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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동반자, 협력… 단어와 수사보다 내실에 주목해야

쏟아지는 ‘외교관계 이름’의 허와 실

  • 강준영│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jykang@hufs.ac.kr│

전략, 동반자, 협력… 단어와 수사보다 내실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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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의제다

한국도 여러 국가와 전략적 관계, 또는 전략이라는 수식어가 포함된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멕시코, 알제리,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EU,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11개 국가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최근의 국제관계에서는 전략 관계라는 말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며, 외교관계의 최상위 단계라고 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정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정치, 경제, 인적, 문화 교류까지 포함해 전면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로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외교, 안보, 국방 분야에서 협력과 대화를 증진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설정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단계를 거쳐 1998년 ‘협력 동반자 관계’를,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2008년 5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물론 앞서 살펴본 대로 중국이 대외 관계에서 사용하는 ‘전략적 관계’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내용이 수사를 초월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형식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혈맹이나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가 아닌 국가로서는 최상위 단계를 구축한 것이 사실이다. 실질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단 양국 사이에 의사소통 채널이 제도화되면서 북한 문제를 양국이 정식의제로 다룰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경제나 사회 분야의 협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의 문제다. 한중 관계는 분명 정치제도, 가치관, 한미동맹, 북한이라는 특수요인의 일정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시 핵심적인 문제는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경제 분야보다는 정치나 외교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한미 관계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이나 우려에 답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중국 측은 “한국이 중국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하라”고 해왔다. 최소한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계획(MD)이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우선순위를 미루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도 갖고 있다. 양국 간에 이미 불거진 현안이지만 서로 언급을 꺼리는 동북공정 등 역사 문제, 탈북자 처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중국과의 관계에서 정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양자 관계를 심화, 확대할 수 있는 의제의 개발이다. 북한의 급변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 한국과 현재 북한은 별문제 없다는 중국이 과거 늘 하던 대로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수사가 아니다. 양자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서로 신뢰관계를 구축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의식해 올해 1월 그루지야와 ‘전략적 동반자’를 선언했다. 이를 바라보는 러시아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수사 넘어서는 실질 만들려면

전략, 동반자, 협력… 단어와 수사보다 내실에 주목해야
康埈榮

1962년 충남 연기 출생

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안연구소

석·박사(현대 중국 정치경제학)

現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중국연구소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KBS 객원해설위원

저서 : ‘한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외 논문 60여 편


외교는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활동이다. 원론적으로는 양자 간에 충분히 의견을 조율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전략’이라는 말이 붙는 관계를 맺는 수순이 바람직하다. 물론 국제사회의 급변과 전략적 고려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 동반자 관계 같은 우회로를 택할 수도 있고, 일단 관계에 수준 높은 이름을 붙여놓고 이후에 그에 걸맞게 신뢰를 구축해가며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수도 있다. 한국이 맺고 있는 ‘전략 관계’도 상당부분 이러한 범주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를 어떻게 채워나가느냐가 문제다. 전략 관계를 일종의 선언으로 본다면, 그에 알맞은 내용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이제부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쌍방의 노력이 충분히 쌓일 때만이 명실상부한 전략적 관계, 동반자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 수사를 넘어서는 실질을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신동아 200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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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jyka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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