은 이곳 청하에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 아버지가 이미 46세였다.

“당시 46세면 요즘으로 치면 66세일걸. 난 순전히 우연으로 태어났어. 어머니는 41세였는데 둘째누나도 같이 임신을 했으니 남세스럽다고 소쿠리로 부른 배를 가리고 다니셨대요.”

선친은 영일군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유한 살림을 꾸리셨지만 막내아들에겐 인색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경성공업전문학교 출신인데 젊은 날엔 개마고원 측량기사로 일했나봐. 초등학교 운동회 날 20원을 받은 것과 대학 입학 후 정구 라켓을 받은 것 외엔 아버지께 특별히 용돈을 요구해서 받은 게 거의 없어요. 막내라 식구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으면서도 또 가장 푸대접 받았달까. 연아무공(憐兒無功)이고 증아득력(憎兒得力)[애지중지 키운 아이는 공이 없고 구박 주며 키운 자식은 힘을 얻는다]이라고, 일부러 그렇게 막 굴리면서 키웠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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