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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억만장자稅 ‘잔머리’ 굴리다

테슬라 주식 계획보다 더 판 이유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일론 머스크, 억만장자稅 ‘잔머리’ 굴리다

  • ● 갑부에 물리는 부자세(富者稅)
    ● 아직 차익 발생 안 해도 세금 물리는 게 핵심
    ● 증세 어려운 바이든 정부·민주당 궁여지책
    ● ‘900슬라’ 깨지기도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1~12월 테슬라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부자세 추진에 대한 반발 심리로 해석된다. [AP=뉴시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1~12월 테슬라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부자세 추진에 대한 반발 심리로 해석된다. [AP=뉴시스]

지난해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부자세(富者稅)가 있다. 부자세는 백악관과 민주당이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고 추진한 방안이다. 천문학적 규모 주식을 보유한 거부(巨富)들에 한정해 현재 보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는 게 핵심이다. 세법의 기본 원칙은 자산을 팔아서 생긴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 이러한 원칙을 벗어난 부자세는 징벌적 과세안으로 여겨져 저항에 직면했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 매기려면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처분 여부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 이후 일론 머스크의 주식 매도로 주가가 하락해 한때 900달러 선이 붕괴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처분 여부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 이후 일론 머스크의 주식 매도로 주가가 하락해 한때 900달러 선이 붕괴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미국 연방정부가 주식 거래에 물리는 세금은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다. 주택, 주식이나 채권 등 개인이 소유한 물건은 대부분 자본자산(capital asset)으로 취급되며 이를 팔아 차익이 생기면 자본이득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아무리 주식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도 이를 팔아 차익이 생겨야 세금을 매길 수 있다.

부자세 추진이 힘을 얻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민주당에서 “주식 거부들이 세금을 회피하니 그들이 세금을 내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부터다.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는 거부에 한해 ‘주식을 팔지 않아도 세금을 물리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수십억 달러가 넘는 주식을 보유했지만 팔지 않고, 이를 담보도 저금리 대출을 받아 호화롭게 살면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이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자는 것. 부자세를 통해 더 걷은 세금을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해 쓰자는 게 근거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장한 것이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내놓은 ‘억만장자 소득세(Billionaires Income Tax)’ 법안이다. 연소득이 1억 달러를 넘거나 3년 연속 자산이 10억 달러가 넘는 거부의 경우 보유한 주식에 대해 매년 시가로 평가해 1년 전보다 가치가 늘었다면 이를 차익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보유 주식 가치가 10억 달러인 A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주가가 올라 2022년 12월 31일 기준 보유 주식 가치가 15억 달러로 평가됐다면 1년 전보다 오른 가치 5억 달러를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와이든 의원은 “억만장자 소득세 법안으로 세금을 물리면 약 700명의 거부가 대상이 되며 해마다 수천억 달러를 더 걷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 극소수 주식 거부에게만 해당되는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부자세 카드를 꺼낸 이유는 당 내부 반발로 세율 인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당 지도부는 복지와 환경, 재생에너지 부문 등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바이든 예산안’을 추진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세금 인상안을 포함시켰다. 기존 37%인 최고 세율 구간 세율을 39.6%로 올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커스텐 시네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하원에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상원은 상황이 다르다. 상원의원 전체 100명 중에서 민주당 의원 숫자는 48명이다. 사실상 민주당 의원이라고 볼 수 있는 무소속 의원 버니 샌더스와 앵거스 킹을 합쳐도 50명이다. 나머지 50명은 공화당 의원인데, 이들은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바이든 예산안과 이를 위한 세율 인상 모두 반대해 왔다.

미국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캐스팅보트 행사권이 있지만 커스텐 시네마 의원의 이탈로 무용지물이 됐다. [포브스 제공]

미국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캐스팅보트 행사권이 있지만 커스텐 시네마 의원의 이탈로 무용지물이 됐다. [포브스 제공]

민주당 측 의원들이 모두 찬성하고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할 경우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51대 50으로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민주당 쪽에서 한 명이라도 이탈표가 나오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시네마 의원 1명의 반대가 중요한 이유다.

세율 인상이 어려워진 후 꺼내 든 수단이 억만장자 소득세지만 이렇듯 당 내부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 24일 “민주당 상원·하원 의원 중 여러 명이 처음부터 억만장자 소득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민주당의 보수 성향 의원인 조 맨신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해당 법안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巨富 증세 타깃, 일론 머스크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부자세를 추진하는 민주당 강경파로 “실제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며 일론 머스크를 공격했다. [AP뉴시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부자세를 추진하는 민주당 강경파로 “실제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며 일론 머스크를 공격했다. [AP뉴시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의원 등 부자세를 거둬야 한다는 강경파 의원이 타깃으로 삼은 인물 중 하나가 일론 머스크다. 워런 의원 등은 테슬라의 주가가 오르면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 같은 거부가 엄청난 가치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식을 팔지 않고 대출을 받아 생활하기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으며 사망 후 상속 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면서 유산을 물려준다는 것.

머스크는 트위터와 각종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그는 CEO로 재직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두 회사에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오직 성과에 따라 주식으로 보상을 받기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거나 주식을 팔지 않는 경우엔 내야 할 세금이 없다. 또 CEO가 주식을 매각하는 건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에 세금 납부 시에만 주식을 처분해 왔으며 심지어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가 여러 차례 부도 위기였을 때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

논란이 뜨겁던 지난해 11월 초 머스크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따르겠다”며서 여론조사를 벌였다. 정부가 부자세를 물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테슬라 주식의 10%(약 1700만 주)를 처분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였다. 11월 7일 마감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었다.


머스크는 11월 8일~12월 28일 1570만 주 가량을 팔았다. 판매액은 163억8000만 달러 상당이다. 그가 주식을 팔기 시작하자 예상대로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11월 5일 종가 기준 1222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12월 20~21일 장중 9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회복해 지난해 종가 1056.78달러로 마무리했다.

머스크가 매각한 주식 중 1027만 주는 트위터 여론조사와 상관없이 원래 팔기로 계획돼 있던 물량이다. 머스크는 2022년 8월 중순 소멸되는 스톡옵션 물량(행사가 주당 6.24달러)이 2286만 주 있었다. 그는 2021년 9월 중순 11월 8일부터 12월 28일까지 언제, 얼마만큼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할지, 취득한 주식 중 세금납부 용도로 얼마나 매각할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상태였다. 트위터 여론조사가 없었어도 지난해 연말 여러 차례 스톡옵션을 행사해 해당 주식 물량을 취득하고 그 중 1027만 주 정도를 세금 납부 용도로 팔 계획이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부자세와 관련 있는 물량은 스톡옵션 행사와 무관하게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542만 주 가량이다. 이것이 트위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더 처분한 물량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아 세금을 안 낸다”는 비난에 대한 반발 심리에 기인한 주식 처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꺼지지 않은 불씨… 부자세 논쟁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21년 올해의 인물’로 일론 머스크를 선정하자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반감을 나타냈다. 워런 의원은 “세법을 고쳐서 ‘올해의 인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빌붙지 않고 실제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자 머스크 역시 트위터로 워런 의원을 태그하고 “당신을 보면 어릴 적 아무한테나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던 화가 잔뜩 난 친구 엄마가 생각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캐런 의원(Senator Karen), 제발 나 혼내려고 매니저 부르지 말아달라”고도 썼다. ‘캐런’은 이기적이고 무례하게 행동하며, 걸핏하면 매니저를 부르라고 하고, 차별적 언행을 일삼는 백인 중년 여성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부자세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신동아 2022년 2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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