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막상 조사에 임하면 수사전문가의 태도에 기가 눌리기 쉽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자기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도 구별하지 못하고 말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내뱉은 말이 나중에 치명상을 입히는 무기가 되어 돌아온다.
결론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치밀하게 준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논리적으로 구성해 들고 가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에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적극적 설명 없이는 사건의 진상을 재구성하기 어렵다. 피의자로부터 단 한 마디의 단서라도 이끌어내기 위해 이렇게도 물어보고 저렇게도 물어본다. 이런 의도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피의자의 처지에선 적절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법조계 일각의 의견에 따르면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때 이런 요구에 협조할 의무가 피고소인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 날인할 때에도 진술한 내용과 조서 내용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수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
변호인을 옆에 둘 수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이왕 변호인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금태섭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수사받는 법’ 제하의 언론 기고문에서 “수사기관의 행동에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단계에서 조사와 증거수집 절차를 마쳤다면 담당 경찰관은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과 함께 사건을 검찰로 보내는데 이를 검찰송치라고 한다. 이후 검사는 기록을 보고 해당 사건을 기소해 형사재판으로 넘길지 아니면 불기소해 종결할 것인지 결정한다. 기소 여부는 검사만 결정할 수 있다. 이를 기소독점주의라고 한다.
담당 경찰관의 의견, 즉 기소 의견 또는 불기소 의견이 검사를 구속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검사는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경찰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다. 사실상 경찰관의 의견이 사건 처리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리되어 불기소되는 경우 역으로 수사기관은 해당 고소가 무고인지 아닌지를 의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고, 즉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은 고소인을 무고죄의 피의자로 조사해야 한다. 이를 무고인지라고 하는데 무고인지는 검사의 근무평정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걸리면 매우 위험하다.
무고죄의 역습
강용석 의원의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됐고 반대로 강 의원 본인이 무고죄의 피의자가 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무고죄의 역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2010년 고소사건 51만여 건 중 불기소된 사건은 30만5000여 건으로 약 60%에 달한다. 금전관계로 인한 사기죄 고소 사건의 경우 불기소율이 80%가 넘는다. 피고소인을 괴롭히고 심리적으로 압박할 목적으로 고소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고소한 사건이 불기소처분으로 종결되는 경우에는 피고소인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거나 기를 살려주는 것이 된다. 또한 고소인이 곤경에 처하는 여러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배우자 및 배우자와 간통한 사람을 고소했다 배우자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간통한 사람에까지 고소취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배우자와 간통한 사람을 처벌할 수 없고 다시 고소할 수 없으므로 처벌받게 할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