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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성장가도 오른 전기자동차

  • 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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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은 나흘 뒤인 11월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SM3 Z.E. 출시 기념행사 겸 1호차 전달식을 열었다. 이 차량은 르노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이 한꺼번에 무려 200대나 구매했다. 질 노만 르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부회장은 이 행사를 위해 방한해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에게 1호차를 직접 전달했다. 르노닛산의 곤 회장은 방한이 연기되면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대신 영상 메시지를 보내 “한국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은 11월 제주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2014년에 SM3 Z.E.를 4000대 생산해 르노삼성을 국내 1위 전기차 업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껏 고무된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14년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쏘울의 전기차 모델인 쏘울EV와 BMW i3가 잇달아 시장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BMW그룹코리아는 이미 지난 9월에 제주도와 전기차 보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충전소 구축을 비롯한 전기차 보급계획 실행에 나섰다. 제주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37만여 대)을 전기차로 바꿔 ‘탄소 없는 섬’을 실현한다는 ‘제주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BMW그룹코리아는 제휴에 따른 첫 사업으로 제주에 전기차용 충전기 37대를 기증키로 했다. BMW그룹은 제주를 비롯한 전기차 10대 선도도시를 집중 공략해 2014년에 i3을 5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책은 제자리걸음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SK이노베이션 직원이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자사의 2차전지가 탑재된 ‘레이EV’를 충전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뜨겁다. 문제는 이런 관심이 얼마나 실제 구매로 이어지느냐다. 이런 측면에서 두 가지 걸림돌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첫째는 보조금이다. 전기차를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 없이 사는 건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연료비가 안 든다고 하지만 1000만 원대 차량인 레이의 전기차 모델인 레이EV를 3500만 원을 주고 살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 보조금은 환경부 예산이다. 환경부는 2012년 573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2013년엔 276억 원밖에 쓰지 못했다. 2012년 말까지 2000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던 전기차가 1091대(2011년 12월~2012년 12월)밖에 팔리지 않자 예산이 절반 이하로 삭감된 것이다.



예산이 삭감된 2013년엔 제주나 창원의 사례에서처럼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이 보조금을 받지 못해 구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판매가 부진했더라도 2013년 SM3 Z.E.와 스파크EV가 출시된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굳이 예산을 깎아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014년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2014년에도 전기차 예상 판매대수를 1000여 대로 추정하고 2013년과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신청했다. 쏘울EV와 i3 등 신차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텐데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과제는 부족한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확충하느냐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집에 두고 쓰는 완속충전기(6~9시간 소요)는 정부에서 지원해주지만, 길거리에서 쉽게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20~30분 소요)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물론 북미나 유럽에서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차이는 정부의 적극성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15개국은 2010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기차 이니셔티브(EVI·Electronic Vehicle Initiative)’ 리더십 포럼을 만들었다. 한국은 아직 EVI에 가입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EVI 회원국에 설치된 저속충전기와 급속충전 설비는 각각 4만2462개와 1907개였다. 특히 2010년 닛산 ‘리프’가 시판된 뒤 가장 빨리 전기차 시장이 형성된 일본은 2012년 말까지 급속충전기만 1381개가 설치됐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급속충전기 5000개와 저속충전기 200만 개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급속충전기는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117개다. 일본의 12분의 1 수준이다. 서울이 29개로 가장 많고, 제주가 22개, 경남과 충남이 10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구, 대전, 울산, 강원 등은 각 1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개당 4000만 원인 이 충전기는 레이EV만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제주와 창원 등 민간에 전기차를 판매한 지역에 레이EV와 SM3 Z.E.를 함께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 80개(개당 5000만 원)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이마저 스파크EV 소유자에겐 무용지물이다. GM, BMW, 폴크스바겐 등이 채택하고 있는 ‘DC(직류) 콤보’ 방식에 대해 아직 국내 표준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이EV는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차데모(CHAdeMO)’를, 프랑스 르노는 ‘AC(교류) 3상’을 충전방식으로 삼고 있다. 2013년 말까지 전국에 197개의 급속충전기가 확보되더라도 2014년에 출시될 BMW i3 구매자들에겐 별도의 충전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BMW그룹은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아예 5, 6개 기관 및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i3 전용 충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정부 주도로 급속충전기를 포함한 인프라가 하루빨리 확충되지 않으면 한국은 전기차 산업 후진국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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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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