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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특강

어린이 경제교육 A to Z

통장 만들어 ‘금융개론’ 눈뜨고 주식투자로 ‘경영원론’ 익힌다

  • 이원재 휠리스쿨 원장 wjlee@filischool.co.kr

어린이 경제교육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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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런 그린스펀, 워렌 버핏, 잭 웰치…. 어린 시절부터 실용적인 경제교육을 받으며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전문가로 성장한 이들이다. 최선의 합리적 판단을 유도하는 어린이 경제교육은 혁신적 기업가는 물론 현명한 시민을 양성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어린이 경제교육 A to Z

1월8일 서울 대치동 휠리스쿨에서 경제교육을 받는 어린이들.

신라시대거문고의 달인 백결 선생의 부인이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이웃 사람들이 떡방아를 찧으며 즐거워하자 “이웃집은 모두 새해 맞을 준비를 하는데, 우리 집엔 곡식 한 톨 없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며 한탄했다. 백결 선생은 “사람이란 모름지기 바르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오. 어떤 이는 부자가 되고 어떤 이는 가난해지는 것도 스스로 원해서 그리 되는 게 아니오. 당신을 위로하고자 아주 즐거운 음악을 만들었으니 한번 들어보시오” 하며 거문고를 뜯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흥겨운 가락에 아내의 근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로부터 우리 가락 ‘방아타령’이 세상에 전해졌다.

백결 선생의 안빈낙도와 청빈 속에서 방아타령이 탄생했다는 내용이지만 경제활동의 관점에서 보면 허구와 비합리성으로 가득 찬 이야기다. 곡식이 떨어져 굶주릴 처지라면 당장 산에 가서 나무라도 해오는 것이 합리적이건만, 음악으로 배고픔을 달래려 했기 때문이다.

유교적 전통이 뿌리깊은 우리 사회에선 돈과 경제를 둘러싼 비현실적이고 이중적인 관념이나 태도가 자주 관찰된다. 반면 체계적으로 실시되는 경제교육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어린이들은 그릇된 경제관념에 노출된 채 자라나 기성세대와 별 차이가 없는 경제의식을 갖게 됐다.

현명한 소비자, 혁신적 기업인

‘산 입에 거미줄 치랴’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속담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들은 저마다 생겨난 배경이 있겠지만, 직업을 선택해서 일할 필요가 없다거나 가난은 극복할 수 없기에 소득향상을 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부지불식간에 전파했다.



요즘 들어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다. 경제단체와 금융기관 중심으로 각종 경제캠프가 열리고, 경제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도 생겨났다. 이는 올바른 경제 마인드 없이 어른이 되면 현명한 경제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아이들에게 경제적 자립능력을 길러줘 우리 사회의 건강한 경제 주체로 자라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린 것이다.

경제교육 열기가 확산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교육의 목표를 구체화하자면 어린이를 현명한 소비자와 합리적 시민, 그리고 혁신적 기업가로 길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소득수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와 신용관리 방법 등을 가르쳐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고 돈 관리 능력을 키워 현명한 소비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아이가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달라고 부모에게 떼쓰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평균 아홉 번 이상 같은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면 굴복하고 만다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돈주머니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은 사람의 욕망에 비해 자원이 한정돼 있고, 마찬가지로 부모의 돈도 유한하다는 희소성의 원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졸라대는 아이에겐 희소성 때문에 사람은 항상 선택해야 한다는 점과, 한번 선택하면 그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선의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 사회에 4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가 생긴 것도 자신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남의 돈으로 일단 소비부터 하고 보자는 무책임한 신용관리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경제교육은 아이들이 경제적 원리에 입각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필요한 지식과 습관을 길러준다. 합리적 경제행위의 밑바탕은 논리적 사고와 자율적 책임이다. 따라서 경제교육만큼 삶에 대한 주체적 태도를 갖게 하고 문제의 합리적 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도 드물다.

경제교육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시장경제를 이끌어갈 혁신적 기업가 정신을 고취할 수 있어야 한다. 장차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글로벌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가 될 것이며, 이런 사회일수록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 각광받는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풍부한 실물경제와 생활금융의 세계를 이해하고 유연하고 창발적인 사고를 할수록 아이는 혁신적 기업가의 자질을 키울 수 있고 미래 사회의 경쟁력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아이를 현명한 소비자로 키우는 것이 경제교육의 출발점이라면 혁신적 기업가로 양성하는 것은 지향점이다. 경제교육은 한마디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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