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한국투자공사의 나랏돈 1조원 대 해외투자 손실

여권 내부에서 “정권 실세 외압·이권 의혹” 지적 파문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1-12-20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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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공사의 나랏돈 1조원 대 해외투자 손실
    2008년1월 한국투자공사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현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었다. 이후 메릴린치 주가가 폭락해 1조4000억~1조8000억원의 평가손이 발생했다. (2011년 국정감사 속기록) 유례가 없는 규모의 국고손실이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손실 자체를 두고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메릴린치 투자 건의 경우 투자결정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일주일 만에 불법 졸속 투자”

    취재 결과 이와 관련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측이 메릴린치 투자와 관련해 ‘신동아’에 “현 정권 실세 측이 개입한 외압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1조원 대 나랏돈이 허무하게 공중에 날아간 사안이므로 메릴린치 건은 2008~2011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로 다뤄졌다. 대부분 단순 투자손실로 받아들여져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 권력형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메릴린치 관련 내용이 새롭게 규명될 필요가 있게 됐다.

    ‘신동아’는 메릴린치 투자 건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4년치 국감 속기록 전부를 재검토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해 메릴린치 부실이 널리 알려진 상황임에도 인수위 시절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점이 잘 드러났다. 다음은 당시 상황과 투자결정 과정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20억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일주일 만에 결정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거의 전례가 없는 비정상적인 일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한국투자공사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2010년 10월21일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은 투자를 결정했던 구안 옹씨의 후임인 스캇 칼브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했다.



    “제가 칼브씨에게 딱 한 가지만 문의해 보겠습니다. 세계시장에서 일주일 만에 20억달러라는 투자를 결정해서 하는 그런 예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3만원 짜리 물건 살 때도…”

    이에 대해 칼브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렇게 큰 규모의 금액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메릴린치 투자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는 주장은 여당 의원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2010년 10월21일)

    “당시 메릴린치 보세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부실이 엄청나게 있었고 그것은 세상 모든 사람이, 심지어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 심지어 그 손실 때문에 메릴린치는 자산상각이 진행되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굉장히 다급합니까, 우리가 다급합니까? 그런데 일주일 만에 불법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한국투자공사의 행태를 보면 메릴린치 서울지부 같은 이름이 더 적당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일반 서민들은 3만원 짜리, 5만원 짜리 물건을 사도 더 싸게 살 수 있는 데가 없는지 백방으로 알아봅니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로 만든 이 외환보유고, 2조2000억원이나 되는 큰돈과 관련된 이 문제를….”

    이 의원의 주장대로 메릴린치 투자는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공사 측은 “메릴린치 투자와 관련해 절차적인 문제는 없었는가”라는 ‘신동아’의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를 확인해본 결과, 한국투자공사는 투자공사법 26조에 의해 준법감시인을 두게 되어 있었는데 메릴린치 투자 결정 과정에서 준법감시인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비밀에 부치는 바람에 준법감시인이 투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 투자건을 상급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보고할 때 준법감시인의 서명도 없는 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는 또 메릴린치 측과 계약을 할 때 자산 배분이나 절차 기준을 전혀 설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공사 측은 ‘신동아’에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을 모두 수용한다”고 했다.

    한국투자공사의 나랏돈 1조원 대 해외투자 손실


    한국투자공사의 나랏돈 1조원 대 해외투자 손실
    메릴린치 투자결정 과정에서 한국투자공사의 서모 리스크관리팀장은 이 투자를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팀장은 “이것은 큰일 난다”면서 사내의 모든 부서장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릴린치 투자에 관여한 공사 관계자 11명 중 퇴직자 4명을 뺀 7명 전원은 승진했다.

    메릴린치 투자에 대해 한국투자공사는 “최초의 전략적 투자였다”고 말한다. 공사의 전체 전략적 투자액 22억5000만달러 중 메릴린치 건(20억달러)이 절대적비중이다. 전략적 투자는 투자대상 회사와의 협력관계와 같은 것까지 고려하는 투자라고 한다. 메릴리치 건을 제외한 공사의 해외투자(330억달러)의 대부분은 수익만 내면 되는 일반적 투자에 해당한다.

    한국투자공사의 해외투자가 전반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면 메릴린치 투자 손실의 원인도 경험미숙으로 돌리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2010년 기준으로 해외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8%(메릴린치 투자손실 포함)정도였다.

    메릴린치 건의 경우 2008년 1월 투자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온다. 2008년 7월28일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메릴린치 의무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한다. 다음은 2010년 국감장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과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전병헌 : 한 주당 얼마에 보통주 전환으로 합의했습니까?

    한국투자공사 사장 : 27달러로.

    전병헌 : 테마섹이라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경우 24달러로 재조정 받았잖아요? 그러면 한 주당 우리는 얼마를 손해 본 겁니까?

    사장 : 저희는 주당 27달러이고 거기는 24달러이니까 3달러 정도….

    전병헌 : 한국투자공사와 합의한 당일인 7월28일 메릴린치가 신주를 발행했죠? 얼마에 발행했죠?

    사장 : 22달러에.

    전병헌 : 그러면 당일 22달러짜리 신주가 발행되는데 우리는 27달러로 사고 있었으니까 한 주당 얼마 손해 보면서 매입하고 있는 거지요?

    사장 : 평면적으로 계산하면 5달러가 되겠습니다.

    전병헌 : 결과적으로 (이 부분에서만) 1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본 것이죠?

    사장 : 네.

    다른 투자에선 비교적 수익을 내는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 건에 있어선 거액을, 이례적으로 조급하게, 내부 반대를 무시하고, 절차를 어겨가며, 공개된 위험에도 불구하고 투자해 사상최대 손실을 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메릴린치 투자가 한국투자공사의 독자적 결정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모른다” “못 보여준다”

    정치권 일각에선 메릴린치 투자는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이뤄졌으므로 인수위가 이 투자에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 메릴린치 투자 결정에는 당시 재경부 장관이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국투자공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수위 1분과 강만수 간사는 한국투자공사에 정통했고 최중경 전문위원은 한국투자공사법 제정을 주도한 당사자였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 측은 메릴린치 투자 건을 인수위에 보고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한국투자공사 홍보책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워낙 큰 금액이므로 인수위에 보고가 됐을 것 같은데요?

    “그건 알지 못해요.”

    ▼ 인수위도 모르게 2조원이나 되는 국고를 투자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수 시간 뒤) 확인해 봤나요?

    “인수위 보고는 확인할 길이 없어요. 했는지, 안 했는지.”

    2008~2011년 국감 속기록에 따르면 메릴린치 투자에 권력의 개입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는 한국투자공사에 메릴린치 투자결정 과정의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여러 번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한국투자공사 홍보책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한국투자공사의 나랏돈 1조원 대 해외투자 손실
    ▼ 메릴린치 투자와 관련된 각종 회의록. 국회에서 달라고 했는데 하나도 주지 않았네요?

    “통상 회의록에는 투자 결정 과정이 나와 있기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 쌍방 간 비밀 협약을 체결하는데 이게 공개되면 소송을 당할 수 있어요. 이런 걸 공개하는 기관도 없고.”

    ▼ 소송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는 일이고요. 한국투자공사는 설립되지 얼마 되지 않은 공기업이어서 관행이라고 할 만한 게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 관행이 아니고 국제적으로.”

    ▼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메릴린치 건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우리가 부정한 돈을 받거나 그런 건 없어요.”

    ▼ 그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니까요.

    “의원님들이야 항상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 항상? 국회의원들을 무시하는 건가요?

    “그게 아니고. 정보를 다 공개하면 패를 까면.”

    ▼ 공개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요.”

    ▼ 그러면 국회에 자료 제출하는 게 위법이라는 말인가요?

    “그건 아닌데. 내부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낸 거예요.”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국감에서 메릴린치 투자에 계약 당사자인 한국투자공사와 메릴린치 이외 제3의 세력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 제3의 세력이 메릴린치 투자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열쇠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다음은 배 의원 발언의 요지다.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메릴린치가 한국의 모 회사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메릴린치에 한국 자금을 끌어들인 역할은 메릴린치의 임원이던 한국계 넬슨 채가 맡았다. 미국에서 넬슨 채와 각별하게 한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사람이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본 위원이 파악한 바로는 메릴린치가 이 회사에 투자를 했고 그걸 대신 우회적으로 또 해주기 위해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우회적으로 넣어주었다는…. 그래서 메릴린치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투자공사 돈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넬슨 채의 역할이 엄청나게 컸고 넬슨 채와 같이 미국에서 일을 했던 한국의 이 회사 대표 간의 소위 말하면 보이지 않는 약속에 의해 그렇게 된 걸로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설사 그래서도 안 되고”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죠”

    2008년 국감 당시 메릴린치 투자 건을 조사했다는 배영식 의원의 이 모 보좌관은 ‘신동아’에 “모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여권 실세의 가족”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보좌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그 회사의 이름이 뭔가요?

    “그게 좀 그러네요.”

    ▼ 궁금해서요.

    “밝히기는 좀 그렇고요. 저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 그 회사 대표라는 분이 한국투자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분인가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죠. (여권 실세인) OOO과 관련되어 있잖아요.”

    ▼ 그 사장이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데요?

    “외곽취재해 보세요. 더 드릴 말씀이 없어요. 지금은 회사가 많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망해서 피해를 많이 입혔잖아요.”

    ▼ 메릴린치도 손해 본 건가요?

    “네.”

    ▼ 투자시점은 그 무렵인가요?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달러 투자할 무렵. 그 이전에 투자를 했죠.”

    ▼ (여권실세인) OOO과 관련이 있다는 게. 친인척?

    “그래요.”

    ▼ 측근인가요?

    “그래요. 외곽취재를 해보시죠.”

    ▼ 외곽취재를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거든요.

    “취재를 해보시죠. 다 알아요.”

    ▼ 어떻게 가까운 사이인지. 예를 들어….

    “OOO의 가족인 △△△으로 알고 있는데요.”

    ▼ △△△이라고요?

    “관련되어 있어요. OOO이 관련되어 있어요. 더 이상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네요.”

    배 의원 은 ‘신동아’에 “모 회사 대표가 누구인지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배 의원 측 주장에 대해 한국투자공사 홍보책임자는 “국감장에선 아무 말씀이나 다 한다. 그 회사와 메릴린치 투자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공사에 따르면 메릴린치 투자는 재경부 장관(또는 대리인인 국장), 한국은행 총재(또는 대리인인 국장), 한국투자공사 사장, 민간위원 5명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그 이전에 메릴린치 투자 건을 실무적으로 검토해 20억달러 투자를 품의한 책임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알려진 구안 옹(Guan Ong)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이었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메릴린치 투자 건에 대한 실무검토는 저희가 한다. 워낙 큰 딜이어서 운영위원회 승인 절차를 밟았는데 실무검토 중 최고는 구안 옹CIO였다. 구안 옹 CIO가 검토해 투자할 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2008년 국감에서 “투자과정에서 구안 옹CIO가 유일하게 미국 뉴욕으로 가서 넬슨 채를 만나 메릴린치 투자내용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2008년 7월28일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메릴린치 의무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협상도 구안 옹 CIO가 맡았다고 한다.

    구안 옹씨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정기관도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투자공사의 나랏돈 1조원 대 해외투자 손실
    최근 입수한 모 사정기관 문건(뒷면 문서)에는 구안 옹씨와 지형씨가 등장했다. 이 문서는 “BRIM(Blue Rice Investment Management) Pvt. Ltd.”라는 회사에 주목했다. 이 회사에 대해 “설립연도 : 2009년, 싱가포르” “설립자 : Guan Ong” “기관성격 : 헤지펀드회사” “주력상품 : Brim Asian Credit Fund (2009.12)”로 설명했다.

    이 회사의 “주요인사”로 “Guan Ong : 투자 담당, Founder” “Nuj Chiaranussati : 신용조사 담당”, “Vincent Ng : Chief Operating, Officer”, “Jay Lee : 마케팅 담당”을 거명했다.

    이어 문건은 “Guan Ong”과 “Jay Lee” 두 사람을 더 상세하게 부연 설명했다. “Guan Ong 이력”에 대해선 “2009~현재 : 투자담당” “2006~2009 : CIO, 한국투자공사(KIC), 한국국부펀드 담당” “1998~2006 : 프루덴셜생명 (홍콩, 싱가포르, 대한민국 근무)” “1996년 : Imperial College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 취득”이라고 썼다.

    문건은 “Jay Lee”에 대해선 특별히 “Jay Lee(이지형, 이상득 의원의 장남)”이라고 표기했다. 이어 그의 이력을 “Senior Director of Marketing” “2009~2009 : Goldman Sachs Korea 자산운용 대표 역임, 세일즈와 마케팅 담당” “2002~2007 : Macquarie-IMM 자산운용 코리아 대표(2000년 설립), 설립 파트너” “1993 :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MBA 학위 취득” “199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이라고 기록했다.

    구안 옹과 제이 리(Jay Lee)

    문건 내용과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구안 옹(Guan Ong)씨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투자공사에서 투자운용본부장(CIO)을 지냈다. 2009년 구안 옹씨는 한국투자공사에서 나와 싱가포르에서 브림(BRIM)이라는 헤지펀드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에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Jay Lee’라는 이름으로 마케팅담당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메릴린치 투자를 입안해 진행한 실무 총책임자인 구안 옹씨와 지형씨가 2009년부터 연결되고 있는 점에 사정기관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투자공사 홍보책임자는 “구안 옹씨와 이지형씨의 관계는 모른다. 이지형씨는 메릴린치 투자 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상득 의원 측과는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최근 이국철 사건으로 보좌관이 구속되면서 이 의원 사무실은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메릴린치 투자는 한국투자공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정당한 투자였다”고 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메릴린치 투자가 전략적 투자라는데….

    “메릴린치 투자가 처음이에요. 수익 외에 비즈니스협력관계와 같은 것도 고려하는 것이 전략적 투자입니다.”

    ▼ 협력이라는 게 미국과의 협력인가요?

    “아뇨. 메릴린치가 메이저 회사이기 때문에 기술전수라든지 그쪽에 우리 직원들을 보내 연수시킬 수도 있고. 투자네트워크도 얻을 수 있어 이런 부분을 고려한 것이죠.”

    ▼ 실제로 메릴린치로 연수 간 적이 있나요?

    “우리가 원래는 연수계획을 세웠는데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캉(BOA)에 합병되는 바람에 진행을 못했습니다. 앞으로 할 계획입니다.”

    ▼ 내부 반대가 있었음에도 이례적으로 빨리 절차를 어겨가며 거액의 투자가 이뤄졌으니 의심해 볼 수 있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데 그렇다면 모든 투자를 다 의심해야 하죠.”

    ▼ 이 건은 절차를 어겼으니.

    “당시에는 절차가 마련 안 된 상황이었어요.”

    ▼ 마련 안 된 게 아니라 감사원에 따르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표현을 그렇게 하신 것 같아요.”

    ▼ 감사원도 진행절차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하지 않았나요?

    “그런 지적사항이 있었는데 통상 대규모 거래는 데드라인이 있어 짧은 시간 내 종료됩니다.”

    국민적 의문 풀어줘야

    여권 실세 측이라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오해나 잘못된 정보로 시달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메릴린치 투자 건은 공적 성격이 매우 크고 의문이 너무 많은 사안이다. “97년에 겪어봐서 알지만 외환보유고가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나라가 부도나는 사태가 옵니다. 국민들이 금 모아서 십시일반으로 나라 돕겠다고 나서고 그러는 돈이 외환보유고예요. 그런데 어떻게 2조2000억원이나 되는 외환보유고가 이렇게 일주일 만에, 법적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심지어 불법까지 자행하면서 이렇게 나가서 거의 다 사라졌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여당 의원이 국감장에서 내뱉은 탄식이었다. 또 다른 여당 의원 측은 국감에서 제3의 세력 개입 의혹을 제기하더니 3년여가 지난 지금 그 제3의 세력이 실은 여권 실세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의 의욕과잉이나 착오인지 아니면 의문을 풀어줄 단서인지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투자공사 등 당사자들은 국민적 의문을 풀어줄 자료를 속 시원히 좀 내놓아봤으면 한다.



    ‘메릴린치 투자 정권실세 개입 의혹’ 관련 알림 및 반론보도

    본지는 1월호 82면 ‘한국투자공사 1조4000억 해외투자 손실에 정권실세 외압·이권개입 의혹’ 제하로, 2008년 1월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큰 손실을 입은 사건에 ‘정권실세의 가족’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측이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익명으로 언급한 ‘정권실세의 가족’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한편 이지형씨는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 과정과 본인은 무관하며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위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보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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