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해외이슈

오바마와 폭스 뉴스의 전쟁

“폭스는 공화당 선전방송” VS “우리는 백악관 공격본능의 타깃”

  • 하태원│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 triplets@donga.com│

오바마와 폭스 뉴스의 전쟁

2/4
백악관과 폭스가 전면전에 나선 이유

그렇다면 왜 권력을 장악한 오바마의 백악관은 폭스뉴스와 전면전을 선언한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전략적 측면 외에도 정치권력에 대해 ‘묻지 마’ 식으로 도전하는 언론권력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양대 슬로건 외에 상생과 화합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오바마 대통령이 유독 폭스뉴스를 경계하는 것은 자신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개혁에 대해 보수세력이 일제히 저항을 시작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7870억달러를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을 때 재정운용의 건전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큰 정부’를 지향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또한 보건의료개혁에 대해서도 폭스뉴스가 ‘10년 동안 투입될 1조달러를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보험을 가진 중산층에게는 추가 보험부담이 주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미국 일반인에게 증폭시키고 있다고 백악관은 의심하고 있다. 폭스뉴스를 가만히 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법안이 좌초할 우려가 있고, 이는 곧바로 내년 10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쳐 현재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 같은 우려의 기저에는 보수세력에 대해 폭스뉴스가 가지고 있는 만만치 않은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사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미국 케이블 방송사들 가운데 황금시간대 시청자가 평균 210만명을 넘을 정도로 다른 방송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2등인 CNN은 황금시간대에 93만2000명 정도의 시청자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결국 폭스뉴스는 CNN에 비해 2배가 넘는 매체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폭스뉴스 시청자는 특히 이번 대선 패배를 계기로 ‘라이트 네이션(우파의 나라)’이 흔들리고 있다는 공동의 피해의식을 갖게 됐으며 보수주의 미국의 부활을 위해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유대감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폭스뉴스는 백악관과의 싸움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분위기다. ABC NBC CBS 등 미국의 3대 공중파와 CNN, MS-NBC 등 케이블방송 그리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류언론이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비판 언론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는 것. 루퍼트 머독 회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백악관의 공격 본능이 폭스뉴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백악관의 비판으로) 우리 시청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폭스뉴스는 최근 20% 이상의 시청률 상승을 즐기고 있다.

폭스가 낳은 스타, 그리고 보수운동의 기수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사람이 많다. 대표주자가 폭스뉴스 토크쇼 진행자 글렌 벡. 그는 최근 벤 존스 백악관 녹색일자리 고문이 과거 급진운동에 몸담았던 경력을 폭로해 사임하게 만든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타운홀미팅 시위와 보수주의자들의 워싱턴 시가행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가행진 당시 CNN 생중계 화면에서 보수주의 시위대들은 “글렌 벡!”을 외쳐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파시스트,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로 불렀고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 인물로 벡을 선정했다. 한때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던 그는 라디오 팝 음악 프로그램의 디스크자키 출신으로 9·11테러 이후 정치평론가로 변신했다. ‘타임’은 “벡은 대중의 공포와 의심을 가장 잘 이용할 줄 아는 사업가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공화당의 미디어 전략가인 마크 매키넌씨는 “글렌 벡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했다.

미국 전역의 400여 라디오 방송국에서 벡의 방송을 듣는 사람은 800만여 명이며, 그의 웹사이트 방문객은 한 달에 500만명에 달한다. 또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두 차례 1위에 오른 블록버스터 작가이기도 하다.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벡의 지난 1년 수입이 2300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 뉴스맥스의 크리스토퍼 루디 회장은 “벡은 이 시대 보수주의 진영의 ‘넘버원 포퓰리스트”라며 “그의 부상은 1990년대 러시 림보를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대선 이후 한때 공화당의 ‘지도자’로 떠오르기도 했던 림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바마 정부를 공격한다면, 벡의 독설은 좀 더 구체적인 인물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정보력과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더욱 강력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리치씨는 “벡의 부상은 공화당에 재난이 되고 있다”며 “공화당의 이미지가 추잡한 욕설과 기이한 서커스, 이민자 배척 등으로 굳어진다면 미국이 더 젊어지고 인종적으로 다양화하는 상황에서 공화당은 인구학적으로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4
하태원│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 triplets@donga.com│
목록 닫기

오바마와 폭스 뉴스의 전쟁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