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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북한 먼저 간다는 사람” “安은 박지원에게 휘둘릴 것”

5·9 대선 최대 승부처 PK 지역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文은 북한 먼저 간다는 사람” “安은 박지원에게 휘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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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손님들이 박근혜 욕만 해쌌더만 요새는 정치 얘기를 안 합니더. 우짜겠습니까. 박근혜 밀어줬더만 신공항도 물 건너갔고, 조선산업도 무너지고, ‘누부야(박 전 대통령 지칭)’는 감방 가고, 새누리당은 쪼개지고…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기라. 정치 얘기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카이. 얼마 전까지는 문재인이 ‘대세’라더만 며칠 전부터는 안철수가 뜬다카대예. 안철수는 히바리(힘) 없이 보이더만 웅변을 배웠는지 제법 강단 있게 연설도 하대예. 정치인들 부침(浮沈)이나 우리 인생사나, 세상은 요지경인기라….”

4월 6일 오후 부산 남포동에서 탄 택시가 부산항대교에 오를 즈음, 60대 택시기사는 “손님은 어디서 왔는교” 하고는 룸미러를 통해 흘깃 기자를 쳐다봤다. ‘부산 사람들은 정치 얘기 안 하는데’ 하는 표정이었다.

영도구 청학동~남구 감만동을 잇는 부산항대교(총연장 3368m)에서 바라본 부산항에는 골리앗 크레인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빨강, 파랑 형형색색 컨테이너가 차곡차곡 제자리를 찾아 쌓이는 하역장은 칠교놀이를 하는 듯하다. 부산항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페리는 명주실타래 같은 물보라를 남긴다.

1990년 1월 ‘3당 합당’ 이후 민자당을 시작으로 줄곧 자유한국당 텃밭이던 이곳 민심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분당 사태를 겪으며 크게 출렁거렸다. ‘보수 후보’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인한 사표(死票) 방지 심리도 작용하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똬리를 틀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켰지만 문재인 대세론의 기반이 되기도 했던 호남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자 두 후보의 고향인 부산·경남(PK) 지역은 이번 5·9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됐다.





文 수성, 安 추격, 洪 만회

코리아리서치가 KBS·연합뉴스 의뢰로 4월 8~9일 유권자 2011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을 조사한 결과, 다자 대결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36.8%를 얻어 32.7%를 얻은 문재인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PK지역에선 문재인 후보가 32.8%, 안철수 후보가 28.5%로 나타났다. 4월 7~8일 칸타퍼블릭 조사에서 PK지역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문재인 30.1%, 안철수 30.0%)이었다. 같은 날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도 문 34.6%, 안 34.1%로 초박빙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 후보는 바빠졌다. 4월 11일 경남 창원을 찾아 항공우주 등 미래 신성장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부산·울산 발전 공약을 잇달아 발표한 것도 PK지역에서의 추격을 허용치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경남의 아들 문재인이 고향에 왔다”며 감성적인 발언도 쏟아냈다. 안 후보 역시 대통령후보 등록 직후 경남 양산의 봉하마을 등 PK 지역을 찾았다. 이 또한 지역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행보로 보인다.

4월 6일 오후 부산의 상업 금융 중심지인 서면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재훈(43) 씨는 “최순실 사태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당혹스러워했나.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은 반성보다 정권 연장에만 급급한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문재인 후보를 밀어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식사하던 회사 동료 2명(30대)의 반응도 비슷했다.

“박근혜와 우병우(전 민정수석)가 문재인 후보 공동 선거대책본부장 격이다. 두 사람이 매스컴에 나오면 당장 투표하고 싶어진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부산에서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5명 나왔는데, 이제 부산 출신 대통령을 뽑아서 시원하게 ‘판갈이’ 해야 한다.”


“文은 서민편” vs “文이나 우병우나…”

서면시장 옆 서면로 68번길은 부산 특미인 돼지국밥 전문점이 몰려 있는 곳이다. 돼지국밥 한 그릇에 반주를 곁들이는 일용직 근로자부터 수육으로 회식을 하는 금융회사 직원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는다. 기자가 유명 돼지국밥집을 찾았을 때 부산 향토업체인 A사 인사팀 직원 8명이 퇴직 선배(상무) 환송회를 하고 있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부산 민심을 엿볼 수 있었다. 

-기자: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지지 후보는 결정했나요?”

-일동: “…”

-퇴직 선배(60대): “(기자를 보며) 요즘 부산에선 정치 얘기 잘 안 해요. 자 다들, 괜찮으니 편하게 얘기해요. (기자가) 서울에서 오셨다는데 솔직히 말해봅시다.”

-남자 1(30대): “저는 아무래도 ‘재수’한 문재인 후보가 낫다고 봐요. 고향사람이고,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랫동안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일 해왔고, 서민들의 아픔을 잘 아는 분이니까요. 우리 또래는 문재인 지지자가 많아요.”

-남자 2(50대):
“우리 같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도 ‘데모’를 많이 하다 보니 민주화운동을 한 문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해요.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로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마무리를 잘 못한 거 같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마무리 잘 하라는 뜻에서 밀어주고 싶어요. 지난 대선 때도 PK지역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100만 표 차이로 지면서 문 후보가 전국 개표에서 100만 표 차이로 졌는데, 이번에는 PK가 팍팍 밀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安은 경제 전문” vs “지역 맹주 수준”

-여자 1(50대): “말은 좋은데, ‘노통’ 가족들이 박연차 돈 받을 때 문 후보는 민정수석, 비서실장 했잖아요. 문재인이 우병우(전 민정수석) 보고 뭐라고 할 건 아니죠. 안철수가 뜨기 전까지 대통령 다 된 것처럼 행세하더니, 요즘은 ‘적폐 청산’ 한다고, ‘촛불 민심’ 받들겠다고 눈 반짝하더라고요. 저 양반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시끄러워질 거 같아서 머리가 지끈해요.”

-기자: “그럼 누굴 찍으실 건데요?”

-여자 1: “아들이 취직이 안 돼 속상해 죽겠는데, ‘싸움 잘하는 사람’보다는 ‘경제 잘 아는 사람’ 뽑을랍니다. 기업도 했고, 교수도 해본 안철수 찍을까 생각 중입니다. 정직해 보이고, 뭔가 할 거 같잖아요?”

-남자 3(50대): “아들 취직시키려면 문재인 찍으면 되겠네. 공무원 81만 명 늘린다고 했으니까(웃음). 말이야 쉽지, 공무원연금에 우리 세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안철수는 예전 청춘콘서트 할 때에는 호감이 있었는데, ‘새정치’ 한다면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 호남 의원을 업고 지역 맹주 노릇하는 거 같아 별로예요. 만약 대통령 되면 박지원이 ‘상왕’ 될 것도 같고. 말은 좀 거칠지만 홍준표가 시원시원하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틀린 말 하나도 없어요.”

-여자 2(20대): “지난 대선에선 아버지가 박근혜 후보 찍어야 한다고 거의 통사정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씀이 없어요(일동 웃음).”

-퇴직 선배: “나도 딸내미에게 박근혜 찍으라고 했는데, 요샌 아무 말 안 해(웃음).”

-여자 2: “정책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차분하면서도 ‘젠틀’해 보이는 안철수 후보에게 마음이 가요.” 

-퇴직 선배: “나는 문재인처럼 부모님이 북한에서 내려와 이곳 국제시장에 정착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보수 후보를 찍었어요.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실망했지만, 북한이 연일 핵·미사일 실험을 하는 탓에 ‘미워도 다시 한 번’ 심정으로 홍준표 후보 찍으려는데 지지율이 오르지 않더라고요. 15%를 넘으면 되는데, 지금 상황에선 자칫 사표가 될 거 같기도 하고…. 박근혜는 밉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문재인은 불안하고, 안철수는 뭔가 단단한 느낌이 없고(웃음).”


기자 옷깃 잡은 중년들 “우리는 洪…”

2명은 끝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대화 중 ‘남자 2’의 설명은 맞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대 대선 선거인 명부를 4월 27일 확정한다. 지난 18대 대선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유권자 중 영남지역 유권자는 26.1%(부산 7.2%, 대구 4.9%, 울산 2.2%, 경북 5.4%, 경남 6.4%), 이 가운데 PK지역은 전체 유권자의 15.8%에 달한다. 호남은 10.3%(광주 2.8%, 전북 3.7%, 전남 3.8%).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PK지역에서 299만7310표(61.35%)를 얻어, 188만2858표(38.64%)를 얻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보다 111만4452표 앞섰다. 개표 결과 두 후보의 차는 108만496표였고, PK에서의 표차와 비슷했다.<표 참조>

가게 출입문을 나설 무렵 중년 남성 2명이 기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인터뷰를 지켜봤다던 이들은 ‘언론에서 부산 민심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며 기자에게 소주잔을 건넸다. 이들은 인근 새마을금고 이사와 대의원으로, 60대 후반이었다. 이들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금은 힘이 없어 보여도 보수는 홍 후보를 지지하게 돼 있다. 무상급식 반대하고, 진주의료원 폐쇄한 거 보면 강단도 있고, ‘모래시계’ 검사 출신인 만큼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을 사람이다. 미국 트럼프, 중국 시진핑처럼 우리도 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하고, 북한에 유엔인권결의안을 물어보라는 사람에게 어떻게 나라를 맡기냐. 젊은 사람들이 속으면 안 된다.”

서면 일대에서 만난 부산시민 28명은 대체로 ‘문재인 대세론’ 속에 최근 들어 안철수의 약진이 눈에 띈다는 데 공감했다. 정권교체 필요성과 호감도 측면에선 문 후보를, 미래 먹을거리 준비와 경제 분야에선 안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는 문 후보를, 50대 이상과 주부들은 안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통 보수층은 홍 후보의 카리스마를 호감으로 받아들였다. 문 후보 지지자는 8명, 안 후보 6명, 홍 후보 4명이었다. 5명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고, 5명은 ‘투표 안 하겠다’고 응답했다.

역대 PK 지역 투표 성향
3당 합당 이후 역대 대선에서 PK 유권자들은 보수 후보를 선택했다. 18대 대선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61.35%(총 299만7310표, 부산 132만4159표, 울산 41만3977표, 경남 125만9174표)를 득표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8.64%(총 188만2858표, 부산 88만2511표, 울산 27만5451표, 경남 72만4896표) 득표에 그쳤다.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6.21%(총 214만2268표, 부산 101만8715표, 울산 27만9891표, 경남 84만3662표)를 얻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 13.04%(총 49만6907표, 부산 23만6708표, 울산 7만736표, 경남 18만9463표)를 크게 앞섰다.



“해운대 땅값 외에 바뀐 게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점화된 보수층의 분노는 낙후된 지역경제와 도덕성 문제로 옮겨붙는 듯했다. ‘보수 대 진보’ 프레임이 약화된 만큼, 후보들의 지역 발전 공약과 도덕성 문제가 이곳 유권자의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광동 부산관광호텔 앞에서 대기하던 택시기사 3명의 말이다.

“손님들은 ‘지금까지 여당 뽑아놨는데 부산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해운대 엘시티 짓는다면서 다들 뒷돈 빼먹지 않았나,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돼 가덕도 신공항 지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경남 밀양이 유치전에 뛰어드는 바람에 물 건너갔죠, 젊은 애들은 일자리가 없으니 다들 서울로 가지, ‘무난한’ 관료 시장(안상영, 허남식 전 시장을 지칭)이 20년 하면서 부산에서 바뀐 거라고는 해운대 땅값 오른 거하고 동네 놀이터 늘어난 거밖에 없습니다. 이번엔 보수고 진보고 관계없이 경제 공약 따져보고 찍을 겁니다. 손님들도 다들 그래요.”

“맞는 말이요. 돈 있고 ‘빽’ 있는 최순실은 딸(정유라)을 대학 부정입학시키고 승마선수로 키우는데, 우리 큰아들은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공부하다가 취직이 안 돼 지금 중장비 면허 따려 한다. ‘노가다꾼’ 된다니 속에서 천불 난다. 문 후보도 아들(문준용)을 부정하게 정부기관(한국고용정보원)에 취직시켰다고 공격받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최순실과 다를 게 없지. 안철수도 와이프를 서울대 교수 임용시켰다는 말도 있던데.”

그의 말처럼 부산시 전체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은 2011년 기준 60.5%로 7대 도시 중 최하위였다가, 2012~2015년까진 6위, 지난해 5위(62.7%)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2016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총 전입 45만9015명, 총 전출 48만407명으로 순유출 인구가 2만1392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7832명이 늘었다.


“문재인 ‘맞짱’ 뜰 사람”

부산시청, 법조타운과 가까운 연산4동 고분로길 먹자골목에서 만난 박동희(57) 씨는 부산 보수층의 심리를 ‘안안 투표’라고 정의했다. ‘안’후보를 찍거나 투표를 ‘안’하겠다는 의미로, 사표 방지 심리와 문 후보의 비선호도를 집약한 표현이었다.

“부산에서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국회의원이 여럿 당선됐지만, 아직까지 주류 정서는 보수다. 박근혜 탄핵으로 붕 떠 있던 보수 표심이 홍준표 후보의 등장으로 살짝 기대했는데, 현재까지 추격하는 뒷심을 보여주지 못한다. 안보관이 불안한 특정 후보(문재인 지칭)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니, 그 후보와 ‘맞짱’ 뜰 사람(안철수 지칭)을 지지하거나, 아예 투표를 안 하려고 한다. 누가 되든 나는 문재인에게 투표 안 하겠다고 말한다는 거다. 그만큼 비토가 강하다. 개인적으론 문 후보한테 호감 가는데, 과거 노통 시절처럼 (문 후보가 당선되면) 별 볼일 없던 사람들이 완장 차고 나대는 꼴을 또 볼 거 같아 고민 중이다.”

반면 문 후보의 경남고 15년 후배라는 정모(50) 씨는 “4년 전 대선 때와 달리 경남고 동문들이 나서 문 후보를 돕고 있다”며 ‘동문 조직의 득표력’에 기대를 걸었다.

“4년 전에는 지역 정서상 드러내놓고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동문 대통령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밴드나 단체 카톡을 통해 지지 문자가 날아들고 있고, 각 동문 기수별로 모임 회장, 총무가 나서서 독려한다. 동문 조직이 하나가 된 느낌이다.”

문 후보는 경남고 25회 졸업생(1971년 졸업), 안 후보는 부산고 33회 졸업생(1980년 졸업)이다.

김무성, 하태경, 김세연, 이진복, 장제원 의원 등 부산지역 국회의원 5명이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한 만큼 보수세력 간 경쟁구도도 예상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 말하는 부산 시민은 드물었다.


“박근혜가 잡범이냐”

부산 동광동에서 만난 최수철(61) 씨는 “당 대표를 한 김무성 의원이 일찍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시해진 측면이 있었다”며 “자신들이 도운 대통령을 탄핵하고 당을 박차고 나왔으면 강단 있게 제대로 해야지, 유승민 후보는 ‘보수후보 단일화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또 안 하겠다고 한다. 바른정당은 부산 스타일이 아니고 수도권 스타일이라 여기선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거 같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50대 이상 여성들 사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지지 후보 선정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4월 7일 부산 동래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하던 여고 동창 4명은 TV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일제히 한마디씩 했다.

모임 회장 김연순(56) 씨는 “박근혜도 문제지만, 혼자 살다가 뒷일 봐준 여자(최순실을 지칭)가 해먹으려고 한 것을 저렇게 서둘러 탄핵시키고 곧바로 구속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잘못이 있으면 재판받고 벌을 받으면 되지, 전직 대통령을 저렇게 잡범 취급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자리에 있던 친구는 “박근혜는 자진사퇴하겠다며 야당 요구를 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도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요래조래 ‘촛불’ 눈치만 보고 끝내 탄핵에 앞장섰다. 조금 있으면 박근혜에게 사약 내릴 거 같다. 여자라서 얕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약 내린다는 사람은 안 뽑을 거다”고 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 안 후보는 “국민 요구가 있으면 사면위원회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했고, 문 후보는 민주당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박근혜 이재용 사면 불가 방침을 천명하자는 것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4월 7일 오후 경남 창원시로 가는 길. 서부산낙동대교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삼각주는 하얀 비닐하우스를 품었다. 서울에선 활짝 피었을 벚꽃. 이곳 벚나무는 그 화려한 파편들을 쪽빛으로 날름거리는 낙동강에 띄워 보내고, 봄날이 지나감을 알린다. 낙동강은 유유히 흐른다.

경남의 유권자 역시 부산과 비슷한 정서를 보였지만, 공업도시 창원과 울산에서는 안 후보의 약진에 대해 문 후보 지지 세력이 결집하는 모양새도 엿보였다. 전직 도지사 출신인 홍 후보에 대한 기대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洪 찍으면 洪 된다”

창원시 용호동에서 만난 회사원 김정한(43) 씨는 “문재인 대세론이 일면서 ‘내가 안 찍어도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민주당 후보 경선이 끝나고 안희정 지지층과 TK지역 중도·보수층이 안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거 같아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요즘은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취업에 대해 반박한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 나르고 있다”며 웃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정배(52·창원 상남동) 씨도 “문 후보 외에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당선돼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사회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국립창원대 A교수는 “전반적으로 문 후보 지지층이 많고, 노동자가 많은 창원국가산업단지 지역 등 일부 지역에선 문 후보 강세가 두드러진다”며 “도지사 출신인 홍 후보는 경남 서부지역과 노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최근 지지율 정체로 안 후보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팔용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조철호(53) 씨는 “고향 진주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지역이어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하고, ‘홍 트럼프’ 지지자도 꽤 많다”며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말도 있는데, 어른들은 ‘홍준표 찍으면 홍준표 된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결국은 홍 후보의 지지율에 달렸다. TV토론과 지지율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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