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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發 ‘야권 아마겟돈’ 개봉박두 [+영상]

[윤태곤의 총선읽기] 이재명이 민주당 오너? no nO NO!

  •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입력2023-08-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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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영 內에서는 역대 최강 전직 대통령

    • 文, 2012·2016·2020 총선 공천 영향력 행사

    • 평산마을서 독주 나눈 조국, 막걸리 함께한 이낙연

    • 이재명에게는 살가운 모습 보여준 적 없어

    • 反검찰 연대 구축하려면 책임질 사람 찾아야

    • 추미애와 송영길, 文 때리며 활로 모색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월 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월 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3년 7월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167명이다. 112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을 압도하며 전체 상임위에서 안정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그나마 이 의석도 재보궐선거와 이런저런 이유의 탈당 등으로 인해 줄어든 것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은 182석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기록적 대승을 거뒀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야당으로 변모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14명(총 17곳)은 5명으로 쪼그라들었고, 기초단체장 당선자는 151명(총 226명)에서 63명으로 줄어들었다. ‘의원급’이라고 볼 수 있는 97개의 자리가 증발한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처한 구조적 문제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필자는 ‘신동아’ 5월호 기고에서 “야당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고 여당은 그 반대다, 사람이 너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2년 민주당 접수한 ‘친문’

    민주당이라는 집단, 조직의 처지에선 민심을 얻어 여당에 이겨야 한다. 그런데 그 싸움에 나설 수 있는 후보의 수는 한정돼 있고 후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공천 경쟁은 모든 선거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영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모든 곳에서 총선 당선자와 지방선거 낙선자를 엄청나게 배출했기 때문에 전국에서 후보군이 극대화된 상태다. 민주당의 친명과 비명, 친문과 비문, 원외와 원내 간 복합 갈등의 본질도 바로 이 공천 경쟁과 맞물려 있다. 경쟁의 한 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본인의 의지와 별개로 자리 잡고 있다.



    인적 구성이나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구조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부터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권 밖에 있던 친노무현(친노) 인사들이 ‘혁신과 통합’이라는 조직을 꾸려 당시 손학규 체제의 민주당과 1대 1로 합당했고, 이어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을 완전히 접수했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문성근 두 사람이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시 상임고문이 당의 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과 같은 정치 유튜브의 전신 격으로 팟캐스트가 등장했고, 온라인 여론과 강성 당원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도 이 시점이다. 유시민 등 친노 출신 국민참여계가 큰 축이던 통합진보당과의 전면적 선거 연대, ‘나꼼수’ 진행자 중 하나인 김용민 씨 공천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여세를 몰아 문재인 고문은 같은 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무난히 이기고 그 여세를 몰아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까지 했지만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럼에도 당 장악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합당해 공동대표가 된 안철수 의원은 오래지 않아 비주류를 고스란히 데리고 탈당해 버렸다. 이후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CEO 역할은 잘 했지만 당내에서 자기 지분을 확대하진 못하고 밖으로 내몰렸다. 2016년 총선에서 1당 지위를 회복한 이후 문재인 고문은 당권을 회수했고, 민주당은 완전히 친문 천하가 됐다. 말 그대로 ‘원팀’이 된 것이다. 이후 경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대선 압승 등. 그리고 2020년 총선의 역사적 대승까지.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2012년, 2016년, 2020년 세 번의 총선에서 야당으로 두 번, 여당으로 한 번 실질적 공천권을 행사한 셈이다. 민주화 이후 어느 누구도 거대 정당에서 이렇듯 길게 권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정도가 2012년에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2016년에는 대통령으로 힘을 썼을 뿐이다. 그나마 2016년의 무리한 공천은 몰락의 단초가 됐다. 이 세 번의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의석도 대폭 늘리고 집권에도 성공했다.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나,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뛰어넘어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 정치인 어느 누구도 거대 정당 내에서 문재인처럼 오래,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은 없다. 한명숙, 추미애, 이해찬, 이낙연 등 여러 당대표가 지나갔지만 그들 모두 ‘친문의 낙점’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김영삼이나 노무현, 박근혜처럼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전임 대통령은 모두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되고 당내에서부터 ‘청산 작업’이 진행됐다. 전두환, 김대중, 이명박처럼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전임 대통령조차 크게 다르진 않았다. 후임자들이 신당을 차리거나 당명을 바꿔버렸고 여권의 질서는 급속도로 재편됐다. 하지만 문재인은 다르다. 비명이고 친명이고, 주류고 비주류고 간에 주요 정치인 중 문재인의 자장(磁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을 찾기 힘들다. 진영 내에서만 따지자면 역대 최강의 전직 대통령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지금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의 문지방이 닳을 지경이다. 양산에서 한 마디 듣고 와서 열 마디 풀어놓는 상황이 벌어지자 “당분간 정치인은 만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평산책방을 연 이후엔 그 이야기도 쑥 들어갔다. 이재명도, 조국도, 이낙연도 다 양산을 찾는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차만 대접받았는지, 겸상을 했는지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독주(조국 전 장관)나 막걸리(이낙연 전 총리)를 곁들이면 최상급 코스다.

    이렇다 보니 버스를 대절해 지역위원회 핵심 당원들을 태우고 양산으로 가서 앞치마를 입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놓는 것은 웬만한 민주당 의원들의 ‘루틴’이 돼버렸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수도권의 한 의원은 “수도권에서 가면 통상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를 거쳐 양산에 다녀온다. n분의 1로 회비를 걷어서 가는데 희망자도 많고 호응도 좋다”고 전했다. 이런 ‘관행’에 대해 원외 인사들은 불만이 많다. 한 인사는 “현역의원이면 현수막 펼쳐서 지지자들하고 단체 사진 찍고 원외는 청와대 비서관 정도 인연이라도 있어야 대통령 옆에서 기념사진 찍어 오는 식인데 ‘족보’가 없으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재명은 민주당 오너가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에도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권을 거머쥐었고,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화력 지원도 받고 있으니 ‘포스트 문재인’ ‘노무현 이후의 손학규’ 격은 될 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민주당의 ‘오너’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비주류 수장인 듯한 느낌이 여전하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은 사실상 이중 권력 체제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스타일과 성품상 민주당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는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도 전반적인 장악력을 통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이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분당을 겪은 뒤 민주당이 ‘원팀’이 된 이후에는 제대로 된 비주류도 없었고, 공천 경쟁에 나선 후보들이 “내가 문재인과 인연이 있다”고 서로 다투는 형국이었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필요도 없었다.

    현재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 책방에서 여러 가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현 정부에 대한 대립각 수위를 높이곤 있지만 당내 이슈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끼어들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고 이로 인해 결국 영향력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행보다.

    이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바람은 그와 다르다. 먼저 이 대표는 앞선 대선의 후보이자 당대표인 본인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길 바랄 것이다. 방문도 여러 번 했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마다 민주당 지지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지만 ‘이재명 개인’에 대해 힘을 싣거나 단체 오찬이 아닌 별도 식사 등 살가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외려 ‘개딸’들과 문파들의 신경전은 심심찮게 벌어졌다.

    조국 전 장관과는 청와대 봉황 마크가 선명한 술병을 가운데 두고 단둘이 마주 앉았다. 얼마 전 이낙연 전 국무총리 부부와는 막걸리 다섯 병을 기울였다.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출신으로 개딸 등에게 ‘수박’이라고 욕을 먹는 윤영찬 의원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이 대표 주위에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온도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차마 입 밖으로 불만을 꺼내진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 좋겠지만 반대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다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다른 친문 거물들에 대한 차이가 느껴지지만 민주당 내부 일에 직접 개입은 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렇게 묘한 균형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의지나 계획과 별개로 이런 균형점이 계속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 엔트로피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꺼운 얼음장이 서서히 녹아 살얼음판으로 변할 수 있다.

    여기에 먼저 돌을 던진 사람은 두 전직 대표들이다. 돈 봉투 의혹으로 당 밖으로 내몰린 후 반(反)검찰 전선 형성에 몰두하는 송영길 전 대표는 6월 29일 유튜브를 통해 “문 전 대통령께서도 더 이상 침묵해서 안 된다”며 “지금 한가하게 책방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을 반윤 전선으로 떠밀고 나선 것이다.

    총선을 통한 컴백 의지를 부인하지 않는 추미애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던 자신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을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자신을 사실상 해임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두 사람은 전직 대표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20세기’에 정치에 입문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사이가 매끄럽지 않았다. 한 사람은 돈 봉투 의혹의 당사자, 나머지 한 사람은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反검찰’ 연대 등장하나

    이런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문 전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고 나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이재명 대표나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친명 비명, 친문 비문을 떠나서 야권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이들에게 비판적이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 유튜브 중심의 일부 친야 언론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향후 공천 경쟁에서 어렵겠다 싶은 인사들이 ‘반(反)검찰’을 명분으로 이들과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강성 친야 유튜버, 진보당, 민주노총 등도 손을 잡을 수 있다.

    민주당 전체, 야권 전체가 이 흐름에 딸려간다면 공천에서 강성 당원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면적 야권 연대의 판이 벌어지게 된다. 현역의원들로선 악몽 같지만 공천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전투력’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인사들 입장은 정반대다. 그리고 ‘반검찰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선 이전 정권에서도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한다. 추미애와 송영길 두 전직 대표는 평산마을을 겨냥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으로 대표되는 정파적 이슈를 밀어붙인 탓에 현 상황이 벌어졌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찰과 이재명 체제에 대한 혁신을 통해 ‘새 출발’ 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이 약해서 문제였다”는 정반대 방향의 도전도 시작되고 있다. 정권교체 책임론을 둘러싼 이견이 촉발해 역대 최강 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위태하게 유지돼 온 균형점이 무너진다면 전면적 공천 경쟁과 맞물려 ‘야권의 아마겟돈’이 펼쳐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영상] 조기숙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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