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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격정토로 “이재명은 집권만 생각하는 마키아벨리스트” [+영상]

[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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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7-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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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에 잡힌 순간 버림받았다 직감

    • 李에 대장동 민간 수익 직접 보고

    • “李, 걔들 얼마 먹든지 상관없어”

    • 진술 일관성? 액수·시점만 헷갈렸을 뿐

    • 李가 편해할 정도로 잘 알던 김문기

    • 김만배-이재명은 ‘운명 공동체’

    • 통진당 정당 해산 칼끝, 李 노려

    • 대장동 도원결의, 남은 건 후회뿐

    [+영상] "나는 이재명이 버린 돌이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지호영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지호영 기자]

    여기, ‘이재명의 장비’로 불리던 남자가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언론은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소개하면서 그에게 ‘장비’라는 별칭을 붙였다. 2021년 10월 3일 구속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재명의 장비’였다. 장판파를 단신으로 막아선 장비처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구속된 후 자유는 잃었지만 의리는 한동안 저버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물론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에 대한 이야기를 검찰에 털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유 전 본부장 구속 이틀 뒤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며 유 전 본부장과는 가깝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모시던 주군에게 배신감을 느꼈으나 유 전 대표는 그 뒤로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뒤(2022년 10월) 유 전 본부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종이를 달라고 요청했다. ‘대장동 초기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받아 김용 전 부원장에게 (이 대표의) 2021년 대선 경선자금으로 줬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고 한다. 검찰은 이 증언을 디딤돌로 삼아 지난해 11월 김 전 부원장을 구속했다. 12월에는 정진상 전 실장 또한 구속됐다. 두 사람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장비’의 폭로는 이 대표까지 흔들었다. 올해 1월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 “대장동 개발로 인한 민간 업자들의 택지 분양 수익만 400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증언을 바탕으로 검찰은 이 대표 수사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지켜달라는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아

    그가 입을 연 것은 배신감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이 붙여준 변호사가 문제였다. 변호사는 어느 순간 재판에 들어오지 않았다. 변호사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이 대표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뿐이었다.

    “그때 알았다. 그 사람은 날 변호하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입을 여는 건 아닌지 감시하러 왔다는 걸.”

    7월 6일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유 전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가장 화난 부분은 따로 있다. 내가 이 대표와 그 측근들에게 버리는 돌이 되면서까지 부탁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내 가족을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내 안사람이 기소됐다. 그때부터 배신감이 커졌다.”

    지난해 4월 20일 검찰은 그와 사실혼 관계인 A씨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주요 증거인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숨겼다는 것. 법원은 올해 1월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구속된 날에 일어난 일부터 얘기해 보자.

    “원래는 검찰에 자진 출두하려고 했다. 오전 10시에 출두하기로 했다. 일찍 가려고 법원 근처에 숙소를 구했다. 출두 전날 김용 전 부원장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응급실에라도 가서 검찰 조사 일자를 늦추라는 내용이었다.”

    응급실은 왜?

    “지금 검찰 조사를 받으면 위험하니 시간을 끌라는 취지였다. 응급실에 입원하면 검찰이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하더라.”

    몸이 아픈 상태였나.

    “전혀. 배탈이라도 내서 응급실에 들어가라고 하더라.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지를 않아 음식점 쓰레기통에서 상한 생선까지 구해 먹었다. 그런데도 도통 아플 기색이 없었다. 김 전 부원장은 전화로 계속 응급실로 가라고 성화였다. 그래서 일단 응급실로 갔다.”

    그 뒤로 어떻게 됐나.

    “아픈 곳이 없으니 누워 있다 이튿날 아침 9시 병원에서 나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검찰이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때부터 이상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시에 출두하기로 약속한 나를 굳이 9시에 병원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이재명 대표와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실장은 나를 (검찰에) 내주려고 작정했던 것 같다.”

    성남도공, 이재명에 직보하기도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 측 인사들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때 의형제를 맺은 사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6월 27일 유 전 본부장,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의형제를 맺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는 그보다 한참 전인 2009년부터 호형호제했다”고 했다.

    그 사람들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김 전 부원장은 분당 지역 아파트 리모델링 협회에서 만났다. 내가 회장이었다. 김 전 부원장은 총무. 아파트 리모델링을 원활히 하려면 법이나 조례 개정이 필요했다. 도움을 얻으려 2008년경부터 국회의원은 물론 정치권 인사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이때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만났다.”

    이 대표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유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낙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남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했다”며 “이 대표는 분당 지역 표를 원했고, 나와 김 전 부원장은 리모델링 사업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원에 당선했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비서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공의 전신)에 자리를 잡았다. 성남도공이 위례 신도시와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을 주도했다.

    위례 신도시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있나.

    “대부분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성남시 공무원이라면 다 알 텐데, 성남시와 관련된 사안은 대부분 비서실을 통해야 했다.”

    직접 보고한 적은 없다는 얘기인가.

    “이 대표가 직접 궁금한 사안을 물어올 때는 직접 보고했다. 대장동 관련 중요 사안 중에는 정 전 실장이 나에게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한 사안도 종종 있었다,”

    민간 업자들이 얻을 수익에 대해서는 직접 보고했나.

    “내가 직접 보고했다. 이 대표가 천화동인이 거둘 수익에 대해 모를 수는 없다.”

    이 대표가 보고를 듣고 뭐라고 하던가.

    “걔들이 얼마를 먹든지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 대표 측은 올해 1월 28일 검찰조사에서 “저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민간 업자들이 올린 수익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당시 보고 문건이 없다며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
    “정무적 보고는 보고서가 없다. 보고서를 들고 가면 오히려 의심을 산다.”

    유 전 본부장이나 성남도공 인사들이 성남시장실을 찾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시장 결재를 받으려면 보통 성남시 내부 결재를 거쳐야 하는데 성남도공은 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진상이 남욱에 3억 원 요구하라고 시켰다”

    유 전 본부장은 3월 16일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의 지분을 주면)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 내가 각각 3분의 1씩 보유하기로 했다”며 “해당 금액은 이 대표를 위해 사용할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언 속 돈이 이 대표의 선거자금으로 쓰였는지 등을 살펴봤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지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 전 실장이 지분에 대해 알았다. 내가 지분 문제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하려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 전 실장이 본인이 직접 이 대표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날 말렸다.”

    왜 말렸을까.

    “이 대표가 지분 관련 이야기를 (듣는 것을) 꺼렸다. 같이 일할 때는 돈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책임을 피하려고 지분 관련 보고를 따로 받지 않은 것 같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함께 일할 때는 이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가깝게 지냈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좋아 보였다. 그런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나니 이제야 현실이 보인다. 이 대표는 마키아벨리 같은 사람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과거 성남시에서 일어난 일이 이 대표의 목을 죈다면 나뿐만 아니라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3월 7일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자금을 전달한 대략적 일시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진술 일관성의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단도 3월 16일 서울중앙지법 바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계속 변경돼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술의 일관성이 의심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생각해 보자. 벌써 수년이 더 지난 일이다. 돈이 오간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사업 관련 보고 내용은 셀 수도 없다. 내가 확실히 본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전부 기록해 둔 것이 아니기에 시점이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2013년경 남욱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도 사실은 정진상 전 실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돈이 좀 필요했다. 사람 만나서 쓰는 술값만 해도 부담이었다. 정 전 실장과 10억 원 정도 자금을 만들어 운영비로 쓰기로 했다. 정 전 실장이 그중 3억 원가량을 남 변호사에게 받아오라고 하더라.”

    이는 남 변호사의 녹취 파일에도 등장하는 장면이다. 녹취 파일에서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하며 “2층(이재명 대표)이 알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일 열린 재판에서 “이 돈 대부분이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갑자기 3억 원은 왜?

    “그들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들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내가 남 변호사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때만 해도 이 대표를 지키고 싶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 정치인인 이 대표에게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 변호사에게 2층은 절대 알아선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이렇게까지 (이 대표를) 감쌌는데, 이 대표 측은 나와의 약속은 무시하고 자기 보신에 바빠 보였다”며 “검찰 조사도 힘들었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재명과 친한 김문기 보내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과거 성남시 인사들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1년 12월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공 개발1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 대표는 “하위 직원이라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 직후 국민의힘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2009년 8월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세미나’에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있는 사진과 2015년 1월 호주 출장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보좌하는 사진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출장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를 보좌했고, 김 전 처장은 유 전 본부장을 보좌했다”며 “7년이나 지난 시점에 유 전 본부장을 보좌하던 김 전 처장을 기억해 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참 뻔뻔한 사람이다.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은 꽤 가까운 사이였다. 김 전 처장은 호주 출장에 갈 사람이 아니었다. 원래는 이현철 전 성남도공 개발2처장이 가기로 돼 있었다. 출장 전에 정 전 실장이 나를 따로 불러서는 이 전 처장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낼 수 없느냐고 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 대표가 이 전 처장을 잘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쉬러 가는 출장이니 이 대표가 잘 아는 사람으로 채우자는 이야기였다. 내가 김 전 처장을 대신 보내겠다고 했다. 정 전 실장도 김 전 처장이 낫겠다며 출장 명단을 바꾸게 됐다.”

    김 전 처장 등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대표가 신경을 조금만 썼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검찰 조사도 힘든 상황에서 일을 시킨 이 대표는 꼬리 자르기 바쁘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진상, 김용, 김만배 세 사람은 혐의를 부인한다.

    “그 셋은 이 대표와 운명 공동체다. 이 대표가 무너지면 자신들도 함께 무너지게 되니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로 수익을 냈으니 김만배 씨와 이 대표의 관계는 끝난 것 아닌가.

    “대장동 사업 지분을 나누기로 결정한 뒤로도 김 씨와 정 전 실장의 관계는 지속됐다. 사업을 진행할 때까지는 내가 가교 역할을 했지만, 2020년부터는 나를 빼고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았다.”

    김만배, 정진상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의 소개로 2012~2013년경 김 씨를 처음 만났다. 첫 만남 이후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너나 만나라, 뻥쟁이더만”이라며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가 이재명 잡으려 한다”

    정 전 실장이 처음에는 김 씨를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어쩌다 가까워졌나.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이 가장 큰 계기였다. 당시 김 씨가 내게 ‘청와대에서 이 대표를 잡으려 한다’며 경고를 해 줬다.”

    무슨 내용이었나.

    “당시 성남시가 ‘나눔환경’이라는 통합진보당 계열 회사와 2011년부터 청소용역 계약을 맺고 있었다. 설립 한 달 만에 성남시 신규 민간 위탁사업자가 됐고, 같은 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특혜 의혹이 일었다. 김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를 빌미로 이 대표를 기소하라고 수원지검에 지시한 것 같다고 말해줬다.”

    2010년 12월 설립된 나눔환경은 2011년 1월 성남시의 민간위탁 청소 용역업체로 선정됐고, 2011년 7월 성남시 사회적 기업이 됐다. 2011년 4월 민주노총 관계자는 통진당 총선평가 토론회에서 “선거 기간에는 당 이미지 때문에 말을 자제했지만 성남시에서 사회적 기업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3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성남연합’이라는 통진당 계열 단체와 손을 잡았다”며 “이념이 한쪽으로 치우친 단체와 함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는데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김만배 씨에게 대응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특혜 의혹이) 거짓말처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때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이유를 알게 됐다. 당시 수원지검장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은 곽상도 전 의원이었다. 둘 다 김 씨의 ‘50억 클럽’ 멤버 아닌가.”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

    50억 클럽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들을 말한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이들에게 50억 원을 주기로 하고 청탁을 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같은 내용을 3월 11일 정 전 실장 재판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같은 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당시 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곽상도 전 의원도 50억 클럽 의혹을 부인한다.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 중 처음 기소된 곽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김만배 거짓말까지 하며 이재명 감싸”

    김 씨는 왜 당신을 제치고 정 전 실장과 직접 얘기하려 했을까.

    “김 씨는 내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해야 일이 성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 전 실장도 김 씨와 할 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함께 했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사건 무마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만배 씨가 거짓 인터뷰를 하지 않았나.”

    김 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청탁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피고는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조모 씨였다. 조 씨는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자에게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3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 씨의 변호인이 박 전 특검이었다. 박 전 특검 또한 50억 클럽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조 씨가 담당 검사를 찾아가자 검사가 커피를 타주고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며 “그러고는 불기소 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조 씨는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최근 조 씨가 2021년 9월 김 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이 커피 타줬다고 말할 테니 (네가) 양해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후로 김 씨는 이 대표 측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 대표 측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김 씨가 가장 바라던 게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이었다. 이 대표가 대통령만 되면 3개월 안에 무죄로 풀려난다고 말하고 다녔다더라.”

    김 씨와는 친하게 지내나.

    “연락하지 않는다. 2021년 이후로 연락을 한 번도 안 한 것 같다. 김 씨는 내가 남 변호사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남 변호사를 자주 만나면 큰일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는 남 변호사와 사업을 준비하던 중이라 왕래를 줄일 수가 없었다. 이를 두고 김 씨가 뒤에서 내 욕을 심하게 했다.”

    한때 의형제였는데 관계가 틀어진 것인가.

    “내 앞에서는 항상 ‘사랑스러운 동생’이라며 덕담만 해주던 사람이 내 욕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김 씨도 굳이 내게 연락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사필귀정을 믿는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사건은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업자와 결탁해 벌어진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민간 업자가 가져갈 수익이나 지분 구조를 이 대표는 몰랐다는 것이다.

    “통화 내역만 보면 알 수 있다. 민간 업자인 김 씨와 나는 2020년 이후 통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이들과 결탁해 돈을 벌었다면 이윤을 나누려 만나도 몇 번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

    유 전 본부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이들과 결탁하기에는 권한이 없던 사람이다. 정 회계사 녹취록에도 김 씨가 ‘유 전 본부장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나는 실무자였을 뿐 결정권자는 이재명이었다.”

    이 대표를 만나 함께 일한 것을 후회하나.

    “후회한다. 요즘은 아예 정치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파트 리모델링만 열심히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작금의 상황이 억울하지만, 내가 결백하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일하는 과정에서 내가 저지른 잘못도 분명히 있다. 그에 대해서는 처벌을 달게 받겠다. 하지만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까지 전부 덮어쓰지는 않겠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믿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반드시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 본다.”



    인터뷰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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