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스마트폰 들고 다니는 것처럼 로봇 데리고 다니는 날 온다

[박원익의 유익한 IT] CES 2022, IT업계 10대 화두

  •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

    wonick@themilk.com

    입력2022-02-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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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헬스케어·ESG·로보틱스 급성장

    • AI·자율주행으로 더 편안한 일상 누린다

    • 5G 통신기술로 스마트홈·스마트시티 한발 더 다가와

    • 메타버스·NFT· 우주산업 각광

    [GettyImage]

    [GettyImage]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가 1월 7일(현지 시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예정보다 하루 일찍 일정을 마감했지만 자율주행 레이싱,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루프(LVCC Loop), 신형 전기 픽업트럭 및 로봇, 우주왕복선에 이르기까지 2200개 기업이 준비한 볼거리가 가득했다.

    기조연설과 콘퍼런스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푸드 테크,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 트렌드도 다뤄졌다. 사전행사까지 총 닷새간 진행된 전시·콘퍼런스를 바탕으로 ‘2022년을 관통할 10대 테크·산업 트렌드(헬스케어, ESG,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홈, AI/소프트웨어, 5G/모바일 기기, 디스플레이/메타버스, NFT, 스페이스 테크)’를 정리했다.

    1. 헬스케어, 중요성 더 커진다.

    CES 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3’. [애보트, 그래필 제공]

    CES 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3’. [애보트, 그래필 제공]

    헬스케어는 이번 CES 2022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자 건강에 관한 시장의 수요와 관심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과거 가전, 자동차에 밀려 조연 역할에 그쳤던 헬스케어 기기, 솔루션은 이번 CES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로 다뤄졌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Abbott)의 로버트 B 포드 회장이 기조연설을 맡았다는 점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ES 역사상 헬스케어 부문 의료 기업이 기조연설 메인 무대에 등장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CES 주최 단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이하 CTA)가 선정한 혁신상(Innovation Award)도 헬스 및 웰니스(Health & Wellness) 분야 제품, 솔루션에 가장 많이 돌아갔다.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애보트의 혈당 관리 센서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가 대표적 예다. 팔에 부착하면 스마트폰과 연동해 매분 혈당 수치와 추세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번 CES 2022에서 소개된 3세대 제품인 ‘프리스타일 리브레3’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얇은 혈당 센서를 사용해 주목받았다.



    5분 이내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테스트 키트 ‘테스트엔패스(TestNpass)’도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끌었다. 그래필(Grapheal)이 만든 이 제품을 이용하면 스마트폰과 키트만으로 빠르고 간편한 검사가 가능하다.

    2. ESG, 선택 아닌 필수

    비디오윈도의 스마트글라스. 유리를 화면처럼 사용해 광량을 조절한다. [비디오윈도 제공]

    비디오윈도의 스마트글라스. 유리를 화면처럼 사용해 광량을 조절한다. [비디오윈도 제공]

    환경문제 해결, 지속가능성 제고 등 ESG 관련 기술 트렌드도 2022년에 계속될 전망이다.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글로벌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 삼성전자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CES 2022의 프리쇼 기조연설에서 ‘공동의 시대(Age of Togetherness)’를 주제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했고, 게리 샤피로 CTA 회장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를 비롯한 인프라 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도 ESG 요소가 녹아 들어갈 것으로 관측한다.

    네덜란드 기업 오션 그레이저(Ocean Grazer)의 오션 배터리(Ocean Battery)는 CES 2022에서 소개된 대표적 ESG 분야 혁신 솔루션이다. 오션 배터리를 사용하면 해상 풍력발전 장치를 활용해 배터리에 전기를 모으고, 바람이 적게 불 때도 바닷속 장치물의 수압차를 활용해 축전할 수 있다. 모듈형 에너지 저장 솔루션이어서 전력 수요와 공급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마트시티 분야 최고 혁신상으로 선정된 비디오윈도(VideowindoW)의 스마트글라스 기술도 ESG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공항, 병원, 학교, 기업 사무실, 쇼핑몰 등 다양한 공간에 활용할 수 있으며 블라인드, 커튼을 사용하지 않고도 유리 자체의 눈부심을 조절(glare control)할 수 있어 날씨 변화에 따른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필요 시 그늘을 만들어 단열 효과를 높인다.

    3. 로봇시대 가속화

    존 디어의 제초제 살포 로봇 ‘시앤드스프레이’는 잡초에만 정확히 제초제를 뿌린다. [존 디어 제공]

    존 디어의 제초제 살포 로봇 ‘시앤드스프레이’는 잡초에만 정확히 제초제를 뿌린다. [존 디어 제공]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유통 공급망 대란은 유연한 노동력을 제공해 줄 로봇 기술의 발전을 앞당겼다. 로봇을 이용하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 무관하게 공장이나 농업시설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운영할 수 있고, 생산성 측면에서도 큰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2022년에도 이런 트렌드가 이어질 전망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 CES 2022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존 디어(John Deere)의 ‘시앤드스프레이(See & Spray)’가 대표적 예다. 이 거대 로봇을 이용하면 잡초에만 정확히 제초제를 뿌리는 게 가능하다.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람보다 정확히 작물과 잡초를 구별해 낸다. 빠르고 효과적일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존 디어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하면 제초제 사용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로봇의 사물 및 지형 인식에 활용되는 ‘라이다(LIDAR)’ 같은 레이저 스캐닝 기술도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헥사곤(Hexagon) 그룹 계열사인 라이카 지오시스템즈가 제작한 ‘BLK ARC’ 모듈을 사용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영역의 이미지, 데이터를 3D로 캡처할 수 있다. ‘BLK ARC’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에도 탑재돼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금 매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스폿’을 매일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 자동차의 미래, 전기차·자율주행

    현대자동차가 CES 2022에서 공개한 로보틱스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CES 2022에서 공개한 로보틱스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현대자동차 제공]

    자율주행차 상용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산업의 미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에 이어 빠르게 진행되는 전동화(electrified)도 2022년 주요 화두 중 하나다. 내연기관 차량 대신 모터로 달리는 자동차가 주류가 되고 있다.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GM) 회장 겸 CEO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CES의 기조연설을 맡았고,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Mobile Eccentric Droid)’를 공개했다. 모베드는 향후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돼 배송 및 1인용 모빌리티 수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CTA는 자율주행 기술 관심 제고를 위해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일대일 고속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 ‘자율주행 챌린지@CES(Autonomous Challenge@CES)’도 개최했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보링 컴퍼니가 만든 초고속 지하 터널 ‘LVCC 루프’도 올해 처음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이 터널 내에서 차량은 시속 240㎞/h로 이동할 수 있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 하는 지금은 최대 시속 56㎞/h로만 달릴 수 있다.

    딥러닝 기술, 지능형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컴퓨터 비전 솔루션, 전장 부품,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도 CES에서 중요하게 소개됐다.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의 디지털 레이더 ‘아이콘 디지털 레이더(ICON Digital Radar)’가 대표적이다.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제품으로 최대 150m 떨어진 보행자와 주변 환경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아날로그 레이더 대비 해상도와 명암비가 각각 16배, 30배 높다.

    5. 홈(Home), 생활의 중심이 되다

    IRSAP가 개발한 와이파이 기술이 탑재된 가정용 라디에이터 ‘폴리곤(POLYGON)’.  [IRSAP 제공]

    IRSAP가 개발한 와이파이 기술이 탑재된 가정용 라디에이터 ‘폴리곤(POLYGON)’. [IRSAP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스마트홈, 홈 오피스, 홈코노미(Home+Economy) 트렌드 역시 2022년에 이어질 전망이다.

    CES 2022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IRSAP의 ‘폴리곤(POLYGON)’은 와이파이 기술이 탑재된 가정용 라디에이터다. 에너지 소비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실내 온도를 맞춰주고, 집 안의 이산화탄소 수준도 측정할 수 있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ESG 트렌드도 고려한 제품이다.

    6. 소프트웨어 먹어 치우는 AI

    펫나우가 개발한 ‘펫나우’ 앱. AI 기술 기반으로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무늬, Nose Print)을 인식한다. [펫나우 제공]

    펫나우가 개발한 ‘펫나우’ 앱. AI 기술 기반으로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무늬, Nose Print)을 인식한다. [펫나우 제공]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울 것(AI is going to eat software).”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의 말처럼 AI 기술은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 녹아들어 가는 추세다. CES 2022에서도 AI 기반 소프트웨어 제품 및 서비스가 대거 소개됐다. 그중에서도 한국 스타트업 펫나우(Petnow Inc)가 개발한 ‘펫나우’ 앱이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펫나우는 AI 기술 기반으로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무늬, Nose Print)을 인식하는 앱이다. 이 앱을 이용해 강아지 안면 사진을 찍으면 AI가 비문 위치를 찾아 초점을 좁힌다. 순간적으로 사진이 여러 장 자동 촬영되면 AI가 선택한 비문 사진을 골라내 내부 강아지 신원 데이터와 대조한다. 누구나 쉽게 강아지 신원을 조회할 수 있어 유실견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내·외장형 인식표를 사용해야 반려견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AI 기술로 쉽게 생체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7. 5G/모바일, 본게임 이제 시작

    3i INC가 출시한 스마트 휴대폰 거치대 ‘피보 팟X(Pivo Pod X)’. 360도로 회전하며 피사체 촬영이 가능하다. [3i INC 제공]

    3i INC가 출시한 스마트 휴대폰 거치대 ‘피보 팟X(Pivo Pod X)’. 360도로 회전하며 피사체 촬영이 가능하다. [3i INC 제공]

    5G는 지연을 최소화하는 초연결 시대를 만들고 있다. 통신망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어 그 위에서 작동하는 서비스 개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3i INC의 ‘피보 팟X(Pivo Pod X)’는 5G 시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트렌드를 잘 반영한 제품이다. 360도로 피사체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 휴대폰 거치대로 AI 기술을 활용, 피사체를 추적하며 휴대폰이 회전하기 때문에 휴대폰만으로 혼자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8.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계속된다… VR 너머 메타버스로

    디멘코의 ‘SR 프로 디스플레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3D 안경 등을 걸치지 않고 입체감 있는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디멘코 제공]

    디멘코의 ‘SR 프로 디스플레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3D 안경 등을 걸치지 않고 입체감 있는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디멘코 제공]

    2022년에도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메타버스(Metaverse·초월세계) 관련 다양한 제품이 CES 2022에 소개됐다.

    이 분야 혁신상으로 선정된 디멘코(Dimenco)의 ‘SR 프로 디스플레이(SR Pro Display)’가 대표적이다. SR 프로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3D 안경 등을 걸치지 않고 입체감 있는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LG전자는 LVCC 내 부스를 AR·VR 콘셉트로 제품을 체험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꾸몄고, 현대모비스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스타트업 시어스랩(SeersLab)은 현실·가상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미러시티(Mirror City)’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9. NFT 시대 열린다

    2021년 기술 및 투자 업계의 가장 뜨거운 토픽 중 하나였던 NFT도 계속 IT업계의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관련 분야로 인재가 몰리고 있으며 벤처투자금도 급증하는 추세다. ‘크립토 환경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in the Context of Crypto)’ 콘퍼런스에서 NFT 활용법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고, 스타트업 아토믹폼(Atomic Form)은 NFT 작품을 감상하고 대여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 ‘웨이브’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10. 스페이스 테크

    시에라스페이스의 우주왕복선 ‘드림 체이서’(왼쪽). 아토믹폼이 개발한 NFT 작품 감상 및 대여 디스플레이 기기 ‘웨이브’. [시에라 스페이스 제공, 아토믹폼 제공]

    시에라스페이스의 우주왕복선 ‘드림 체이서’(왼쪽). 아토믹폼이 개발한 NFT 작품 감상 및 대여 디스플레이 기기 ‘웨이브’. [시에라 스페이스 제공, 아토믹폼 제공]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등 우주 기술업체들의 부상으로 2022년에도 우주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전망이다.

    CES 2022 전시에 등장한 시에라스페이스의 우주왕복선 ‘드림 체이서’ 실물 모형이 큰 인기를 끌었다. 드림체이서는 종전 우주왕복선 4분의 1 크기로 재사용이 가능하며 향후 국제우주정거장에 물자를 수송하는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가상으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는 지포스원(G-Force One)도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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